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2.4 토/ 더불어 생명의 축제를 준비하는 외딴곳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3 조회수2,168 추천수4 반대(0) 신고




연중 4주 토, 마르 6,30-34(17.2.4)


“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마르 6,34)











더불어 생명의 축제를 준비하는 외딴곳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의 제자들은 회개하라고 가르치고 마귀를 쫓아내며 많은 병자를 고쳐준 뒤 돌아옵니다. 그들의 복음선포는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을 만큼 성황을 이루었습니다(6,31). 제자들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쉬려고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갑니다(6,31-32).

복음선포는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과 그분의 말씀을 선포하는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안고 떠났던 제자들이 다시 하느님 안에 머물도록 ‘세상을 떠나 외딴곳으로 가라’ 하신 것입니다. 그들의 사명의식을 새롭게 할 하느님 안에서 쉼의 시간, 곧 일종의 피정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먼저 배를 타고 떠난 예수님과 제자들보다 육로로 달려간 많은 사람들이 외딴곳에 먼저 다다릅니다(6,33).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십니다(6,34). ‘목자 없는 양들’처럼 뿔뿔이 흩어진 군중을 한데 모아 일치시키려 하신 것이지요.

우리는 여기서 ‘외딴곳’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자들을 외딴곳으로 보내신 것은 세상으로부터 완전히 격리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하느님과 오롯이 만날 수 있는 거룩한 광야로 그들을 부르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제자들만이 아니라 사실 군중들도 외딴곳으로 초대하신 것이었습니다.

다음 대목(6,35-44)에서 알 수 있듯이 예수님께서는 그들 스스로 필요한 것을 얻는 수고를 하라는 뜻으로 외딴곳으로 가라 하신 것이 아니었음이 분명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이 원하는 현세의 것 그 이상의 영원한 생명의 빵을 주고자 인간의 탐욕과 불순한 눈길, 불평등과 불의 저편 ‘외딴곳’으로 부르신 것입니다.

제자들에게 ‘따로’ 외딴곳으로 가라 하신 예수님께서는 사실 제자들과 함께하실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왜 굳이 배를 타고 제자들과 함께 배를 타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으시고 외딴곳으로 가셨을까요? 예수님께서는 갈릴래아 사람들이 기대하는 신앙을 보여줄 수 없었지요. 그래서 하느님이요 인간이신 분께서 불신앙과 거리를 둔 외딴곳으로 군중을 불러내시어 생명의 빵을 먹이실 준비를 하시려고 하신 것입니다.

이렇듯 외딴곳은 불신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예수님과 복음선포를 하고 지쳐 돌아온 제자들, 그리고 간절한 갈망을 지니고 ‘달려온’ 가엾은 군중이 함께하는 ‘사랑의 자리’입니다. 그곳은 쉼의 자리요, 하느님 안에 함께하는 공생의 자리이며, 모두를 살리는 ‘생명의 빵’이 봉헌되는 축제의 자리입니다.

내 안에 그런 여백을 마련하고 있나요? 우리 만남은 그런 성사적 사랑의 만남이 되고 있나요? 이 사회는 그렇게 탐욕과 불의와 현세적 욕망을 비워냄으로써 오롯이 하느님과 함께 하고 그분의 뜻이 드러나는 ‘거룩한 외딴곳’이라 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해야 지금 여기 살아 숨 쉬는 매순간을 ‘생명의 빵’을 준비하는 축제의 자리가 될 수 있을까요?

주님, 저 외딴곳에서 생명의 빵을 주시려고 기다리시는 당신의 그 간절한 사랑을 알아차리도록 잠에서 깨워주소서. 세상 물질과 욕망과 집착의 끈을 끊어버리고, 당신을 잊은 채 인간의 소리에 젖어 방황하는 저희를 생명의 축제가 벌어지는 ‘외딴곳’으로 불러주소서! 아멘.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