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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낯설게 하기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4 조회수1,335 추천수10 반대(0) 신고


 

낯설게 하기

 

- 윤경재 요셉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6,31)

 

 

 

 

 

쉼이란 단어는 휴식, 숨을 쉼, 하던 일을 멈추고 지내거나 그만두다 등의 뜻이 담겼습니다. 휴식이라는 한자 은 사람이 나무 그늘에 기대어(), 숨을 코로부터() 몸 중심까지() 깊이 들이쉬는 것을 형상화 한 글자입니다. 일에 몰두하거나 힘에 부치는 일을 하면 숨이 가빠지게 되는 데 잠시 짬을 내어 가빠진 숨을 정상 상태로 돌려놓는 행위를 휴식이라 합니다.

 

또 휴식이라는 글자에는 숨을 깊이 쉬면서 자신의 마음을 돌아본다.’는 뜻도 담겼습니다.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고 혹시 그동안 실수한 일이라든지 잘못된 방향으로 벗어난 것은 없는지 반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휴식을 통해 대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는 단계로 올라서게 되면 곧바로 창의력으로 연결됩니다. 우리는 쉼을 통해 반성에서 창의력까지 얻게 됩니다.

 

이러한 행동을 시인들은 낯설게 하기라고 부릅니다. 늘 대하는 평범하고 일상의 시각에서 벗어나 어떤 대상에서 낯선 것을 찾아내는 작업이 시를 짓는 첫 번째 단계라고 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저녁노을> ... 윤경재

 

서향 마주친 창 너머

성당 십자가 위에 걸린 노을

 

선명히 붉은 포도주를 뿌린 듯

무어라 말하지 않아도

마른 목젖을 간질이고

언덕마루 넘어간다

 

두 번 다시

쳐들지 않을 것처럼 매달려

고개 떨구고 서 있는 침묵

 

빈 하늘 붉은색은

한 남자가 남기고 간

핏빛 우정의 기억으로

외롭지만은 않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일상을

새로 축복하고자

익숙해져 무심한 것과

짧지만은 않은 이별을

저 노을처럼

아쉬움 갖고 고해 본다

 

--------

 

이 세상 고민은 다 짊어진 것 같던 어느 날 저녁노을이 제 눈에는 예수님 성혈로 보이더군요. 그날따라 혼자라는 외로움이 서럽게 올라와 제 눈이 불그스레 충혈 되었는데 하늘도 제 맘 안다는 듯 붉게 변하더군요. 성당 첨탑을 향하던 눈길이 멈추면서, 예수께서 나를 친구라고 여기시고 찾아주셨다는 감사함에 그동안 헝클어지고 어지럽혀진 제 일상을 떠나 보내버려야 하겠다는 결심을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외딴곳은 광야를 뜻하는 그리스어 ‘eremos’를 번역한 단어입니다. 복음서에서 광야는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며, 동시에 악마가 사는 곳을 지칭합니다. 신약성경에서는 이 단어가 무려 28회나 나옵니다. 예수께서 세례 받으시고 처음 나가신 곳이 광야입니다. 그곳에서 악마와 세 차례나 조우하고 모두 물리치셨습니다.

 

처음으로 전도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온 사도들은 복음을 전파하고 병자를 고쳐주며 악령을 물리치느냐 몸은 지쳐 비록 피곤하였지만, 마음에는 뿌듯한 심정이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스승 예수께 자랑하듯 다 보고하였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지친 사도들을 휴식도 시킬 겸, 자신들을 돌아볼 시간을 가져보라고 광야를 뜻하는 ‘eremos’로 가서 쉬라고 하셨습니다. 혹시라도 마음에 찌꺼기가 남을까 염려하신 것입니다. 아직은 사도들의 영성이 무르익지 않았기에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성취하였다는 만족감이 솟아올라 자칫하다가는 교만에 빠질 우려가 있었습니다.

 

탁월한 스승이신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자기 자신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법을 가르쳐 주고 싶으셨습니다. 자신의 진짜 능력을 알아채고, 부족한 점과 단점을 파악하여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청취할 아량이 생기기를 바라셨습니다.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법을 휴식을 통해서 배우길 기대하셨습니다.

 

사도들은 지금 우리와 달리 광야를 뜻하는 ‘eremos’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예수님의 뜻을 쉽게 알아들었습니다. 이스라엘 예언자들이 광야에 나가서 하느님과 만났다는 역사적 교훈을 어려서부터 배웠기 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을 비운 자만이 광야의 시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진정한 쉼은 그저 현대인들이 생각하는 재미나 즐기며 여행을 떠났다가 돌아올 때는 오히려 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일상 속에서 우리의 뿌리인 하느님을 잊고 살았던 잘못을 깨닫고 하느님과의 일치 체험을 하는 것이 쉼입니다.

 

현대인들은 너무나 하고픈 일이 많고, 또 무슨 일을 해도 되는 자유가 주어졌습니다. 강제적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는 의무가 줄어드니 역설적으로 그 많은 상차림 중에서 어떤 것을 택해야 좋을지 모르는 선택 장애를 겪습니다. 그러면서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 결과 웬만한 자극에는 흥미를 느끼지도 않습니다. 지루함을 금세 호소합니다. 그래서 학자들은 현대인을 피로감과 지루함이란 이중 중독에 빠졌다고 진단합니다.

 

교회 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에 발표된 2015년 인구편람에 따르면 10년 새 천주교 교우수가 무려 110만 명이나 줄어 인구대비 10.8%를 차지하던 비율이 7.9%까지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지만, 적어도 피로감과 지루함이 한 원인이라는 것쯤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휴테크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김정운 명지대 교수는 피로감과 지루함’에서 벗어나는 처방을 3가지로 요약합니다. 첫째 단순한 것을 즐겨라. 둘째 마니아가 되어라. 셋째 감동을 주어라.

   

이제 천주교 교우들도 광야에 나가 악마와 부딪혀 보기도 하고, 그 실패와 승리 체험을 나누며, 성경 공부에 마니아가 되어 소그룹에서 우정을 나누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모여서 하는 성경 읽기, 묵상 나누기나 소그룹 취미활동 등이 활성화 되어야 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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