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변질되는 사람의 규정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7 조회수1,435 추천수9 반대(0) 신고

 

변질되는 사람의 규정

 

- 윤경재 요셉

 

 

 

성경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지만 그 마음은 내게서 멀리 떠나 있다. 그들은 사람의 규정을 교리로 가르치며 나를 헛되이 섬긴다.’ 너희는 하느님의 계명을 버리고 사람의 전통을 지키는 것이다.”(마르7,6~8)

 

 

 

일본 고등법원 형사재판부 판사였던 분이 삼십여 년 동안이나 재직하던 판사직에서 사표를 냈습니다. 굵직한 형사사건들을 맡아 처리하던 유명한 판사였습니다. 정년까지 5년이 남았는데도 일을 그만두자, 사람들은 유명한 로펌에 들어가거나, 변호사 개업을 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엉뚱한 곳을 찾았습니다. 집 근처에 있는 요리학원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요리사 자격증을 따서 음식점을 내겠다는 각오로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하루도 빠짐없이 학원에 다녔습니다. 손자뻘 되는 젊은이들과 함께 칼 쓰는 법과 야채를 써는 법, 양념을 다지는 법부터 열심히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년 만에 요리사 자격증을 따내더니 자신이 일하던 법원 근처에 두 평 남짓한 간이음식점을 내었습니다.

 

유명한 판사였던 그를 알아보는 손님들이 많았습니다. 사람들은 그가 잘 나가던 판사직을 그만두고 힘든 음식점을 낸 것이 궁금하고 의아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이런 말을 해주었습니다.

 

재판관으로 사람들에게 유죄를 선언하고 형량을 선고할 때마다 가슴이 무겁고 아팠습니다. 아무리 법전에 적혀있더라도 유쾌한 일은 아니었죠. 나는 그런 일을 삼십여 년이나 해왔죠. 재판관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식당 주방장이 되더라도 남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행복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는 남을 정죄하고 벌주는 일이 싫었고 오랫동안 해왔으니, 이제 남은여생은 사람들을 기쁘게 하며 살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비록 몸이 고되어도 무척 행복하다고 하였습니다. 그의 작은 음식점 이름은 친구입니다. 그 이름 속에는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과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 그의 오랜 소원을 담고 있었습니다.

 

 

예수께서 활동하실 때 보통 유대인들은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만든 규정들을 알면서도 잘 지키지 못했습니다. 생활여건상 도저히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반백성들 마음엔 항상 율법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다는 죄의식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만든 규정들은 점차로 그들을 우월한 감정을 지니게 만들었고, 일반백성들에겐 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눈감고 아웅 한다.’는 속담대로 시간이 흐르자 자기네들이 만든 규정들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형시켰습니다. 인간의 법이 하느님의 법과 동등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바리사이들은 하느님의 법을 지킨답시고 인간의 법을 만든 다음, 잠시 두 법을 동등하게 하고 결국에는 인간의 법으로 하느님의 법을 대체하면서 무력화 시켰습니다.

 

이러한 결과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자기도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면서 남들도 하늘나라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버렸습니다.

 

힘 있고 법을 아는 자들은 언제나 사회적 법규와 제도들의 빈틈을 노리기 마련입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새로운 규정을 만들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코르반(성전재산, 봉헌물)선언 규정입니다. 한 번 코르반하고 선언하면 그 누구도 건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자기가 유리할 때 그 선언을 취소하고 원상으로 만들면 그만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하느님께 죄를 지어 이민족의 침략과 바빌론 유배와 같은 고난을 당했다고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그 죄를 세 가지로 요약하였습니다. 첫째로 자신들이 하느님과의 계약을 충실히 지키지 못한 부정(不貞), 둘째로 하느님의 정의를 실천하지 못한 부정(不正), 셋째로 하느님의 거룩함을 더럽힌 부정(不淨)이 그것입니다. 이런 반성으로 바빌론 유배 이후에 출현한 유다이즘에서는 이러한 세 가지 부정한 죄를 없애기 위해 모세오경을 정리하고 율법을 준수하려고 많은 규정을 두게 되었습니다.

 

“너희는 자신을 거룩하게 하여 거룩한 백성이 되어야 한다.”(레위 20,7)

 

사제 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도 정결예식을 스스로 지키려는 운동이 생겨났습니다. 손 씻는 예식도 그 중에 하나입니다.

 

인간에게 시간은 변질을 뜻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초심을 지키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지켜야 할 규정이 많을수록 초심이 더 쉽게 풀어져버립니다. 유다 율법규정은 무려 613가지나 되었습니다. ~하라는 긍정형 구문이 248가지, ~하지 말라는 부정형 구문이 365가지입니다. 365는 일 년의 날수와 같습니다. 248은 인간 몸의 뼈 숫자라고 합니다. 율법이 원래는 더 많았었는데 이것도 중세 때 수비학자인 어느 랍비가 수비 이론에 맞추어 정리한 것이라 합니다.

 

예수께서는 초심을 지키기 어려운 인간의 한계를 명확하게 아셨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율법 규정을 핵심 정신만으로 정리해 가르쳐주셨습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요한은 아예 하나로 합쳤습니다. “우리가 그분에게서 받은 계명은 이것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형제도 사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1요한 4,21)

 

보통 일상생활을 바꾸지 않는 한 인생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생이 바뀌지 않는 한 일상생활은 변하지 않는다.”라고. 생활이 바뀌기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인생이 바뀌기를 기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인생이 바뀌어야 비로소 생활이 변화됩니다. 성경의 인물들은 모두 하느님을 만나고, 그리스도를 만나고 나서 비로소 그들의 생활이 변화되었습니다. 일상생활의 어떤 고비에서도 자유로워졌으며 확신에 차 두려움이 사라졌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리스도 안에 산다고 하면서 생활이 변하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