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람은 자기 마음을 지니고 다닌다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8 조회수1,380 추천수11 반대(0) 신고


 

사람은 자기 마음을 지니고 다닌다

 

- 윤경재 요셉

 

 

 

너희는 모두 내 말을 듣고 깨달아라. 사람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가 그를 더럽힐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그를 더럽힌다. 사람의 마음에서 이런 악한 것들이 모두 안에서 나와 사람을 더럽힌다.”(마르7,14~23)

 

 

 

 

어느 마을에 매우 지혜로운 노인이 살았습니다. 노인은 매일 주유소 앞 흔들의자에 앉아서 그 마을을 지나가는 운전자들에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어느 날 손녀도 노인의 발치에 앉아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정오 무렵 키가 훤칠한 여행객이 나타났습니다. 노인은 마을 사람들을 모두 알았기 때문에 단번에 그가 지나가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그는 이 마을이 살기에 어떤 곳인지 확인하려는 듯 이리저리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노인에게 다가와 이 마을은 어떤 곳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대답 대신 그 사람을 바라보며 천천히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떤 마을에서 오셨습니까?”

 

그 여행객은 제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서로에 대해 아주 비판적입니다. 서로 나쁜 소문을 퍼뜨려 살기 정말 좋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저는 그 곳을 정말 떠나고 싶어요. 그리 유쾌한 곳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은 낯선 그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그래요. 이 마을도 똑같답니다.”

 

그리고 한 시간 가량 지난 후 그곳을 지나가던 한 가족이 주유소에 들렀습니다. 자동차가 서서히 방향을 틀어 들어오더니 노인과 손녀가 앉은 의자 바로 앞에 와서 섰습니다. 어머니가 두 아이를 데리고 내리더니 화장실이 어딘지 물었습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노인은 작고 흰 표지판을 가리켰습니다. 운전석에서 내린 남자는 노인에게 공손한 말투로 이 마을은 살기 좋은 곳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좀 전과 마찬가지로 그 사람에게 되물었습니다. “당신이 사는 마을은요? 그 곳은 어떤 곳입니까?”

 

남자는 노인을 바라보며 대답했습니다. “내가 사는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가깝게 지냅니다. 이웃에게 언제나 기꺼이 도움을 주려고 하죠. 어딜 가나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고맙다고 말합니다. 저는 우리 마을을 떠나고 싶지 않아요. 꼭 가족을 떠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노인은 그에게 따뜻한 미소를 보냈습니다.

이 마을과 아주 비슷하군요.”

 

그 가족은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손을 흔들며 떠나갔습니다. 그 가족이 멀어지고 난 후 손녀는 할아버지를 올려다보며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왜 첫 번째 사람이 왔을 때는 우리 마을이 살기에 아주 고약한 곳이라고 하시더니 저 가족에게는 아주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셨어요?”

 

할아버지는 의아해하는 손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미소 띤 얼굴로 대답했습니다. “사람은 어디를 가나 자기 마음을 가지고 다니는 법이란다. 그리고 그 마음이 살기 좋은 곳을 만들기도 하고 고약한 곳을 만들기도 하지.”

 

 

요즘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층간소음 문제는 아래윗집이 왕래가 없어서 더 심하게 느껴진다고 합니다. 윗집에 사는 사람이 누구이고 어떤 생활습관을 가졌는지 알면 좀 더 쉽게 참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위에서 식탁 끄는 소리가 나면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시는 구나하고 짐작하게 되고, 아이 뛰는 소리가 들리면 손주가 다니러 왔네. 나도 한번 얼굴 보러 갈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공이 또르르 굴러가는 소리가 들리면 윗집 사장님이 골프 연습하는 구나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공연히 화가 치솟는 걸 참아내기 쉬워진다고 합니다. 욕하고 벽을 쳐봐야 그 피해는 도리어 자기 자신에게 그대로 전가된다고 합니다. 윗층에 뛰어올라가 욕을 하고 따져보아야 서로 나쁜 감정만 더 해지고 결과는 점점 꼬여갈 것입니다. 좀 먼 길 같아도 서로 사귀는 방법을 찾아 보아야 길이 열릴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분명하게 사람의 마음에서 나쁜 생각들, 불륜, 도둑질, 살인, 간음, 탐욕, 악의, 사기, 방탕, 시기, 중상, 교만, 어리석음이 나온다.”라고 말씀하시며 마음을 고쳐먹는 것이 어떤 율법보다 가치 있다고 하십니다.

 

내가 한번 크게 마음을 바꾸어 진복팔단과 산상수훈의 가르침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이 세상은 그만큼 바뀐 세상이 되는 것입니다. 나의 처가, 아들이, 나의 딸이 회개하면 비록 양에 차지는 않더라도 그만큼 개선된 우주가 펼쳐지는 것입니다.

 

모든 자연, 법이 無常하다고요? 그럴까요? 온 우주 어디에나 계시는 성령의 움직임을 내 안에 받아들이면, 예수께서 내 안에서 사시고 내가 예수님 안에 산다면, 하느님의 뜻이 그만큼 나를 통해 이 땅에서 구현되는 것입니다.

 

온 우주에 가득 찬 성령께서는 그런 나의 행동을 보고 크게 기뻐하시며 성령의 열매를 나와 이 땅 곳곳에 바로바로 뿌려주실 것입니다. 굳이 우리가 하늘나라에 들어갈 때까지 미루시지 않으실 것입니다. 나 하나가 회개함으로써 세상을 다스리는 법칙이 성령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그럴수록 성령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릴 것이며 성령에 따라 살고픈 소원이 강해질 것입니다. 조만간 그는 내가 사는 세상이 바로 천국이구나 하고 감탄할 것입니다.

 

지혜로운 노인은 우리가 지닌 마음이 그런 마을을 만든다는 걸 손녀에게 가르치고 싶으셨습니다. 인간의 생각과 태도만으로도 한 마을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어떻게 말로 깨닫고 믿게 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지혜로운 노인은 나이 어린 손녀에게 그런 지혜를 바로 전달하였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