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2.9 목/ 문자와 땅의 경계를 넘어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8 조회수1,502 추천수6 반대(0) 신고




연중 5주 목, 마르 7,24-30(17.2.9)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마르 7,29)





The syrophoenician woman's faith






문자와 땅의 경계를 넘어

 

예수님께서는 앞 대목에서 음식을 먹기 전에 손을 씻는 문제에 대한 논쟁에서 율법의 문자적 경계를 뛰어넘으셨습니다. 율법을 폐지한 것이 아니라 생명을 불어넣으셨고, 율법을 율법답게 하는 근본정신을 되찾도록 해주신 것입니다. 인간의 행동 안에 있는 보편적 정신을 찾으러 율법의 문자들에서 떠나신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처음으로 이스라엘 땅을 넘어서 이방인의 땅으로 들어가십니다. 유대인들의 사고와 문화와 종교와 의식을 둘러싸고 있는 국경을 넘어선 것입니다. 구원의 땅을 떠나 유대인들과 원만하지 않았던 이교인들이 모여 사는 티로에 가신 것은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예수님의 이런 몸짓은 당시 유대인들의 사고로는 혁명적인 것이었지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수님께서는 “어떤 집으로 들어가시어,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습니다.”(7,24) 왜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파견되신 메시아이신 예수님께서 이런 신중한 태도를 보이셨을까요?

뜻밖에도 예수님의 의도는 이교인인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의 한 부인에 의해 계시됩니다. 그 부인 때문에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숨어계실 수가 없었습니다.”(7,24) 이교인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받고자 예수님을 찾아왔듯이(3,7-8) 이번에도 그 더러운 영에 들린 딸을 둔 이 부인이 예수님을 찾아와 그분 발 앞에 엎드려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달라고 청합니다(7,25-26).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어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옳지 않다.”(7,27) 하고 말씀하시며 일단 거절하십니다. 모두에게 구원이 주어지지만 이스라엘 백성이 먼저 구원받음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그 부인은 “주님, 그러나 상 아래에 있는 강아지들도 자식들이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 하고 응답하며 강한 믿음을 드러냅니다(7,28).

예수님께서는 그 부인의 확고한 믿음을 보고서 마귀를 쫓아내주십니다(7,29). 이교인의 땅으로 가신 예수님께서 자신의 사명을 어떻게 실현해야 할지 망설이고 계실 때, 이교인 부인은 확고한 믿음을 통해 예수님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메시아의 길에 들어서게 한 것입니다. 그 부인은 예수님을 감동시켰고 움직이게 했습니다.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예수님께서 이교인의 땅으로 가시어 스스로 나서지 않으신 까닭은 일종의 ‘수동적 기다림’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으시고 그들 스스로 마음을 열고 구원의 샘이요 메시아이신 당신을 인정하고 다가올 여백을 주신 셈입니다. 이렇게 보편적 구원은 시작됩니다.

우리 모두 영원한 생명을 갈망한다면 문자를 떠나 문자의 근본정신인 사랑을 추구해야겠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생활과 신념과 습관을 담고 있는 시간과 장소의 경계에 매이지 말아야겠지요. 인간 중심의 경계선 장애에서 벗어나 열린 마음과 확고한 믿음으로 예수님께 다가가 그분을 감동시키고 움직여 참 해방을 맛보는 우리였으면 좋겠습니다.

주님의 영이 내 안에 살아 숨쉬고, 사랑이 꿈틀거릴 수 있도록 나를 얽매고 있는 것들로부터 떠나 기쁘게 구원의 샘물을 퍼마시는 오늘이길 기도합니다. 시리아 페니키아 여인처럼 ‘다가가’ ‘그분의 발 앞에 엎디어’ 생명과 자유와 희망을 갈구하는 목마름의 날이였으면 합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