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예수님께서 티로 지역으로 가셨다. 그리고 어떤 집에 가셔서는 아무에게도 알려지기를 원하지 않으셨으나 결국 숨어 계실 수가 없었다. 더러운 영이 들린 딸을 둔 부인이 예수님의 소문에 와서, 그분 앞에 엎드렸다. 그녀는 이교도로서 시리아 페니키아 출신이었는데, 자기 딸에게서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먼저 자녀들을 배불리 먹여야 한다.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그녀는 “주님, 그러나 상 아래의 강아지들도 떨어뜨린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응답하였다. 이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그녀가 집에 가니, 아이는 침상에 누워 있고 마귀는 나가고 없었다.(마르 7,24-30 참조)

시리아 페니키아 지방은 갈릴래아에 인접한 지중해의 해안 지대에 있다. 그 옛날에는 가나안 지방이라고도 불렸단다. 이스라엘인들은 페니키아인들을 적대시하며 그들을 개라고 부를 정도로 멸시하였다나. 하루는 이곳에 살던 이교도 여인이 예수님을 찾았다. 그 여인은 자신 딸을 괴롭히는 ‘더러운 영’을 몰아내 주십사고 청한다. 그런데 그분께서는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 주는 것은 옳지 않다.”라나.

동물 중에 우리와 가까운 게 개일 게다. 애완견을 키우는 가정에서는 개를 마치 사람과 다를 바 없는 가족의 일원이라고 여기곤 한다. 그러기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는 우리 인간에게 가장 사랑받는 동물이지만, 사람에게 개 취급을 하거나 개로 비유하면 굉장히 큰 실례가 되는 욕이 되리라. 유다인들은 식사가 끝나면 빵 부스러기로 손을 비벼 씻는 습관이 있었단다. 그때 떨어지는 빵 부스러기는 가끔 식탁 아래에 있던 강아지 차지가 되곤 한다. ‘자녀들에게 줄 빵을 강아지에게 주는 것은 옳지 않아!’ 마귀 들린 딸을 구해 주십사는 여인의 호소에 예수님께서 이방인을 개로 비유하시다니! 어쩜 이건 예수님답지 않는 것 같다. 상대에겐 아픈 말일 수 있는 느낌이 묘하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페니키아 출신의 여인에게 강아지 취급을 하듯 말씀을 하신다.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으신 그분께서 딸의 마귀를 쫓아내 주십사고 청하는 그녀에게 왜 이런 말씀을 하셨는지? 사실 이방인을 강아지로 표현한 것 자체가 유다인들의 오만이었다. 하지만 여인은 겸손하게 답한다. 예수님을 감동시키는 것이었다. 그건 재치가 아닌, 평소 가졌던 마음의 답변일 게다. 그러기에 즉석에서 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예수님을 사로잡은 건 ‘여인의 믿음’이었다. 어쩌면 그분께서는 여인의 믿음이 어떠한지 알아보시려고 그런 말씀을 하셨을 수도. ‘제발 딸만 구해 주세요. 개가 아니라 쥐라고 부른들 상관없어요!’ 모성애는 위대하다. 믿음은 그 사람이 어떠한 처지에 있든지 간에 그를 흔들리지 않게 할게다. “믿음은 우리가 바라는 것들의 보증이며 보이지 않는 실체들의 확증입니다”(히브 11,1). 믿음으로 굳세어지면 다른 이들이 주는 그 어떤 상처와 모욕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의 아픈 말씀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예수님에 대한 굳은 믿음과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처럼 믿음이 확고한 이는 이 세상 것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믿음이 깊은 사람은 삶의 위로와 살아갈 힘을 이 세상에서 받지 않고 하느님에게서 받기 때문이다.

이렇게 조건 없는 믿음은 기적을 일으킨다. 욕심 없는 기도는 마침내 은총을 모셔 온다. 모르는 새 조건을 달고 욕심을 지니기에, 신앙이 즐겁지 못하고 기도가 겉돌게다. 신앙생활을 잘하려고 단체에 가입했지만, 오히려 상처를 받는다면 이 이방인 여인의 믿음을 묵상해야만 하리라. 그만둔다고 해서 당장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예수님의 힘을 받아 그 어려움을 극복해야만 한다. 기분 나쁜 소리는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작은 모욕은 어디에서나 만나리라. 성당이라고 예외는 아니니까. 따져야 하고 번잡한 세상일에서도 신앙과 연관되었다면 참아야만 한다. 그렇게 되도록 늘 훈련해야 할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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