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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10 금/ 열린 귀와 풀린 혀로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09 조회수1,672 추천수6 반대(0) 신고




성녀 스콜라스티카 동정 기념 마르 7,31-37(17.2.10)


“‘열려라!’ 하고 말씀하시자 그의 귀가 열리고 혀가 풀렸다.”(마르 7,35)





Jesus heals the deaf man






열린 귀와 풀린 혀로

 

귀먹으면 소리가 들리지 않고 듣고 싶어도 들을 수 없습니다. 인간과 세상과 피조물의 소리, 생명의 함성을 받아들일 수 없는 처지에 놓이는 것입니다. 말을 더듬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마음과 느낌을 능동적으로 전하고 나눌 수 없는 상태임을 말해줍니다.

귀먹은 반벙어리는 받아들임의 길과 나가는 길이 모두 막혀 있으니 암흑과 절망 상태에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오감을 통해 세상사와 피조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표현하고 나누며 살아가지요. 그런데 귀가 먹고 혀가 굳어버린다면 사실상 죽음 상태에 있는 비참한 인생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귀먹고 혀가 굳은 상태는 육체적인 것 이상으로 정신과 영적 삶에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듣기 좋은 말이나 듣고 싶은 말만 들으려 하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며, 입맛에 맞는 것만 찾고, 내 기준에 맞거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을 더 적극적으로 얘기하곤 하지요.

문제는 내가 원하는 것, 나에게 좋은 것,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듣고 싶은 것을 찾는 데에 집중할수록 마음도 영혼도 굳어진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죄의 원인이요 얼굴입니다. 인류 타락의 원인은 인간이 하느님을 믿지 않고, 하느님처럼 되려고 하는 교만에 있습니다(창세 3,1-8). 자만심은 모든 악의 뿌리입니다.

하느님의 뜻은 모든 것을 사람들이 사랑으로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서로 나누면서 자유롭게 살라는 것입니다. 교만한 인간은 하느님의 계획을 무시하고 제 뜻대로 삶으로써 물질과 탐욕의 노예가 되어 스스로 실낙원(失樂園)으로 들어가 숨어버립니다. 그런 사람은 하느님과의 관계가 막혀버리니 귀먹고 눈멀며 혀가 굳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우리는 귀가 먹어 아무 것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혀가 굳어 아무것도 전하고 나누지도 못하는 어리석고 비참한 사람이 되어서는 안되겠습니다. 귀를 열고 내 밖의 소리와 뜻과 마음을 잘 받아들이고, 내 마음에 있는 성령의 선물들과 선의와 사랑을 표현하고 나누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귀먹고 말을 더듬는 이의 귀를 열어주시고, 혀를 풀어 말 할 수 있게 해주십니다(마르 7,32-35). 귀먹고 말을 더듬는 이처럼 우리 안에도 막히고 맺히고, 얽힌 부분이 있지요. 이런 상태를 풀어내고 뚫는 것은 우리 자신의 힘만으로는 될 수 없습니다. 예수님의 손길이 필요합니다. 그분과의 깊은 인격적 친교가 있어야 참 자유와 해방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 참된 평화와 사랑의 소통을 막는 굳은 부분이 무엇인지 성찰해보았으면 합니다. 하느님을 무시하고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지 않는 교만과 무관심의 뿌리를 알아내야겠지요. 내가 무엇을 한다는 내 중심의 사고나 내 생각에 사로잡힐수록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는 영적 불구자가 될 수 있음을 기억하는 오늘이었으면 합니다.

주님, 저를 만져주시어 당신 신성을 깨닫게 해주시고, 저의 절망과 황폐함과 어둠을 가져가소서! 저의 굳은 마음과 생각을 도려내시고, 온유한 마음과 열린 귀, 사랑과 선을 실어나르는 부드러운 혀를 허락하시어 당신을 찬미하게 하소서!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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