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반벙어리

- 윤경재 요셉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마르7,33~35)

제 학교친구 중에 조금 말 더듬는 애가 있었습니다. 머리도 좋고 공부도 잘했습니다. 다만 말을 빨리하는 편이었습니다. 엉뚱한 데가 있어 그 친구가 말하는 것이 허황된 것처럼 들릴 때가 많았습니다. 그럴 때면 더 심하게 말을 더듬어 우리는 그가 허풍떤다는 것을 금세 알아챘습니다. 그 친구는 부끄럼을 많이 타서 조금이라도 낯선 사람들이 끼면 말을 더 더듬었습니다.

그 친구가 말더듬이를 치료하러 웅변학원에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학원 원장님이 우선 말할 때 숨 쉬는 것부터 배우라고 했답니다. 숨찰 때까지 참지 말고 옆 사람이 들리도록 자주 숨을 들이쉬고 내쉬라고 하였답니다. 그것도 배로 복식호흡을 하듯 천천히 깊게 쉬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말도 천천히 하라고 충고하더랍니다.

말을 더듬으면 바보라고 놀릴까봐 공포감이 생겨 움츠러든답니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남이 하는 말을 듣지 않게 된답니다. 심하면 자폐에 빠질 수도 있답니다.

우선 남의 말이 다 끝날 때까지 참고 들어주라고 하였답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들어가며 말하라고 충고하였답니다. 천천히 느긋하게 남의 말과 자기의 말을 들어가며 말하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고 감정의 변화를 느껴가며 말하고, 남들이 듣고 즐거워하는 이야기를 찾아서 해주라고 합니다. 대화를 즐기면서 적극적으로 끼어들라고 합니다.

교정을 받은 후 제 친구는 첫마디만 두 번 반복하여 더듬을 뿐이었으며 그것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우리가 외국에 나가보면 무엇보다 귀가 열리지 않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없어 답답합니다. 외국어를 잘하는 비결이 먼저 그 나라 말을 알아듣는 귀가 열려야 한답니다.

복음서에서 나오는 사람은 반벙어리라고 합니다. 무엇인가 자기 나름대로 소리를 낼 수는 있지만, 남들과 의사소통이 안 되는 사람을 말합니다. 아마 생활하는데 많이 불편했을 것입니다. 점차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서 생활했을 겁니다.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반벙어리처럼 살아갑니다. 말씀을 알아듣는 귀가 열리지 않아 신앙에 대해 대화를 하긴 하는데 서로 깊은 영적 교류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기도할 때 답답해합니다. 불편하지만 그동안 살아온 눈치로 그럭저럭 지냅니다. 아직 귀가 열리지 않아 주님 말씀을 올바로 알아듣지 못하고 제대로 자기 신앙표현을 못합니다. 소리는 나오는데 반벙어리처럼 얼버무리고 맙니다. 그렇지 않으면 못들은 체 외면합니다.

“하늘을 우러러보시고”

7,34절에서 보여 주시는 예수님의 기도 모습입니다. 온 몸을 하느님께 향해 질문하며 귀를 기울이고 대화하는 자세입니다. 우리도 하느님께 당신의 뜻이 어디 있는지 물어야 합니다.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혹시 나의 의지는 아닌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뜻을 알아듣고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고 말하는 자세입니다.

듣는 귀가 닫힌 것은 바로 우리의 의지가 그분께 귀 여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귀 열어 들어본 적이 없기에 분명치 못한 발음만 나오는 것 아닐까요? 자기 목소리만 내어 타인에게 소음처럼 들리는 것은 아닐까요? 소통이 안 되는 대화는 소음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기도 중에 어렴풋이 그분의 뜻을 알아듣는 경험을 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서도 내 뜻과 다르면 실망합니다. 내 뜻과 같아질 때까지 계속 딴 생각을 먹습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알아들은 것이 아닙니다. 그 결과 어떤 이는 ‘기도 병’을 앓기도 합니다. 그 병은 기도는 열심히 하는데 전혀 기쁘지 않습니다. 심지어 육체적으로 고통까지 앓습니다. 바로 자신의 뜻과 갈망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한 억울한 심정이 표현된 것입니다. 그 후론 기도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됩니다.

“한숨을 쉬시며~ ‘에파타’ 곧 열려라 하셨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한숨을 쉬어야 합니다. 물론 예수님께서 쉬신 한숨은 성령을 주시는 사랑의 동작입니다. 하늘의 문이 열리고, 인간의 귀가 열리도록 하는 요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한숨을 어떨 때 쉬던가요? 어렸을 때 부모님께 종아리 맞고 나서 실컷 울고 난 뒤에 어떠했습니까? 그때 쉬는 한숨은 우리에게 묘한 기쁨과 활력을 주었습니다. 또 걱정, 근심하다가 나오는 한숨은 잠시 위로를 줍니다. 긴장할 때 쉬는 한숨은 여유를 줍니다.

한숨은 바로 방향 전환을 뜻합니다. 그리고는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게 만들어 줍니다. 한숨을 쉬면서 그분의 뜻이 어디 있는지 묻고, 그분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