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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빵을 많게 하는 기적 읽기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11 조회수1,393 추천수12 반대(0) 신고

 

빵을 많게 하는 기적 읽기

 

- 윤경재 요셉

 

 

 

마르코 복음서에는 빵을 많게 하여 나누어주는 기적이 두 대목 나옵니다. 제목도 오천 명을 먹이시다사천 명을 먹이시다로 되어 있습니다. 두 대목에서 나오는 단어도 약간씩 차이가 납니다. 그 단어들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기적을 왜 두 번씩이나 언급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수비학에서 숫자 4는 사방팔방의 동서남북 방위를 뜻하여 온 세상을 나타냅니다. 숫자 5는 하나의 원, 즉 서클을 뜻합니다. 하나의 공동체를 말하며 어느 정도 외부와 닫힌 공동체를 지칭합니다.

 

오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은 유다 공동체에게 베푸신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나오는 단어들도 목자 없는 양들’ ‘가르쳐주기 시작하다’ ‘이백 데나리온’ ‘푸른 풀밭’ ‘찬미(eulogeo)’ ‘열두 광주리’ ‘가득 차(pleroma)’ ‘장정만도 오천 명등등 유대인들의 말투가 나타납니다.

 

사천 명을 먹이시는 기적은 이방인과 그리스인들에게 베푼 기적입니다. 나오는 단어들도 군중’ ‘사흘 동안’ ‘먼 데서 온’ ‘감사(eucharisteo)’ ‘일곱 바구니’ ‘사천 명’ ‘돌려보내시고(파견)’ 등등 초기 그리스 기독교공동체가 사용하던 용어가 등장합니다. 지금 우리가 지내는 미사성제를 감사제, Eucharist라고 부르는데 그 기원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빵을 많게 하시는 기적은 탈출기16장과 민수기11장에 나오듯 하느님께서 모세와 이스라엘 백성에게 만나와 메추라기를 주시는 기적을 상징하며, 열왕기하 442절 이하에서 엘리사가 보리빵 스무 개로 백 명을 먹인 기적을 본받았으며, 여호수아가 양떼를 푸른 풀밭으로 몰아가듯 이스라엘 무리를 이끈 것에 비교됩니다. 즉 예수께서는 새로운 모세, 새로운 엘리사, 새로운 여호수아의 모습을 합친 분으로 묘사된 것입니다. 그것도 이스라엘 공동체뿐만 아니라 전 인류 공동체까지 확장된 모습입니다.

 

구약과 두드러진 차이는 예수께서는 빵을 나누시기 전에 하늘을 우러러 찬미와 감사를 드렸다는 점입니다. 모세와 엘리사가 전혀 생각하지 못한 행동입니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행동은 하나의 규범이 되었습니다. 그럼으로써 빵을 나누는 기적이 ‘Ritual(전례의식)’이 되었습니다. 리추얼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일정한 행동을 뜻하는데 겉모습은 습관과 비슷합니다. 그러나 그 내용과 의미는 다릅니다. 습관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행동의 반복에 지나지 않으나 리추얼은 일정한 의미부여정서적 반응이 동반됩니다. 종교적 리추얼은 공동체 의식과 더불어 마음이 고양되고 감동하며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전해집니다. 리추얼은 의식에 참여한 사람들의 기억을 재구성하고, 의미를 확고하게 하며 재생산 합니다.

 

또 예수님의 행위는 시선처리가 남달랐습니다. 나와 네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을 향해 우러러 보는 것입니다. 인간은 마주보면 질투와 시비와 전쟁이 유발됩니다. 설득과 대화도 마주보면 한쪽이 포기하기 전에는 끊임없이 지속될 뿐입니다. 인간의 사랑도 마찬가지입니다. 남녀 간의 사랑에도 유효기간이 있다는 것이 판명되었습니다. 서로 마주보는 것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3의 지향점을 같이 바라볼 때 평화와 사랑과 우정이 지속되며 또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게 됩니다.

 

복음서에서 특별한 점은 예수께서 축복과 감사를 드린 다음, 빵과 물고기를 제자들에게 주시며 군중에게 나누어 주라고이르셨고, 곧바로 사람들은 배불리 먹었다.’라고 기술합니다. 그 사이에 빵이 어떻게 늘었다든가, 사람들이 놀랐다든가,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등의 이야기가 전혀 없습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제자들은 가지고 있던 몇 개의 빵과 물고기를 아무런 의심 없이 그냥 나누어주었습니다. 자기들이 굶을 것인지 아닌지, 뒷감당이고 뭐고 결과를 고려하지 않은 즉각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예수님과 제자들이 보인 주저함이 없는 행동은 다름 아닌 말씀을 나누는 행동이었습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4,4) 예수께서 광야에서 악마의 유혹을 이기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이처럼 예수께서는 빵을 나누면서 동시에 말씀을 나눈 것입니다. 말씀은 요한복음서 내용대로 곧 예수님 자신입니다. 어찌 보면 무모하게 보이는 예수님과 제자들이 자신을 나누어주는 행위를 목격한 사람들은 자신들도 이제는 수혜를 받아야 하는 대상자가 아니라 예수님과 제자들처럼 사랑을 나누는 주체자가 되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고 그대로 실행하였습니다. 그 때 그 시간에 그들 모두 예수가 되었고 제자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배가 불렀습니다.

 

교회는 매 미사성제 시간에 주님의 말씀과 현존을 나누어 받아먹습니다. 그럼으로써 우리 안에 예수님께서 들어오시어 사시는 것입니다. 빵을 많게 한 기적에 대해 그 어떤 설명보다 확실한 증명은 내가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는 데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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