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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혼의 목소리와 성령의 목소리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12 조회수1,288 추천수8 반대(0) 신고


 

혼의 목소리와 성령의 목소리

 

- 윤경재 요셉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마태5,20)

 

 

 

가끔 예수께서 왜 유대인으로 이스라엘 땅에 오셨을까하고 생각해 봅니다. 제 좁은 소견으로는 그 이유를 전부 깨닫기 힘들겠지만, 그 당시 전 지구에서 이스라엘 민족이 하느님의 현존에 대하여 가장 잘 인식하였고, 하느님의 정의를 가장 열망하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또 유대인들은 인간이 영과 혼과 육이라는 3층 구조로 되었으며, 우리 안의 영이 하느님의 영, 곧 성령을 만나면 거룩하게 변화되어 신적 인물이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 오셔서 제대로 가르쳐 주실 때까지 실제로 성령을 영접한 사람은 아주 적었습니다. 심지어 요한복음서 저자는 739절에 이는 당신을 믿는 이들이 받게 될 성령을 가리켜 하신 말씀이었다. 예수님께서 영광스럽게 되지 않으셨기 때문에, 성령께서 아직 와 계시지 않았던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이 말은 성령이 예수 안에 계시지만, 아직 영광스럽게 되지 않으셔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지 못하셨다는 말입니다.

 

성부께서 인간을 처음 창조하실 때 생명의 근원인 당신의 영을 부어주셨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 안에 거하는 영을 잠자는 상태로 두었고 어떻게 해야 영이 깨어나는지 몰랐습니다. 오직 유대인들만 그런 영의 존재를 인식하였습니다. 그리고 영이 잠든 이유를 아담이 범죄 한 탓이라 여겼습니다.

 

성령은 사랑의 영입니다. 성부와 성자께서 인간을 사랑하시어 성자께서 영광스럽게 되셨을 때 모든 사람에게 무상으로 나누어 주셨습니다. 성부, 성자, 성령께서 삼위이면서 하나이신 것처럼 우리도 서로 사랑으로 하나 되라는 뜻입니다. 성령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성령은 인간 몸 안 깊숙이 중심으로 자리 잡아 우리에게 삶의 활력을 줍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은 혼과 육만을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갑니다. 자신 안에 있는 영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니 성령은 더더욱 알기 어렵습니다. 혹 성령에 대해서 알아도 성령의 위상과 그 능력 전부를 옳게 깨닫지 못합니다. 성령을 깨닫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 잠든 상태의 영을 깨워 살아 계신 성령을 영접하도록 하여야 합니다. 성령을 영접하기 전까지 나의 영은 실상 살아있는 것이 아닙니다. 성령을 영접해야 비로소 내 안의 영이 생명을 얻어 성령께 모든 지위와 권한을 양보합니다. 우리가 성령을 받아 모시면 우리는 하느님을 아빠라고 부를 수 있게 됩니다. 성령을 모르면 우리는 고아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 몸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것이 육입니다. 육은 우리가 볼 수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혼은 조금 안쪽에 있으며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습니다. 영은 우리 존재의 근원임에도 보고 느낄 수 없기에 우리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생각하고 느끼는 것만이 실재라고 착각하며 삽니다.

 

혼은 지성, 의지, 감정 작용을 합니다. 또 육은 감각작용을 통하여 외부자극을 수용합니다.

 

혼은 자신만의 특별한 특징이 있습니다. 혼은 구심력과 원심력 양방향으로 움직이고 지향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영을 바라볼 수도 있으며, 육을 통해 세상과 접촉하여 삶을 실천하기도 합니다. 혼은 이렇게 때에 따라 수렴하기도 하고 발산하기도 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밖으로 펼쳐야 할 때가 있고 안으로 갈무리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혼이 지닌 성질을 깨달아 두 방향으로 원활하게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혼이 시선을 성령에 고정하고 성령에 따르는 것을 관상이라 부르며, 수덕이라고도 합니다.

 

성령을 바라보아야 할 때는 성령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러나 혼과 육을 사용하여 이 세상과 이웃과 접촉하여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는 성령의 목소리가 명령하는 바대로 실천해야 합니다. 이런 것이 성령의 움직임을 따르는 삶이며 주님께서 내 안에 산다고 하신 바오로 사도의 체험입니다.

 

관상해야 할 때에는 혼이 성령에만 집중하고, 일을 통해 삶을 영위해야 할 때는 혼은 영의 뜻을 따라 육을 다스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의 혼과 육이 정화되고 지상에 하느님 나라가 좀 더 일찍 실현될 것입니다.

 

내 안에 계신 성령이 진짜 나입니다. 성령을 모르는 혼과 육은 가짜입니다. 요한복음서 620절 예수님께서 나다!(에고 에이미)’라고 하시며 강조하신 진리입니다. 성령께서 내 좁은 공간 안에서 마음껏 활동하시면 내 혼과 육은 언제나 제대로 작동합니다. 혼의 속성인 知情意가 제대로 작동합니다. 지성은 늘 올바른 판단을 내리며, 의지는 하느님의 일만을 바라며, 감정은 기쁨과 정의감과 슬픔과 즐거움을 조화롭게 사용할 것입니다. 그리고 몸은 늘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할 것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성령의 영접 없이 나의 혼과 육의 움직임만으로 영에 다가가려면 결코 성자의 영광에 이를 수 없습니다.

 

혼이 성령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면 저절로 성령의 감화를 받아 성령의 능력이 다운로드 됩니다. 성령은 언제나 평화롭고 완벽하고 온전합니다. 이럴까 저럴까 헷갈리지 않습니다. 데카르트는 혼의 능력만으로 명석판명(clear and distinct)에 이르려 하였으나 이원론에 빠졌습니다. 영의 도움을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육은 혼돈이고 혼은 개념적 이해입니다. 영은 체험적 이해입니다. 성령은 자명한 이해입니다. 성령의 열매가 지혜를 줍니다.

 

우리의 영 안에 이미 모든 것을 아시는 그리스도의 지혜가 담겼습니다. 이 지혜가 혼과 육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계시라고 부릅니다. 성령은 당신만의 독특한 방법으로 혼에게 신호를 보내주십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혼과 육 상태에서만 생각하고 판단하려 합니다. 그러기에 성령이 보내주시는 신호를 듣지 못합니다. 성령으로 깨어나고 거듭나야 그리스도의 목소리를 받게 됩니다. 혼과 육은 지속적으로 성령께 매달려야 합니다.

 

혼과 육적인 실존은 결국 영적인 실존에 굴복합니다. 혼과 육의 정화가 성령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성령이 주인공이 되면 혼과 육에게 주권을 행사하게 됩니다.

 

, 즉 마음이 성령의 지시에 따라 안으로 들어올 때 들어오고, 밖으로 나갈 때 나가는 것이 참 인간의 의로움입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은 매사에 정직하고 경건하며 신심 있는 사람들로 통했습니다. 하느님을 경외하고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자 애쓰는 사람들이라고 알려졌습니다. 평신도로서 사제와 같은 삶을 살고자 자발적으로 정결례를 지키며 기도와 자선 그리고 단식을 기꺼이 실천했습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그것만으로는 미흡하다고 하십니다.

 

바리사이와 율법학자들이 베푸는 자선과 의로움이 왜 미흡한지 다섯 가지 대조 말씀으로 가르쳐 주셨습니다. 하느님의 권능, 즉 성령에 마음과 귀를 열지 않고 자력으로 올바른 사람이 되겠다는 사람은 혼과 육만으로 살아가겠다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결국 영을 제외시키는 거짓 삶이기 때문입니다.

 

살인하지 말라.’ ‘간음하지 말라.’ ‘거짓 맹세하지 말라.’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네 이웃을 사랑하고, 네 원수는 미워하라.’라는 율법은 혼의 목소리입니다. 사실 보통 사람은 이마저도 지키기 쉽지 않습니다. 성령께 의탁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께서는 성령의 목소리를 들으면 혼이 말하는 표면적인 가르침의 한계를 돌파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혼의 명령을 지키고자 하여도 우리를 귀찮게 하는 사람, 우리에게 이유 없이 반감을 품은 사람들을 대할 때 무력감을 느끼게 됩니다. 내게 상처를 준 사람을 용서하려 할 때 우리 혼자서는 해 낼 수 없다는 한계를 느낍니다. 이럴 때 성령께 맡겨보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라는 말씀입니다. 지혜이신 당신께서 미리 준비해 두셨음을 믿고 맡겨보라는 말씀입니다.

 

바리사이의 의로움을 그대로 따라 해보고 나서 의심해보고, 믿고 체험해 보아, 지혜와 하나 된 사람만이 주님을 찬미하게 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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