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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평범한 자비와 겸손의 삶이야말로 / 연중 제6주일[가해]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12 조회수985 추천수1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시자 그 추운 날씨에도 며칠 동안 명동 성당 앞에 늘어선 추모객은 줄지 않았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슬프면서도 아름다웠던 그 기억은 이 땅의 그리스도인뿐 아니라 교회를 넘어 그분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사람들이 바르고 아름다운 삶을 사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사람마다 추기경님의 모습을 더욱 생생히 떠올리며 생각하게 되는 분위기가 있을 게다.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의 사진을 보면 만인을 품으신 그 인자하신 마음이 스며온다.

 

네 눈이 너를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빼어 버려라. 온몸이 지옥에 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게 낫다. 또 네 손이 죄짓게 하거든 그것을 잘라 던져라.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지체 하나를 잃는 게 낫다. ‘자기 아내를 버리는 자는 그 여자에게 이혼장을 써 주어라.’하신 말씀이 있다. 그러나 너희에게 말한다. 불륜을 저지른 경우를 제외하고 아내를 버리는 자는 그 여자가 간음하게 만드는 거다. 또 버림받은 여자와 혼인하는 이도 간음하는 것이다.(마태 5,29-32 참조)

 

윤리적으로 완전한 이는 아무도 없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라는 말처럼, 내 의도와 속내까지 깨끗하다고 자부할 이는 없기에.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이렇게 철저한 내면적 도덕 가치를 요구하시는 걸까? 그것은 우리의 육체적 감각이 지닌 편향성 때문일 게다. 사실 병은 자신 안에 있는 이성을 잃고 동물적인 것을 탐닉하는 데 있다. 갈망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면, 영혼이 지향하는 것도 보이기에.

 

오늘 예수님 말씀은 우리의 숨을 꽉 막히게 합니다. 형제를 미워해서도, 원망해서도 안 된단다. 잠시 음욕만 품어도 간음한 것이 되고, 눈이 죄를 지으면 눈을 죄다 빼 버리고, 손이 죄를 지으면 손을 몽땅 잘라 버리는 것이 온몸이 지옥에 던져지는 것보다 낫단다. 하루도 죄짓지 않고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너무도 잘 아시는 분께서 우리에게 너무나 이렇게 가혹한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 어쩌면 더 두렵기도 하다.

 

그런데 이 두려움은 우리를 향한 애틋한 한결 같은 그분 사랑으로 다가온다. 죄가 주는 아픔과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주님이시기에, 우리가 죄에 빠지지 않기를 바라시는 간절한 마음이 역설적으로 녹아 있는 것 같다. 사실 이는 우리가 죄짓는 것을 미리 예방하고 그 뿌리부터 차단하고자 단호하게 말씀하시는 것이리라.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형제가 잘못하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하라.”고 하셨다. 그 말씀은 우리에게만 시키시는 게 아닌, 당신께서 이미 이렇게 우리를 용서하셨다. 간음한 여인을 용서하시고, 죄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세리를 품으셨다. 우리가 죄를 피해야 하는 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닌, 사실은 이런 주님 사랑 때문일 게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아호는 질그릇을 뜻하는 옹기이다. 과연 우리는 질그릇인가? 뭇사람은 별과 같은 존재, 보석과 같은 존재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추기경님이 다르신 이유는 바로 별이 아니라, 아니 흔히 보는 보석이 아니라, 질그릇이 되셨기 때문일 게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직접적인 인연이 없어도 그리워하는 이가 있다. 김 추기경님은 그러한 옹기 같은 분이셨기에 여전히 수많은 이의 영적인 아버지가 되셨던 거다. 질박한 옹기그릇처럼 진실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자. 그러한 자비와 겸손의 삶이야말로 우리가 그리는 그분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사랑의 선물이라 여겨진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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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 옹기,질그릇,겸손,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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