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오는 11월 7일에 정순택 대주교님의 팔리움 수여 미사가 봉헌될 예정입니다. 교황님께서 지난 6월 29일에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대주교님께 팔리움을 수여해주셨는데요. 그때에는 상자에 담긴 팔리움을 말 그대로 수여만 해 주셨고, 이번 수여 미사를 통해 관구 내 주교님들과 교우들이 보는 앞에서 대주교님께서 착용하시게 됩니다. 팔리움이 무엇이길래 이런 여러 단계의 절차를 통해 수여와 착장을 소중하게 진행하게 될까요? 오늘 이 시간에는 팔리움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 알아보는 시간을 보내볼까 합니다.” |
팔리움이 무엇일까요?
팔리움(Pallium)은 교황님과 대주교님이 어깨에 착용하는 전례 복장 중 하나입니다. 우리말로는 옮길 말이 적당하지 않아 원어인 라틴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팔리움이 중요한 것은 팔리움이 교황과 관구장의 직무와 권한을 상징하기 때문입니다. 팔리움의 착용만으로도 입으신 분이 교황이거나 관구장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이죠. 팔리움의 중요성을 설명하려면 관구가 무엇인지 먼저 말씀드려야겠네요. 관구는 대교구가 중심이 되어서 산하의 여러 교구와 함께 이루는 우리 교회의 행정 단위입니다. 관구로 묶임으로써 인근의 여러 교구가 인적, 지역적 사정에 따라 공동 사목 활동을 증진할 수 있고, 교구장님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돈독하게 할 수도 있답니다. 이러한 목적으로 인근 지역의 교구들이 결합한 것이 관구입니다. 대교구 산하의 여러 교구가 모여 관구를 이루게 되는데, 우리 서울대교구의 경우 의정부, 춘천, 인천, 대전, 평양, 함흥, 수원, 원주 등의 교구와 함께 서울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이미 관구 제도를 교회 내 호칭을 통해 엿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관구의 중심 교구를 대교구라고 하고, 대교구의 교구장을 대주교라고 하거든요. 그래서 우리 서울관구의 중심인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이 정순택 ‘대주교’님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 한국 교회에서는 서울대교구와 더불어 광주대교구, 대구대교구가 산하 교구들과 함께 관구를 이루고 있습니다. 교회법이 규정하는 관구장의 권한은 다음과 같습니다. 관구 내 교구들에 대해 신앙과 교회 규율이 정확히 준수되도록 감독하며 남용이 있으면 교황님께 알리고, 관구 내 교구장이 교회법적 순시를 태만히 하면 먼저 사도좌에서 승인받은 이유에 따라 순시하며(교회법 제436조), 경우 에 따라 교구장 직무대행을 선임할 수도 있습니다.(제421조 2항, 제425조 3항) 또한, 사정이 있을 경우 개별법으로 규정된 특별한 임무와 권력을 사도좌에서 받을 수도 있으며 (제436조 2항), 관구 내 교구장 다수의 동의 아래 관구 공의회를 소집하며 개최장소, 개회 기간들을 결정합니다.(제442조) 이렇게 교회법이 정하는 규범에 따라 대주교, 관구장으로서 권한을 행사하며 관구를 이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표식이 바로 팔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팔리움의 이 같은 상징성에 따라, 대주교 착좌 이후 3개월 이내 팔리움을 교황님께 청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이 청원이 수락되어 팔리움 수여 미사에서 팔리움을 착용함으로써 비로소 관할 구역 내에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정순택 대 주교님은 작년 12월 8일에 착좌하셨고, 규정에 따라 팔리움을 교황님께 청원하신 후에, 앞서 말씀드린 바대로 지난 6월 29일에 바티칸에서 수여 받으셨으며, 돌아오는 11월 7일에 서울관구 내 다른 주교님들과 교구민들이 보는 앞에서 착용하시게 됩니다.
팔리움은 어떻게 생겼나요?
정확한 생김새는 사진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팔리움은 어깨를 둘러싼 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는 폭 4~6센티미터의 흰색 양모 띠이고, 양쪽 끝은 가슴과 등으로 내려오게 되어 있습니다. 여섯 개의 작은 십자가로 장식되어 있는데, 가슴과 등의 끝부분은 검정 비단으로 단을 대어 감싸져 있습니다. 또한, 가슴과 등과 왼쪽 어깨 부분에는 보석이 박힌 브로치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팔리움은 그리스도께서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 어깨에 짊어졌던 것을 상징합니다. 팔리움의 생김새는 이 그리스도의 어린양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 팔리움은 실제 어린양의 흰 양털로 만듭니다. 또한, 가슴과 등 끝부분의 검은색은 어린양의 발굽을 뜻하며, 가슴, 등, 왼쪽 어깨 부분의 브로치 장식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박힌 못을 상징합니다.
팔리움과 어린양의 관계를 알려주세요.
그렇습니다. 팔리움은 관구장의 관할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전례적 휘장이라고 위에서 말씀드렸는데요. 동시에 길 잃은 양과 자기 양 떼에게 생명을 주는 착한 목자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초대 교회의 성화에서는 어깨에 어린양을 둘러맨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어린양의 양털로 만든 팔리움을 대주교님이 어깨에 메는 것은 바로 그러한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니, 어린양의 양털이야말로 교황님과 일치하여 충실히 직무를 수행하며 신자들에게 생명을 전해주려고 애쓰는 대주교님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잘 드러내는 것 같지 않나요? 그런데 교회의 성미술의 전통 속에서 어린 양과 함께 표현되는 성인이 한 분 계십니다. 바로 성녀 아녜스입니다. 아녜스 성녀는 하느님께 약속했던 순결을 지키려고 애쓰다가 현재 로마의 나보나 광장에 끌려 나와 양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칼에 찔려 순교했습니다. 그리하여, 현재 팔리움은 아녜스 성녀를 기리는 전통 속에서 제작되고 있습니다. 먼저, 성 로렌초 수도원의 수녀님들은 직접 기른 어린양 두 마리를 교황님께 봉헌합니다. 이 어린양들은 매년 성녀 아녜스의 축일인 1월 21일에 성녀의 무덤 위에 세워진 성 아녜스 성당에서 교황님께 축복을 받습니다. 그러면 산타 체칠리아 수도원의 수녀님들이 축복 후에 방금 깎은 양털로 산타 마르타의 집에서 팔리움을 제작하게 되지요. 새로 팔리움을 수여받으신 정순택 대주교님을 비롯하여, 우리 한국 교회의 대주교님들이 각 관구에서 우리 신자들을 잘 이끄실 수 있도록 기도로 힘을 보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주보 2022년 10월 30일자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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