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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2.16 목/ 목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놓는 참 신앙고백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2-15 조회수1,369 추천수7 반대(0) 신고




연중 6주 목, 마르 8,27-33(17.2.16)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마르 8,29)





Peters confession about Jesus






목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내놓는 참 신앙고백

 

우리는 마르코 복음의 후반부로 가는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복음의 전반부(1,1-8,26)는 감춰져 있고 힘겹게 성장해 가는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전합니다. 한편 베드로의 고백으로 시작되는 후반부는 어떻게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있는가를 얘기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카이사리아 필리피 근처 마을로 향하십니다. 이곳은 기원전 2-3년에 헤로데 필리포스가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기리려고 요르단강 근원지에 세운 도시입니다. 염소머리를 한 자연신 판(pan) 숭배에 빠진 동굴로 특히 유명한 이 이교 도시에서, 매우 역설적으로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이 고백됩니다.

예수님께서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 하고 묻자 베드로가, “스승님은 그리스도이십니다." 하고 고백합니다(8,29). 이어 그분께서 고난을 받고 죽었다가 사흘 만에 살아날 것이라고 하시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꼭 붙들고 반박합니다(8,32).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한다’ 하시며 그를 엄하게 꾸짖으십니다(8,33).

베드로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예수님의 뒤를 따르며 그분의 가르침과 구원행적으로 듣고 보아왔지요. 그런데도 하느님의 신비를 이해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베드로가 고백한 것처럼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나 먼저 고난을 겪고 십자가상의 죽음을 거쳐서 부활의 영광을 누리는 그리스도이시지요.

제자들은 역설과 신비로 가득한 주님의 계획을 받아들일 수 없는 가혹한 현실에 직면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분과 함께 지내왔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 현실을 뿌리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사람이 되어오신 예수님의 인간됨, 곧 인성(人性)에 사로잡혀 있었기에, 그분이 수난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영광에 이르실 하느님이심을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베드로의 신앙고백은 제자라면 겪어내야 할 수난과 죽음을 빼놓아버린 고백이었을 것으로 봅니다. 제자들은 참된 신앙고백은 예수님의 부활사건을 체험하고 난 뒤였지 않습니까? 제자들의 신앙은 그렇게 서서히 성숙되어가는 역사적 여정이요, 하느님 안에서 예수님과 더불어 성장해가는 순례라 할 것입니다.

나의 내면과 살아가는 처지가 바로, 이교 신을 모신 동굴이 있는 또다른 카이사리아의 필립비로 둔갑해 있지는 않습니까? 하느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며, 내가 원하는 인간적인 면모에만 사로잡힐 때는 없습니까? 목숨을 내놓은 희생을 외면한 채 내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거짓으로 고백하지 말아야겠지요.

그렇다면 우리 또한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하셨던 질책과 엄한 경고를 듣게 될 것입니다. 사탄은 나와 무관한 괴물이 아니지요. 내가 제자다움을 망각해버릴 때, 말과 생각으로는 능숙하고 화려하게 주님에 대해 말하면서 십자가를 거부할 때, 그 순간 사탄이 되어버림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보이지 않은 하느님의 제자로 산다는 것은 험한 세상을 사는 것 이상으로 힘겨울 때가 많습니다. 세상의 고통과 유혹도 만만치 않지요. 그럼에도 예수님을 따르는 길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목숨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내어놓음으로써, 그리고 하느님의 선물이 아니라 하느님께 집중하는 길임을 깊이 새겨야겠습니다.

주님! 오늘도 사람의 일에 한눈을 파는 사탄이 되지 않도록 저를 사로잡아주시어, 당신의 일에 몰두하는 행복한 제자가 되게 하소서! 아멘.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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