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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골방은 어떤 곳인가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01 조회수1,287 추천수13 반대(0) 신고

 

 

 

골방은 어떤 곳인가

 

- 윤경재 요셉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마태6,3.6.18.)

 

 

 

세계에서 가장 좋은 향수들의 원료인 장미향 에센스는 발칸 산맥이 지나가는 불가리아 카잔루크 지방에서 생산된다고 합니다. 그곳은 사방 어디를 봐도 장미꽃 천지라고 합니다. 향수 제조자는 반드시 한밤중에 일어나 장미꽃을 땁니다. 기온이 떨어져 가장 추운 밤12시부터 장미를 따기 시작해서 두 시간 안에 일을 끝내야 합니다. 하루 중 기온이 가장 낮고 고요한 한밤중 그것도 짧은 시간 내에 장미를 따는 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장미는 한밤중에 가장 향기로운 향을 머금고 발산하기 때문입니다. 태양이 비치는 낮에는 장미향이 날아가 오히려 40퍼센트 가량 감소된다고 합니다.

 

장미향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생명의 에센스는 만물이 쉴 때, 드러나지 않고 고요한 시간과 장소에서 주로 만들어집니다. 번잡하고 산만한 환경에서는 질 좋은 에센스가 쌓이기 어렵습니다. 인간의 성장 호르몬도 한밤중 잠자며 휴식할 때 제일 왕성하게 분비된다고 합니다.

 

한의학적으로는 밤은 음기가 왕성해져 부족한 氣를 보충하고 수습하는 시간이며 낮은 양기가 활동하여 氣를 발산시키는 시간입니다. 기는 발산하기만 하면 반드시 고갈됩니다. 기가 고갈될 때 나타나는 증상을 음허화동이라고 부릅니다. 공연히 얼굴이 뜨거워지고 흥분을 잘하며 입이 마르고, 불면증, 심장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 땀이 삐질 삐질 나며, 울화증, 몸이 마르는 증상이 오게 됩니다. 요즘 우리사회에 음허화동에 걸려 고생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습니다. 이럴 때는 꾸준히 음기를 아끼고 보충하여야 하고, 양기가 쓸데없이 치솟는 일을 삼가야 합니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의미를 영과 혼과 육의 관계로 설명하면, 음허화동은 우리의 겉모습에 지나지 않는 혼과 육인 에고가 궁시렁거리는 것입니다. 에고는 늘 자신의 경험치를 최고 진실인양 확신하고 삽니다. 내안의 참나인 영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또 에고는 습관의 지배를 받기 때문에 방향전환이 어렵습니다. 습관은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본능에서 쌓인 것이기에 여간해서는 바꾸기 힘이 듭니다. 그래서 우리 몸의 진짜 주인공인 하느님의 성령을 모르는 체하게 되고 자기주장을 우선으로 내세웁니다. 마치 가장 어리석은 자가 가장 똑똑한 체하는 짓과 같습니다.

 

고요함 속에서 성령의 움직임에 의탁할 때 가장 좋은 에센스가 모이고 성장 호르몬이 왕성해진다는 걸 깨우쳤으면, 잘난 체하고 궁시렁대기 좋아하는 에고더러 입 다물고 순순히 영의 뒤를 따르라고 명령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지탄받는 위선자들의 행동은 모두 자신이 옳고 최고인줄 아는 에고에게 주인공 자리를 빼앗겨 버린 어리석음 때문에 나왔습니다. 위선자들은 다른 위선자들의 행동을 금세 파악합니다. 그래서 칭찬을 받으려 하거나 나팔을 불면, 곧바로 서로 시기하고 뒷담화를 해댑니다. 그러니 에고가 원하는 상을 받을 수조차 없습니다.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게 됩니다. 헛바람만 채우게 됩니다.

 

위선자들이 행하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애완동물에게 먹이를 주듯 에고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일 뿐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바라시는 자선과 기도와 단식은 방향이 다릅니다. 자신의 에고를 먹여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에고를 점점 작게 축소시켜 결국 예수님 안으로 편입되고 사라지게 하는 것입니다.

 

골방은 겉으로 드러나는 장소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가리킵니다. 자신의 내면은 아무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외딴곳입니다. 자유와 독립성이 유지되는 마지막 터전입니다. 오로지 순수한 영만이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런데 에고란 놈이 폭력으로 그 자리를 강탈하려 듭니다. 에고는 영의 명령을 들어야 마땅한데 도리어 자신이 좌지우지하려고 설치고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 때부터 지금까지 하늘 나라는 폭행을 당하고 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이 하늘 나라를 빼앗으려고 한다.”(마태11,12)

 

복음서 구절 중에 가장 난해한 구절 중 하나입니다. 교회 역사상 이 구절에 대한 해석이 자주 바뀌었습니다. 초기 수도승들은 이 구절을 하늘 나라를 얻기 위해 단호하게 결심한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해석하여 고행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구절로 이해하였습니다. 그러나 안셀름 그린 신부 등 현대 영성가들은 폭력을 쓰는 사람들이 왕국에 들어오는 사람들을 방해하기 위하여 왕국을 빼앗아 간다.’라고 해석합니다. 가톨릭 새 ‘성경도 그런 뜻으로 번역하였습니다.

 

폭력을 쓰는 자들은 외부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 내부에도 있습니다. 내부의 적은 가장 은밀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내부의 적은 혼과 육을 부추깁니다. 네가 네 몸의 주인이니 네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꼬드깁니다. 이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사람은 정말 소수에 지나지 않습니다. 악마가 광야에서 예수님을 유혹할 때 사용한 전략도 결국은 네 것이니 네 마음대로 해도 되지 않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예수께서는 이런 악마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본보기로 가르쳐주셨습니다. 바로 성경에 기록된 말씀으로 악마의 유혹을 이겨내셨습니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마라.”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악마의 두 번째 유혹방법은 근심걱정입니다. 악마가 제일 손쉽게 쓰는 방법입니다. 그런 만큼 이겨낼 방법도 쉽습니다. 무시해버리면 그만입니다. 그런 유혹의 소리가 들려올 때 ‘몰라’ ‘괜찮아하고 소리 내어 읊조리면 됩니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근심걱정은 사라지게 마련입니다.

 

우리도 예수님을 본받아 성경 말씀으로 유혹을 물리쳐야 합니다. 얼른 영의 처소인 골방으로 들어가 성령의 목소리에만 집중하고 청종(聽從)해야 합니다. 평소에 영의 목소리를 듣는 훈련을 통해 영과 에고를 확실히 구별하고 감히 에고 나부랭이가 골방에 범접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그러면 영은 언제나 진리와 자유를 주실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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