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랑을 두고 모험하시는 하느님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02 조회수1,246 추천수13 반대(0) 신고


 

사랑을 두고 모험하시는 하느님

 

- 윤경재 요셉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정녕 자기 목숨을 구하려는 사람은 목숨을 잃을 것이고,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그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게 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루카9,23~25)

 

 

 

2차 세계대전 중 독일 전투기가 어둠이 내려깔린 런던 시내를 공습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한 아버지가 어린 딸의 손을 잡고 폭탄 맞은 건물에서 달려 나왔습니다. 마당 한가운데에는 며칠 전 투하된 포탄 때문에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나 있었습니다. 가능한 빨리 은신처를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아버지는 그 구덩이 속으로 뛰어 들어가서 손을 들고 딸에게 따라 들어오라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주위의 폭발 소리에 겁을 먹은 데다 어두운 구덩이 속으로 들어간 아버지가 보이지 않자, 어린소녀는 아빠, 아빠가 안 보여!” 하고 울부짖었습니다.

 

하늘은 백색 예광탄 불빛으로 환했고 불타는 건물 때문에 사방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고개를 든 아버지는 구덩이 바로 앞에 선 딸의 윤곽을 향해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네가 보여. 그러니까 뛰어!”

 

꼬마 소녀는 구덩이를 향해 펄쩍 뛰었습니다. 아빠의 모습이 보여서가 아니었습니다. 아빠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과 자신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렸을 거라는 사실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구덩이로 몸을 던지는 소녀의 모험은 내 목숨을 던져 아빠에게 의탁하는 행동이었습니다.

 

우리도 어린 소녀처럼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를 이끄시는 곳이 어떤 곳인지 명확히 분별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이 안전하고 좋은 곳일 거라고 신뢰는 할 수 있습니다. 그분의 강하고 영원하신 팔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절벽 아래로 뛰어 내려도 나를 받아주시고 상처 하나 없이 온전한 생명을 지켜주시리라 믿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자손들 가운데에서 맏아들, 곧 태를 맨 먼저 열고 나온 첫아들은 모두 나에게 봉헌하여라. 사람뿐 아니라 짐승의 맏배도 나의 것이다.”(탈출13,2)

너희의 소와 양에게서 난 맏배의 수컷은 모두 주 너희 하느님께 봉헌해야 한다. 너희는 소의 맏배를 부리거나 양의 맏배의 털을 깎아서는 안 된다.”(신명15,19)

 

유목민이었던 유대인들에게 소와 양의 맏배는 아주 귀한 재산이었습니다. 그 맏배를 통해 얻게 될 이득은 노동력과 고기, 우유, 번식 등 여러 가지였습니다. 그럼에도 이 귀한 재산을 번제로 하느님께 바치라는 명령은 자신의 집착을 끊고 하느님께 눈을 돌리라는 뜻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라는 뜻이었습니다.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은 늘그막이 얻은 외아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소나 양이 아니라 그의 나이 백세 때 정실부인 사라에게서 난 이사악을 바치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명령이었습니다. 이사악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한 존재였습니다. 전 재산을 주어도 바꾸지 않을 만큼 아브라함의 모든 것이었습니다. 그런 이사악을 봉헌하라는 명령은 애착을 끊어버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브라함은 마음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을 것입니다. 온갖 생각으로 머리는 터질 듯이 아팠을 것입니다. 모리야 땅으로 향하는 내내 그는 피땀을 흘렸을 것입니다. 죽을 듯 괴로워하던 아브라함은 아들 이사악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번뜩이며 스치는 어떤 시원한 해답을 깨달았습니다. 그나마 가슴의 응어리가 조금은 풀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불과 장작은 여기 있는데, 번제물로 바칠 양은 어디 있습니까?”

얘야, 번제물로 바칠 양은 하느님께서 손수 마련하실 거란다.”

 

아브라함은 단호하게 칼을 빼들었습니다. 이사악을 향해 내리치려는 순간 천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모든 갈등이 풀렸습니다.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었는지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아브라함은 이 모든 순간들을 다시 떠올리며 하느님의 뜻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곳의 이름을 야훼 이레라 하였습니다.

 

하느님은 아브라함을 믿으셨습니다. 아브라함이 하느님을 믿는 것보다 더욱 강렬하게 믿으시는 모험을 거셨습니다. 우리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우리를 두고 사랑의 모험을 거시고 계십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