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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재의 수요일 다음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02 조회수1,804 추천수13 반대(0)

메뉴판에 아무거나라는 메뉴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무엇을 선택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한 주인의 배려인 것 같았습니다. 저도 주관이 뚜렷하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선택앞에 서면 주저하기도 하고, 당황하기도 합니다. 돌아보면 제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이 참 많았습니다. 부모님을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는 배정을 받았습니다. 군대도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닙니다. 사제가 된 후에도 교구의 인사이동 명령에 따라서 새로운 임지로 갔습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네가 젊었을 때에는 스스로 허리띠를 매고 원하는 곳으로 다녔다. 그러나 늙어서는 네가 두 팔을 벌리면 다른 이들이 너에게 허리띠를 매어 주고서, 네가 원하지 않는 곳으로 데려갈 것이다.”

 

선택의 또 다른 측면이 있습니다. 준비가 된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은 선택의 폭이 넓습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전공과목과 대학을 선택하는데 어려움이 없습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직장을 선택하는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들 중에 중요한 것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1981년에 저는 신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정을 했고, 본당 신부님의 추천을 받아서 신학교에 지원을 했습니다. 신앙 안에서 자란 집안의 분위기도 있었고, 본당 신부님의 모습을 보면서 저도 사제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또 다른 선택은 2005년 해외연수를 신청한 것입니다. 교구에서는 저의 청을 들어 주셨고, 2년 동안 캐나다에서 지냈습니다. 제게는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배려해 주신 교구에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선택과 비슷하면서 다른 말이 있습니다. ‘식별입니다. 선택은 주도권이 나에게 있습니다. 나의 이익, 나의 소망을 따라서 결정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별은 주도권이 하느님에게 있습니다. 공동체에게 있습니다. 우리는 식별의 모습을 예수님과 성모님에게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성모님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몸은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

 

식별의 기준은 무엇인가 생각합니다. 교회에서 맡은 역할일수도 있고, 예비자를 권면한 숫자 일수도 있고, 헌금을 낸 액수일수도 있습니다. 오늘 신명기에서 들려주는 말씀은 식별의 기준이 아주 간단하다고 말을 합니다. 하느님께 순종하는 사람, 하느님의 계명을 충실히 따르는 사람은 많은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지 않고,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는 사람은 하느님의 품 안에서 살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하느님께 순종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고 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 나 때문에 자기 목숨을 잃는 사람은 목숨을 구할 것이다. 사람이 온 세상을 얻고도 자기 자신을 잃거나 해치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

 

우연히 좋은 시를 하나 읽었습니다. 제목은 만남입니다.

겨울이 떠나야

봄이 오려나?

봄이 돌아와야

겨울이 떠날 건가?

 

그게 아니지

봄이랑 겨울이 서로 만나

둘이서 예쁘게 풀꽃 피워서

 

겨울에게 꾳선물 드리고

봄에게 꽃바람 드리고

 

그처럼 예쁘게

꽃선물 꽃바람 주고받으며

떠나고 머무는 거지

 

막연히 겨울은 봄과 사이가 좋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시인은 겨울과 봄이 만나서 좋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만나고 헤어지는 거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남을 흠집 내야만 내가 드러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상생과 화합입니다. 人生은 마라톤이라고 말들을 합니다. 지금 당장은 꽃이 아닐지라도 그것이 내 삶의 거름이 되어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다면 그 길이 가시밭 길 일지라도 주어진 길을 충실하게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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