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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단식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03 조회수1,057 추천수11 반대(0) 신고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단식

 

- 윤경재 요셉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그러면 그들도 단식할 것이다.”(마태9,15)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 583~4절은 이렇게 말합니다. “보라, 너희는 너희 단식일에 제 일만 찾고 너희 일꾼들을 다그친다. 보라, 너희는 단식한다면서 다투고 싸우며 못된 주먹질이나 하고 있다. 저 높은 곳에 너희 목소리를 들리게 하려거든, 지금처럼 단식하여서는 안 된다.”

 

인간은 노동을 통해서 생활을 영위해왔습니다. 소수의 자본가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꾼에 속합니다. 인간은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와 노동으로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노동해야 하는 인간의 조건을 창세기에서는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인류의 조상이 범한 죄로 말미암았다고 해석합니다.

 

너는 흙에서 나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얼굴에 땀을 흘려야 양식을 먹을 수 있으리라.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가리라.”(창세3,19)

 

재의 수요일에 읽는 성경구절입니다. 여기서 인간의 조건을 세 가지로 압축해서 설명합니다. 흙에서 나왔다는 것과 노동을 해야 먹고 살며 먼지로 돌아가리라는 것입니다. 이사야는 이런 인간조건 속에서 이웃과 공감하며 이웃의 고통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참된 단식이라고 천명합니다.

 

가톨릭 사제 출신인 이반 일리치는 노동을 세 가지로 구분하였습니다. ‘자급자족 노동, 임금노동, 그림자노동입니다. 자급자족 노동은 자기가 필요한 것을 직접 생산하는 노동이며 임금노동은 남이 필요한 재화를 임금을 받고 생산하는 것입니다. 그림자노동은 누군가가 노동을 통해 임금과 소득을 얻게 하려고 그림자처럼 임금노동자 뒤에서 무보수로 도움을 주는 노동입니다. 노동은 있으나 눈에 뜨이는 생산품이 없다는 게 특징입니다. 집안에서 행해지는 가사노동이나 돌봄 노동이 이에 속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교묘하게 그림자노동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임금노동자가 되기 위한 교육이라든가, 출근하는데 드는 시간, 자기개발 등입니다. 어떤 서비스를 받기위해 소비자가 발품을 팔거나 시간과 노력을 사용하게 만드는 것 등이 새로운 그림자노동이 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제공해야 할 서비스를 교묘하게 무임금으로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를 말합니다. 가사노동도 질을 높여야 한다며 교묘한 방법으로 경쟁을 시켜 기업의 소비자로 만듭니다. 그림자노동이 무임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써가며 노력해야 하는 것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점점 옥죄어 오는 강도가 세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그림자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더불어 그 한계를 정하여 쓸데없는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적어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요즘 사회학에서는 노동에 대한 연구가 새롭게 시도되고 있습니다. ‘감정노동해석노동이라는 용어가 그런 연구에 힘입어 나왔습니다. 이런 용어 덕분에 우리는 자신과 타인이 노동행위에서 겪는 어려움을 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어떻게 해야 그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지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감정노동이란 직업상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정해진 감정표현을 연기하는 노동을 말합니다. 주로 고객을 전화 통화나 직접 대면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친절함을 잃지 않아야하는 서비스직 종사자들이 겪는 노동형태입니다. 고용주가 교육이나 감독을 통해 직원의 감정을 통제하는 경우를 감정노동을 일으키는 감정업무로 봅니다.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감추고 관리해야 하는 일이 업무의 40% 이상이라면 감정노동에 해당합니다. 판매, 유통, 음식, 관광, 간호, 공무원 대민업무 등 대인 서비스노동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그러나 그 범위가 점점 확장되는 추세입니다. 예전에는 존경받아 마땅하다고 여겼던 교사들도 감정노동자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비스직뿐만 아니라 일반 직장에서도 인간관계나 권력관계로 인한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은 자신의 감정을 감춰야 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에서 옵니다.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이나 번 아웃 증후군(감정적 소진), 우울증을 동반한 심리적, 정서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심할 경우 정신질환이나 심각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해석노동은 어느 직책이나 직위 낮은 계급에 있는 사람이 자신보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보려고 노력하는데 사용되는 노동형태를 말합니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처음 밝힌 용어입니다. 해석 노동의 사례는 주로 여성이나 사회적 약자 일반에게서 나타납니다. 그에 따르면 바닥에 있는 자들은 꼭대기에 있는 자들의 관점을 상상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실제로 그들에게 마음을 쓰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라고 합니다. 사회적 약자들은 어떤 상황을 자기식으로 해석하기보다 권력을 가진 자의 눈으로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상황은 권력자가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여성들은 남성의 관점에서 사태가 어떻게 보일지를 자주 상상하며 남성의 시각을 자기 시각으로 만드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연애할 때도 여자는 남자의 반응을 잘 맞추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기 십상입니다. 대부분의 남자는 여자들의 의도를 몰라 쩔쩔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해석노동이 자신의 위치가 바뀌면 금세 잊어버린다는데 있습니다. 국회의원이나 정치가들이 표를 바랄 때와 당선되었을 때 달라지는 행태가 바로 그것입니다. 일반 직장이나 군대에서도 아래 직급이었을 때 느꼈던 불합리한 점이나 괴로움을 실제로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일이 급격히 사라집니다.

 

그림자노동, 감정노동, 해석노동의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날이 갈수록 그런 노동의 피해가 점점 악화하고 확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한 가지씩 걸려 있습니다. 그럼에도 마치 나와 상관없는 남의 일처럼 생각해왔습니다.

 

현대사회의 건강한 공동체 일원과 리더는 모두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고 통합하여 목표지점을 향해 나아가기를 이끄는 사람입니다. 그림자노동, 감정노동, 해석노동 등 여태껏 소홀히 여겼던 사람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여 더는 문제가 악화하지 않도록 미리 예방하고 사회적 장치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사야 예언자도 단식을 이야기하면서 첫째로 든 것이 일꾼과 이웃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었습니다. 자신의 단식 행위가 자신 하나에서 그친다면 하느님께서 좋아하시는 단식이 아니라고 확실하게 천명하였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단식은 이런 것이 아니겠느냐? 불의한 결박을 풀어 주고 멍에 줄을 끌러 주는 것, 억압받는 이들을 자유롭게 내보내고, 모든 멍에를 부수어 버리는 것이다. 네 양식을 굶주린 이와 함께 나누고, 가련하게 떠도는 이들을 네 집에 맞아들이는 것, 헐벗은 사람을 보면 덮어 주고, 네 혈육을 피하여 숨지 않는 것이 아니겠느냐?”(이사58,6~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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