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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도 바구니와 감사 바구니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09 조회수1,734 추천수11 반대(0) 신고

 

기도 바구니와 감사 바구니

 

- 윤경재 요셉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마태7,7~12)

 

 

 

 

하느님께서 하루는 천사 둘을 부르시고는 바구니 두 개를 내 놓으셨습니다. 두 천사 중 하나는 기도 바구니를 들고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하느님께 기도하는 소리를 가득 담아오고, 하나는 감사 바구니를 들고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하느님께 감사하는 소리를 가득 담아 오라고 하면서 먼저 가득 담아 오는 천사에게 큰 상을 내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두 천사는 생각하였습니다. 사람들은 만물 가운데서 하느님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았기에 감사의 목소리가 간구하는 목소리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생각하고 서로 감사 바구니를 들고 가려고 하였습니다. 결국 제비를 뽑아서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감사 바구니를 뽑은 천사는 기쁜 마음으로 세상으로 내려가고, 기도 바구니를 든 천사는 풀이 죽은 채 세상으로 내려갔습니다.

 

세상에 당도하고 보니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는 목소리는 좀처럼 들을 수 없었습니다. 감사 바구니를 든 천사는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면서 감사의 목소리를 찾아다니게 되었고, 기도 바구니를 든 천사는 하느님께 간구하는 목소리가 하도 많아서 얼마 되지 않아 기도 바구니를 가득 채웠습니다. 천사는 기도 바구니 무게로 끙끙거리면서 하늘나라로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왠지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 없었습니다.

 

간신히 감사 바구니를 채우고 돌아온 천사는 실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하느님께 귀환 보고를 하였습니다. 내심 기대가 컸었는데 인간의 마음을 전혀 몰랐다고 자책하고 있었습니다. 그 자리에 마침 먼저 도착한 천사도 우쭐한 마음으로 서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 두 천사가 가져온 기도 바구니와 감사 바구니를 바라보시며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늘의 문은 아무리 두드리고 또 두드려도 쉽게 열리지 않는다. 두드리고 구하는 자는 찾을 때까지 두드리고 구함을 그쳐서는 아니 된다. 세속적인 몸으로는 천국의 문을 통과할 수가 없다. 새로운 몸으로 변화되어야 천국에서 살 수 있다.”

 

변화의 고통과 어리둥절함을 겪고 감내한 사람만이 경이로운 체험을 맛볼 수 있다. 경이로움을 체험한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감사 기도를 드릴 수 있다.”

 

보라. 외아들 예수도 내게 이렇게 기도하였다. ‘아버지, 하실 수만 있다면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주소서.’ 예수는 이 기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기도하였다. 그 까닭은 육신을 입은 인간은 누구나 외로움을 탄단다. 예수도 그런 기도를 통해 아빠와의 관계를 한순간이라도 잊지 않으려 한 것이다.”

 

기도 바구니가 가득 찬 것은 나와의 관계를 잊지 않으려는 몸부림의 증거이며, 감사 바구니가 더디 찬 것은 자기 왕국을 바르게 다스릴 지혜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혜는 생명으로 이끌어줄 것이니라.”

 

이렇게 말씀하시며 수고한 두 천사 모두에게 큰 상을 내리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기도는 아버지로부터 멀어지지 않으려는 소박함의 표현입니다. 인간이 원하는 것이 얼마나 거창하겠습니까?

 

집안에서 두 아이가 장난치다가 귀한 물건을 깼습니다. 한 아이는 엄마에게 용서해달라고 품에 달려들었고 한 아이는 용서를 청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어머니는 귀한 물건이 깨진 것보다 자식이 용서를 청하지 않아 더욱 서운할 것입니다. 이처럼 자녀가 계속 부모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혼자 다 해결하려 든다면 그처럼 부모에게 속상한 일은 없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남남으로 살자는 의미와 같기 때문입니다. 부담 없이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참으로 사랑하는 관계입니다.

 

따라서 많이 청하는 사람이 주님을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좋은 것만 주시는 분이라는 확신 때문에 기도에 응답이 없더라도 꾸준히 청하고 다른 것까지 청합니다. 내게 필요하고 좋은 것이라면 언젠가는 반드시 들어주신다는 믿음 때문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머리카락 개수까지 다 알고 계신다는데 그럼 우리가 필요한 것을 이미 세세히 아시겠지. 굳이 주저리주저리 청원하며 매달릴 필요가 있을까? 왠지 낯간지럽고 나약한 모습만 드러내는 것은 아닐까? 자신의 한계 뒤에 숨으려는 비겁한 행동은 아닐까? 내가 청하는 것이 주님의 뜻에 맞을까, 맞지 않을까?


이렇게 미리 염려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결정하실 일입니다. 자녀들은 그저 청할 뿐입니다. 주시면 받고, 안 주시면 그 편이 더 낫기 때문에 안 주시는 것이라고 스스로 위로하며 넘기면 됩니다.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런 소극적인 생각들이 아버지와의 관계를 서먹서먹하고 멀어지게 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 마음은 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와 멀어지지 않으려면 청원기도든 감사기도든 가리지 않고 아버지 곁에 머무는 시간을 오래 자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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