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1주간 목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09 조회수2,266 추천수11 반대(0)

종속과목강문계생물시간에 배운 생명의 뿌리입니다. 지구에는 수많은 생명이 있습니다. 균류, 식물, 동물이 있다고 배웠습니다. 적어도 우리의 과학과 인식의 차원에서 이렇게 다양한 생명이 있는 별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파스칼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저는 이 모든 생명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진화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힘이 시간과 우연의 결과라고 이야기 합니다. 창조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그 힘이 하느님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경제를 이야기는 사람, 과학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지구는 이 생명들이 충분히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넘치도록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파란 하늘, 푸른 바다, 넓은 평원, 높은 산, 시원한 계곡, 스치는 바람, 먹을 수 있는 양식을 주셨습니다.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험과 재난을 극복 할 수 있도록 특별한 재능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언어, 다음 세대에게 전해 줄 수 있는 문자, 도구를 만들 수 있는 손, 상상할 수 있는 생각을 주셨습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입니다.

 

험한 파도를 헤쳐 나가는 배를 생각합니다. 노를 젓는 사람들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이 하고 싶을 때 노를 젓는다면 배는 험한 파도를 뚫고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배는 파도를 견디지 못하고 난파할지도 모릅니다. 파도가 거셀수록 함께 힘을 모아 같은 방향으로 호흡을 맞추어서 노를 저어야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다.”

 

일본에 쓰나미가 밀려왔을 때, 이어령 교수가 기고한 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바다가 일어서는 것을 보았습니다. 늘 보던 파란 파도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뛰놀던 여름바다의 눈부신 모래밭이 아니라 산처럼 무너지는 검은 파도였습니다. 인간이 만든 모든 것을 쉽게 휩쓸어버리는 허망한 동영상은 우리가 뽐내던 그 컴퓨터 CG가 아니었습니다. 규모 9의 지진과 함께 일본을 강타한 쓰나미였습니다.

 

앞으로 일본은 국가의 시스템 전체를 새롭게 바꾸지 않고서는 이 재난의 여진을 극복하기 힘들게 된 것입니다. 일본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번 지진은 지구의 축도 2.5나 기울게 했다고 합니다. 인간 문명 전체의 한계와 그 임계점을 드러낸 것이지요. 인간의 문명시스템을 바꾸지 않고서는 이 지구상에서 생존하기 어렵게 된 것입니다.

 

검은 파도가 덮칠 때 정쟁을 멈추는 일본인들을 보았습니다. 도쿄전력이 전후 처음으로 제한 송전을 하게 되자 피해 지역에 우선적으로 송전하도록 시민들은 일제히 자기 집 전선 플러그를 뽑았습니다. 남을 헐뜯던 인터넷은 사람을 찾고 돕는 생존의 게시판으로 바뀌고 트위터는 중얼대는 잡담에서 이재민을 돕는 생명의 소리로 변했습니다. 일본은 어느 나라보다도 지진에 대비하는 기술이 앞선 나라입니다.

 

일본 국민은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재난에 대비한 훈련과 질서의식을 갖춘 모범적인 국민입니다. 이번에도 지진이 일어난 슈퍼마켓의 현장에서 물건을 훔쳐가기는커녕 자신이 들고 있는 물건 값을 치르기 위해서 줄을 서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고 외국인들은 감탄하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습니다. 아무리 그런 일본인들도 이웃나라 없이 혼자서는 살아가기 힘듭니다.

 

정말 놀라운 것은 일본보다 가난한 나라들도, 일본을 미워하고 시기하던 나라들도, 멀리 떨어져 무관하게 바라보던 나라들도 일본인을 돕고 위로하기 위해서 가슴을 열었다는 사실입니다. 일본은 경제대국이지만 친구가 없는 나라라고 스스로 비판해온 일본인들입니다. 그러나 주변에 함께 울고 함께 상처를 씻어줄 착한 이웃들이 있다는 것을 일본인들은 그 재난 속에서 얻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들의 비유처럼 목숨을 구해주는 것이 바로 내 이웃임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바이오필리아(biophilia·생명애)야말로 부국강병의 이념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난 자연 앞에서 우리는 한없이 인간의 왜소함과 나약함만을 배운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이해관계로 얽혀 살고 정실로 손을 잡아 끼리끼리 살다가도 생명을 위협받을 때에는 하나로 뭉치는 힘을 자연의 재난을 통해 배우고 실천합니다. 독도 분규로 등을 돌렸던 한국인들도, 센카쿠열도로 총구를 맞댔던 중국인들도 지진이 일본인의 생명을 흔들 때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제일 먼저 도움을 주기 위해 재난의 땅을 향해 마음과 발길을 돌릴 것입니다.

 

한국은 일본을 향해 달려갑니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 되고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새로운 문명은 독립(INDEPENDENCE)도 예속된 의존(DEPENDENCE) 관계도 아닌 상호의존관계(INTERDEPENDENCE)의 생명공동체적 시스템에서 탄생할 것입니다. 일본을 강타한 지진이 태평양 연안의 모든 나라에 쓰나미의 위험을 불렀듯이 그에 대응하는 생명 역시 공감과 협력의 지혜에 의해서 서로 결합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지금 우리와 세계인들이 대비해야 할 문제는 어떤 선진 문명으로도 대응하기 힘든 환경의 쓰나미, 금융의 쓰나미, 정보의 쓰나미, 테러의 쓰나미입니다. 그리고 현대 문명의 임계점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지금 일본인들이 필요로 하는 것처럼 생명의 구제입니다. 사사로운 이해관계와 정쟁과 그 많은 갈등이 생명 앞에서는 참으로 부질없는 것임을 알게 됩니다. 생명을 구제하는 것은 돈도 권력도 아니고 바이오필리아(생명애), 토포필리아(topophilia·장소애), 그리고 네오필리아(neophilia·창조애)와 같은 이웃을 향한 사랑이라는 것. 그것이 우리가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이요 자본이라는 것입니다.

 

이때 우리는 멀고도 가까운 나라라고 했던 일본과 한국이 하나의 생명공동체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생명을 자본으로 한 진정한 글로벌리즘이 무엇인지를 세계에 알릴 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검은 파도를 이기는 우리의 블루 오션입니다.”

 

이어령 교수의 글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오늘 복음에서 들려준 주님의 말씀입니다. ‘여러분이 바라는 대로 이웃에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두드리고, 찾고, 열어야 하는 것은 바로 생명애 대한 사랑입니다. 모든 이에게 모든 이가 되어주는 헌신과 봉사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라는 믿음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