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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기 잘못에 ‘물 타기’ 행동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10 조회수1,350 추천수13 반대(0) 신고

 

자기 잘못에 물 타기 행동

 

- 윤경재 요셉

 

 

 

자기 형제에게 성을 내는 자는 누구나 재판에 넘겨질 것이다.” “네가 제단에 예물을 바치려고 하다가, 거기에서 형제가 너에게 원망을 품고 있는 것이 생각나거든, 예물을 거기 제단 앞에 놓아두고 물러가 먼저 그 형제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예물을 바쳐라.”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네가 마지막 한 닢까지 갚기 전에는 결코 거기에서 나오지 못할 것이다.”(마태5,22~26)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 중에는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쉽게 뉘우치지 않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 하거나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변명하려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런 심리를 범죄심리학에서는 중화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자기 잘못을 순순히 인정하기보다 부정하거나 희석시켜 범죄의 강도를 줄이거나 자기 죄의식을 경감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왔습니다. 일종의 물 타기 전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중화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보통 5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자기의 범죄 사실을 희석시키려고 합니다.

 

1.‘자기 책임의 부정은 자신의 행동은 고의성이 없었고, 어쩌다 주변 환경 때문에 일어난 일이니 책임도 없다고 주장하는 심리입니다.

 

2.‘가해의 부정은 자신의 행동으로 누구도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심리입니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동조했으니 피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 않느냐는 것입니다. 또는 보험에서 다 보상해 주었으니 막상 피해본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정도 피해쯤이야 다른 일로도 생길 수 있다는 심리입니다.

 

3.‘피해자 부정은 나쁜 쪽은 오히려 피해자 측이며 응당 받아야 할 손해를 받은 셈이다. 그가 유혹해서 이런 일이 생긴 것이다. 또 폭력을 행사하고는 상대방이 맞을 짓을 해서 맞았다고 주장합니다.

 

4.‘비난 자를 비난함은 나에게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느냐는 비난입니다. 법집행기관이나 공권력을 비난하는 심리입니다. 누구도 이 정도 죄쯤은 짓고 사는 게 아니냐고 항변합니다.

 

5.‘더 높은 충성심에 호소하기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했다거나 사회 정의를 위해서 약간의 무리수를 두었다고 생각하기입니다. 윗사람이 명령해서 어쩔 수 없이 따랐다는 나치의 핑계도 여기에 속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중화이론이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일상생활 가운데 알게 모르게 저지르는 실수나 잘못에서도 흔히 이런 물 타기 전법을 사용하여 자신의 죄의식을 무마하려 든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여간해서는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기 어렵습니다.

 

우리가 흔히 입에 발린 말처럼 내뱉는 잘못을 저지르는데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그럴 맘은 없었는데 상황이 그렇다보니 그랬을 뿐인 걸 뭘 그래. 이해해줘

하지만 뭔가 크게 잘못되어버린 것도 아니잖아. 그냥 넘어가자.”

내가 좀 심했긴 했지 그렇지만 그놈은 그래도 싸. 자업자득이야.”

넌 뭘 잘했다고 나더러 사과하라고 그러냐?”

본래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지만, 친구들이 그러기로 해서 나도 별 수 없었어.”

 

 

하나하나 읽어보면 늘 우리가 쓰던 말투입니다. 죄의식은커녕 스스로 쿨? 하다고 여기면서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가 아무런 의식도 하지 않고 내뱉는 이런 말들이 사실은 범죄심리학에서 나오는 이론에 꼭 부합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가볍게 농담처럼 주고받았던 말들이 얼마나 우리의 죄의식을 희석시켰고 그로 말미암아 저지른 잘못 탓에 얼마나 피해자에게 상처가 되었을까 반성하게 됩니다.

 

어떤 때는 우리가 그 피해 당사자였습니다. 그럼에도 별다른 반감 없이 넘어갔었지요. 나도 그런 짓을 했기에 그런 대접을 받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었습니다. 이른바 스톡홀름 증후군에 걸린 것입니다.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얼른 벗어나야 정의가 실현되고 가해자가 잘못을 깨닫게 됩니다.

 

예수님께서 자기 형제에게 바보!’라고 하는 자는 최고 의회에 넘겨지고, ‘멍청이!’라고 하는 자는 불붙는 지옥에 넘겨질 것이다.”라고 하셨을 때 지나치다는 마음이 든 적이 있었습니다.

 

너를 고소한 자와 함께 법정으로 가는 도중에 얼른 타협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고소한 자가 너를 재판관에게 넘기고 재판관은 너를 형리에게 넘겨, 네가 감옥에 갇힐 것이다.” 이 말씀에는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아무 잘못이 없다면 정당하게 밝힐 건 밝혀야 하는 게 아닌가? 피해망상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범죄심리학에서 말하는 중화이론을 배우며 제 생각이 얼마나 짧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예수께서는 완벽한 인성을 지키셨기에 우리의 어떤 점이 잘못되었는지 어디가 부족한지 잘 아셨습니다. 우리가 더 큰 잘못과 죄를 짓지 말기를 바라셨기에 그 근원적 대책을 가르쳐주신 것이었습니다.

 

형제와 이웃에게 화해하려는 마음이 생긴다면 진정으로 사과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진정 의미 있는 사과를 하고 싶다면 적어도 세 가지 요소를 갖추어 말해야 한다고 합니다. 유감 표현, 책임 표현, 재발 방지 및 대책 마련에 대한 약속입니다. 또 사과할 때는 진심으로 후회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 다시는 자신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뉘우침, 상대의 비난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태도가 담겨 있어야 합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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