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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되질하는 그대로 받는다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13 조회수1,379 추천수11 반대(0) 신고

 

되질하는 그대로 받는다

 

- 윤경재 요셉

 

 

 

너희 아버지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너희도 자비로운 사람이 되어라.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심판받지 않을 것이다. 남을 단죄하지 마라. 그러면 너희도 단죄받지 않을 것이다. 용서하여라. 그러면 너희도 용서받을 것이다. 주어라. 그러면 너희도 받을 것이다.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후하게 되어 너희 품에 담아 주실 것이다. 너희가 되질하는 바로 그 되로 너희도 되받을 것이다.”(루카6,36~38)

 

 

 

 

아프리카 부족을 연구하던 한 인류학자가 어떤 부족 아이들을 모아놓고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맛보기 어려운 싱싱한 과일을 한 바구니 담아놓고 멀리 나무 그늘아래 두었습니다. 그러고는 제일 먼저 달려간 아이에게 그 맛난 과일을 전부 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인류학자의 예상과 달리 모든 아이들은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이들이 바구니에 다다르자 모두 함박웃음을 지으며 맛있다고, 난생처음 먹어본다고 하며 나누어 먹었습니다.

 

인류학자는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누구든지 일등으로 도착한 사람에게 전부 주려고 했는데 왜 손잡고 같이 뛰었니?”

 

그러자 아이들 입에서 합창하듯 우분트(Ubunt)’라는 말이 울려 퍼졌습니다. 그리고 한 아이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머지 다른 아이들이 다 슬픈데 어떻게 나만 기쁠 수 있는 거죠?”

 

나중에 그 뜻을 알아본 인류학자는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혔습니다. ‘우분트(Ubunt)’라는 말은 우리가 함께 있기에 내가 있다.”라는 뜻이었습니다.

 

 

작년에 절찬리에 방영되었던 TV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에 남습니다. 오지 의료봉사를 나갔다가 지진 현장에서 부상자를 치료하는 장면과 아랍 지도자를 응급 수술하는 외과의 강모현의 자세는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의사는 환자가 성인이든지 범죄자이든지 가리지 않고 부러진 뼈를 맞추고 병든 장기를 수술해주며, 자신이 배운 지식과 기술을 다해 치료에 임합니다.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하고 묻는다면 그들은 그런 문제를 판단하는 것은 내가 할 일도 아니고, 또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타인을 심판하고 단죄하는 일에 몰두한다면 그는 더 이상 의사 자격이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몇몇 직업인에게 보통 사람들과 다른 윤리 잣대를 요구합니다. 그러나 이런 윤리 잣대가 다른 사람들과 상관없는 그들만의 기준일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다 실천하여도 좋을 것입니다.

 

심판과 단죄는 내가 내릴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 수긍하고 타인에게 맡겨버릴 줄 아는 겸손이야말로 영적 생활의 출발점이 됩니다. 불교에서는 이런 태도를 인욕(忍辱)이라고 부릅니다. 인욕은 단순히 화가 나는 것을 참는다는 말이 아닙니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맡겨버리는 자세입니다. 능동적으로 인욕 할 때 남들과 비교하는 마음이 사라져 불평불만이 없어지고 예의범절도 저절로 따라옵니다.

 

어느 수도원에 많은 제자들을 가르치는 스승이 계셨습니다. 그 중 한 제자가 남의 물건을 탐내다가 훔쳤고 곧 발각되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그를 쫓아내자고 하였으나 스승은 만류하고 그대로 두었습니다. 며칠 뒤 그는 또 다른 사람의 물건에 손을 대었습니다. 그러자 모든 제자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고 아우성쳤습니다.

 

그러자 스승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는 모두 현명하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알고 있으니 어디서든 너희가 내키는 곳에서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하는 이 불쌍한 자를 가르칠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다. 그러니 나는 이 자를 계속 가르칠 작정이다.”

 

이 말씀을 들은 도둑질한 제자는 눈물로 참회하였고, 다른 제자들도 크게 감명을 받아 열심히 가르침을 따르고 수행하였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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