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전례’] 전례 교육은 무엇인가? “누가 나를 이끌어 주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사도 8,31). 이 말은 에티오피아 내시가 이사야 예언서를 읽는 것을 듣고서, 필리포스가 “지금 읽으시는 것을 알아듣습니까?”라고 질문하자, 내시가 답을 대신하여 되묻는 말입니다. 이를 전례에 적용하면, “지금 거행하는 전례를 얼마나 이해하고 계신가요?”라고 묻는다면 신자들은 무엇이라 할까요? “누가 그것을 알려주어야 저희가 제대로 이해하고 참석할 것 아닙니까?”라는 답변 아닌 질문을 할 것 같습니다. 이천년이라는 시간이 녹아있는 교회의 전례는 그 역사만큼 많은 상징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교육, 곧 지적인 차원을 넘어선 생활의 차원을 포함한 교육이 필요합니다. 전례교육은 올바르고 깊이 있는 전례 생활 위한 필요 요소! 스페인 전례학자로 유명한 홀리안 로페스 마르틴 주교는 ‘교회의 전례’(장신호 옮김)에서 전례 교육의 필요성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여러 문헌에서 언급하고 있다고 알려줍니다. 그중에서 요한 바오로 2세의 교황 교서 ‘25주년’(1988) 15항을 소개합니다. “지금 가장 긴급한 과제는 사제나 신자들 할 것 없이 하느님 백성 모두가 성서적 교양과 전례적 소양을 쌓는 문제입니다. … 이 교육은 오랜 숨결의 사업으로서 신학교와 수련원에서부터 시작하여, 사제 생활이 끝날 때까지 평생을 두고 이루어져야 할 성질의 것입니다. 이 교육은 처지에 따라 평신도들에게도 필요 불가결의 사업입니다. 이들은 많은 지방에서 공동체의 중요한 직무를 맡도록 불림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전례교육은 전례를 집전하는 사제뿐 아니라 전례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다양한 봉사를 수행하기 위해서 절대적으로 요구됩니다. 전례 자체의 본질에서 요구되는 능동적 참여를 위해 요청되는 전례 교육!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전에는 전례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라틴어였기에 일반 신자들이 이해하지 못해서 성찬례 동안에 말 없는 ‘관중’으로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전례 개혁을 통해 ‘모국어 사용’이 허용(전례헌장, 54항 참조)되어 신자들은 더 이상 듣고 보는 ‘관중’이 아니라 ‘참여’하는 주체가 되어 하느님 백성으로 한목소리로 찬양과 청원을 드리고, 영성체를 하며 주님과 일치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의 참여는 “모든 신자가 전례 거행에 의식적이고 능동적이고 완전한 참여를 하도록 인도되기를 간절히 바라는”(전례헌장 14항) 교회의 원의에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의식적’ 참여란, 본인이 왜, 무엇을, 누구와 함께 참여하는 지를 의식하는 깨어있음을 말하며, ‘능동적’ 참여는 전례에서 공동으로 행해지는 동작과 자세, 환호와 성가와 침묵 등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태도를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온전한’ 참여는 부족함이 없는 충분한 참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례에 있는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참여를 위해서 일차적으로 사목현장에서 활동하는 영혼의 목자들이 마땅한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전례의 정신과 힘에 완전히 젖은 사목자는 그리스도의 향기가 느껴진다! 사목자들이 전례의 영역에서 준비될 필요성은 전례에서 신자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도록 교육하여야 하는 그들의 임무에서 비롯합니다. 이러한 임무를 달성하기 위하여 먼저 그들 자신이 “전례의 정신과 힘에 완전히 젖어들”(전례헌장, 14항) 필요가 있지요. 제2차 바티칸 공의회는 신학교와 수도자 신학원에서 신학생들은 “거룩한 예식들을 이해하고 거기에 온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적당한 지도를 받고 또 거룩한 신비의 거행 자체와 거룩한 전례 정신에 젖은 다른 신심 행위를 통하여 영성 생활의 전례 교육을 받아야 한다”(전례헌장, 17항)고 권고합니다. 이러한 지침에 따라 1970년(1985년 개정)의 ‘사제 양성의 기본 지침’과 1979년의 ‘신학교의 전례 교육에 관한 훈령’ 등에서 분명한 교육 방향과 구체적 내용을 제시합니다. ‘신학교의 전례 교육에 관한 훈령’에서 세 가지 관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1) “그리스도 정신을 길어 올리는 첫째 샘이며 또 반드시 필요한 샘”(전례헌장 14항)인 전례에 대한 완전하고 능동적인 참여에 각 개인이 입문해야 합니다. 2) 전례의 모든 관점에 대해서 더욱 완전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학문적인 관점에서 전례를 공부해야 합니다. 3) 이론적인 이해뿐만 아니라 전례 거행을 준비하고 참여하는 것을 포함하는 전례 사목 분야에 실천적으로 입문해야 합니다.
세상에서 또 다른 그리스도로 살아가고 있는 신자들에게 필요한 전례교육! “세례를 통하여 교회에 합체되어 그리스도교의 예배를 드릴 수 있는 인호를 받고, 또 하느님의 자녀로 다시 태어나 교회를 통하여 하느님께 받은 신앙을 사람들 앞에서 고백하려고 힘쓰는”(교회헌장, 11항) 신자들은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인 성찬의 희생 제사에 참여하여 신앙생활의 활력을 얻어야만 세상에서 복음을 말씀과 삶으로 선포할 수 있습니다. 예비자교리, 견진 교리, 특강 등을 통해서, 주일 미사에서 행하는 강론을 통해서 부분적인 전례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전례 봉사의 직분을 받은 신자들의 경우에는 개인적이든, 소그룹으로든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구에 따라 전례분과장이나 전례교육의 필요성을 느낀 신자들을 위한 교육과정을 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교구가 행하는 것도 아니고, 정기적이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전례 전체를 다루지도 않기에 한계가 분명합니다. 미래의 사제를 위한 전례교육은 교회의 지침에 따라 어느 정도 실행되고 있지만, 이미 서품을 받아 사목현장에서 전례사목을 하고 있는 사목자의 경우, 교회에서 새롭게 발표하는 전례에 대한 문헌이나 예식들에 대해서 교육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주교회의에 전례위원회를 설치하고, 전례전문가들을 양성하며 전례학회를 구성했지만 당면한 과제들을 수행하기 바쁜 상황입니다. 하느님 백성 전체가 전례에 능동적 참여를 하여 전례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 구원 체험을 하도록 이끄는 전례교육 체계가 한국교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특히 주일미사 참석률이 급격히 떨어진 현재 교회 상황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묻기보다 이런 행동이나 말씀에 어떤 의미가 있고 하느님의 현존을 어떻게 느낄 수 있는지를 묻는 사제와 신자를 자주 만나면 좋겠습니다. 고사성어에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곧 ‘알면 참모습이 보인다’라는 말이 있듯이, 전례에 대해서 잘 알면 전례 거행에서 아버지 하느님과 성자 예수님의 참모습을 뵙고, 성령에 의해 참 진리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11월호, 윤종식 디모테오 신부(가톨릭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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