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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박함 속에 드러나는 성부의 뜻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20 조회수2,395 추천수16 반대(0) 신고

 

소박함 속에 드러나는 성부의 뜻

 

- 윤경재 요셉

 

 

그분의 어머니 마리아가 요셉과 약혼하였는데, 그들이 같이 살기 전에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났다. 마리아의 남편 요셉은 의로운 사람이었고 또 마리아의 일을 세상에 드러내고 싶지 않았으므로,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다.” “다윗의 자손 요셉아, 두려워하지 말고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여라. 그 몸에 잉태된 아기는 성령으로 말미암은 것이다. 마리아가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그분께서 당신 백성을 죄에서 구원하실 것이다.”(마태1,18~21)

 

 

어느 눈 내리는 날 저녁에 아버지와 어린 아들이 학교운동장에 눈 구경하러 나갔습니다. 흰 눈이 소복이 쌓인 운동장을 아빠와 나오니 어린 아들은 추운 줄도 모르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습니다. 두 사람은 흰 눈 위에 자기가 남긴 발자국을 보면서 운동장을 커다란 도화지 삼아 그림을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집도 그리고 배도 그렸습니다. 사과나무도 그렸습니다. 눈 위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의 모습을 빙그레 바라보던 아버지가 이런 제안을 했습니다. 이 운동장에 곧고 바른 직선을 누가 더 잘 그리는지 내기할까? 어린 아들은 자신 있다며 흔쾌히 수락하였습니다.

 

아이는 곧은 선을 그으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잠시 생각하더니 곧바로 조그마한 발을 포개기로 하였습니다. 왼발 끝에 오른발 뿌리를 갖다 대면서 걸었습니다. 머리를 숙이고 흰 눈이 내린 운동장을 내려다보면서 걸었습니다. 아주 열심히 걸었습니다. 등에서 땀방울이 촉촉히 배어나왔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아빠와 아이는 이쪽 구석에서 운동장 저쪽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아이는 자신 있게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가 걸은 발자국은 삐뚤빼뚤 하였는데 아빠가 낸 발자국은 아주 곧아 직선으로 뻗어나 있었습니다. 실망하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던 아빠가 빙그레 웃으며 말하였습니다.

 

아빠는 말이야, 먼저 저쪽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목표를 정했단다. 그리고 그 중간에도 작은 목표점을 마음속에 그렸지. 그러고 나서는 웬만한 것들은 무시하고 걸었단다. 그런데 너는 어땠니? 네 왼발과 오른발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지 집중하다보니 네 눈을 흰 눈밭에서 떼지 못했지. 목표를 확인하는 것은 다 잊어버린 채 자기가 어디로 가는지 몰랐던 거야. 이제 알겠지!”

 

내기에서 져서 풀이 죽은듯했던 아이가 아빠 말을 듣고 무엇인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러나 아이 아빠는 전혀 의기양양하지 않았습니다. 한마디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아들아! 다시 한 번 네 발자국을 봐라. 네 발자국은 뚜렷하게 찍혔지. 눈발이 흩날리지만, 아직도 자국이 남아 있고. 그에 비해서 아빠 발자국은 어떠냐? 듬성듬성하고 흐릿해서 벌써 안보이기 시작하지? 아마 뒤 따라오는 사람이 있다면 아빠 발자국보다 네 것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마찬가지란다. 무엇인가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어. 또 막상 잃은 것 같아도 다른 면에서 도움이 되기도 하는 거란다. 무조건 실망하기는 이르지.”

 

아이는 머리를 들어 아빠의 두 눈을 쳐다보았습니다. 미소 띤 얼굴이 그렇게 환하게 빛나 보이긴 처음이었습니다. 눈 내리는 밤하늘 숨었던 별들이 아빠와 아이 두 눈들 속으로 몽땅 내려앉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성경에서 예수님의 양부 요셉에 대한 이야기는 아주 적습니다. 철저하게 침묵을 지킨 분으로 나옵니다.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눈으로 뵙고 구약의 예언이 성취된 것을 확인한 뒤, 마지막 예언자가 된 것처럼 양부 요셉 성인은 꿈의 선물을 받은 마지막 주인공입니다. 그는 성조 요셉처럼 꿈꾸기를 잊지 않았습니다. 꿈은 희망이며 인생의 방향타입니다. 꿈은 최종 목적지와 중간 목적지를 이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누구도 중간 목적지를 거치지 않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멀리 내다볼 줄 아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습니다. 사소한 어려움과 시련을 슬기롭게 이겨냅니다.

 

마태오 복음서에는 양부 요셉 성인께서 네 번 꿈을 꾼 것으로 나옵니다. 마리아가 성령으로 말미암아 잉태한 사실이 드러나 남모르게 마리아와 파혼하기로 작정하였을 때, 포악한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작정했을 때, 또 헤로데가 죽자 꿈에 주님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요셉에게 나타나서 이스라엘로 돌아가라고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꿈에 지시를 받고 갈릴래아 지방으로 떠나 나자렛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습니다.

 

인생의 변곡점에서 주님과 함께 하려는 그는 꿈을 통해 길을 찾아내었습니다. 꿈은 아무나 꾸는 것이 아닙니다. 간절함이 만들어 줍니다. 요셉 성인은 마치 다른 것은 하나도 필요 없다는 식의 삶을 살았습니다.

 

요셉 성인은 이로써 자신과 자신의 아들인 예수님 안에서 새로운 출애굽을 실현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요셉 성인은 시골 마을 소박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가족들을 보호하였습니다. 소박한 이 가정을 통하여 말씀은 혈육을 취하고 무럭무럭 자랄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요셉 성인은 예수님을 다윗가문에 묶어 주었으며 이로써 예수님은 성서에 기록된 대로 다윗의 후손이라는 칭호를 쓸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렇게 당신의 계획을 성취하기 위하여 바로 이런 소박함을 찾으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 진정 원하시는 것은 물질도 아니며, 하느님을 찬양한답시고 드러내는 자신의 교만도 아닙니다. 그저  주 바라기만을 힘쓰는 소박함입니다. 주 바라기’의 삶은 침묵 속에서 의로움을 발견합니다. 그 분 얼굴 뵙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자신의 두 눈을 결코 주님으로부터 떼지 못합니다. 이 땅위에 그의 발자국 흔적이 비록 흐릿하게 남아 있을 뿐일지라도 그의 두 눈은 별처럼 빛날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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