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한국 교회의 공동 수호자 동정 마리아의 배필 성 요셉 대축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20 조회수1,724 추천수15 반대(0)

지난번에 있던 본당에는 은행나무 사거리가 있습니다. 600년 이상 된 은행나무가 아직도 푸른 잎을 자랑하며 은행을 털어내고 있습니다. 길을 걸으면서 은행나무를 보곤 했습니다. 은행나무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보았을 것입니다. 수많은 사건과 행사들을 보았을 것입니다. 시간도 지나가고, 사람들도 지나가고, 계절도 그렇게 변하는데 은행나무는 지금도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성질 급한 저는 절대로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다.

 

70년 이상을 고향땅에 머물면서 시골의 선산을 지키시는 큰 집 형님이 있습니다. 다른 형제들은 다들 도시로 나갔고, 번듯한 직장을 구했지만 형님께서는 지금도 농사를 지으시면서 어쩌다 가끔씩 찾아오는 동생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십니다. 고향의 커다란 느티나무처럼 언제나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시는 형님이 있어서 고향 가는 길이 더욱 즐겁습니다. 주변을 보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러나 아무나 할 수 없는 그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동창들 중에는 오랫동안 도시빈민 사목을 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추운 겨울에도, 무더운 여름에도, 비가 오는 중에도 힘없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친구들입니다. 어쩌면 그 친구들이 오래된 은행나무 같고, 고향 선산을 지키시는 시골 형님 같습니다. 오늘 우리가 축일로 지내는 요셉성인은 큰 바위 얼굴처럼, 은행나무처럼, 고향 형님처럼,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동창신부처럼 사신 것 같습니다.

 

요셉 성인은 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약혼한 처녀 마리아가 결혼 전에 잉태한 것을 알았던 요셉 성인은 조용히 파혼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법대로 하면 요셉은 마리아를 상대로 고소를 할 수도 있었습니다. 당시의 법은 무척 엄격하였기 때문에 마리아는 재판을 받고 벌을 받아야 했습니다. 요셉이 기분대로 사는 사람이었으면 자신 앞에 놓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입니다. 마리아의 집에 찾아가서 한바탕 소동을 벌였을지도 모릅니다. 요셉 성인이 법대로 했다고 해도, 기분대로 했다고 해도 당시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현실은 명백히 마리아의 잘못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셉은 마리아를 고발하지도 않았습니다. 마리아의 집에 찾아가 한바탕 난리를 치지도 않았습니다. 말 할 수 없었던 마리아의 입장을 생각하였고, 조용히 파혼만 하기로 하였습니다. 사실 이 정도만 해도 커다란 배려였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보면 요셉은 이제 또 다른 삶을 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의로운 삶을 뛰어넘어서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요셉은 꿈에서 가브리엘 천사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잉태한 마리아를 아내로 맞아들이기로 결심을 했습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뜻대로 살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마리아 역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온 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예수님 또한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기도했습니다. 유명한 겟세마니의 기도입니다. ‘아버지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십시오. 그러나 제 뜻대로 마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십시오.’ 예수님께서는 고난의 잔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십자가의 길을 가셨습니다.

 

나사렛 성가정은 모두 하느님의 뜻을 중심에 놓고 살았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 신앙은 은총을 주며, 그 은총으로 우리는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가정을 생각해 봅니다. 하느님의 뜻보다는 나의 뜻이 먼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때가 많습니다. 출세와 성공이 삶의 기준이 되곤 합니다. 왜 공부를 하는지를 생각하기 전에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이해되는 세상입니다. 돈이 삶의 중심이 되는 세상입니다. 하느님의 뜻을 위해서 돈을 벌고, 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돈의 노예가 되어서 양심을 팔고, 사람을 속이고, 소중한 것들을 멀리합니다.

 

오늘 성 요셉 대축일을 지내면서 나의 삶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지 돌아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성 요셉 우리를 위하여 빌어 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