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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리에 이르는 계명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22 조회수1,266 추천수14 반대(0) 신고

 

진리에 이르는 계명

 

- 윤경재 요셉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마태5,19)

 

 

2015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가 기억납니다. 첫 환자는 54일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거쳐 인천공항에 도착한 사람이었습니다. 처음에 감기증상처럼 시작했으나 기침과 고열이 동반되었으며 전신이 아팠습니다. 환자는 치료를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네 군데나 전전하였으나 제대로 된 병명을 찾지 못하였고 결국 6인실 병상에 입원까지 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그 환자와 밀접 접촉했던 병실에서 급속도로 메르스가 전파되었습니다. 환자를 간병하였던 가족들은 모든 사실을 숨긴 채 다른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았습니다. 심지어 면역력이 약한 환자 중에 사망자가 나왔어도 방역당국은 쉬쉬하며 감염이 확산된 병원명을 감추기에 급급하였습니다.

 

그 후 약 6개월에 걸쳐 총 186명이 감염되어 메르스 환자가 되었으며, 무려 38명의 사망자를 내었습니다. 또 수천 명이 격리치료를 받는 혼란이 야기되었습니다. 그동안 해외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줄었으며 경제활동이 둔화되어 국민들은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의료후진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것만으로도 그 피해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메르스 사태는 아주 사소한 원칙을 소홀히 하고 무시한 데서 그 큰 혼란을 야기하였습니다. 전염병은 환자 격리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무방비 상태로 접촉하도록 방치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병원에서 병을 치료한 것이 아니라 확산시키고 키웠습니다. 보건 의료정책 기관은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확실한 매뉴얼을 공표하며 격리병동 마련 등 긴급 지원책을 조기에 집행해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보공개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했습니다. 환자들도 병에 전염되었을 가능성을 알려야 했으며, 의료인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비하며 보고하고 전달해야 했습니다. 개인들은 개인위생에 철저히 대비해야 했습니다.

 

20094월 신종 플루가 세계적으로 유행했을 때 감염국가인 멕시코에 봉사 차 다녀온 모 수녀님은 초기에 이런 사실을 방역당국에 알렸고 스스로 격리 조치하였습니다. 그런 덕분에 메르스 때와 같은 극심한 혼란은 겪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사소한 원칙에 충실했던 결과입니다.

 

항공 여행의 발달로 이제 지구는 하루 이틀이면 어느 곳이든 닿을 수 있는 좁은 세계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전염병에 취약하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바이러스에 노출되고 감염될 수 있습니다. 개개인의 대비와 발 빠르고 정확한 대처가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순례지인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순례길에서 11세기 성 베레문도는 수도원 문지기를 하면서 배고픈 순례자를 위해 빵을 나누어 주었고, 수도원 원장이 되어서는 흑사병이 돌자 병원을 지어 순례자들과 병자를 돌보았습니다. 한 번은 그가 수도복 속에 많은 빵을 가져가는 것을 엿보던 원장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그 속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 “나무 조각입니다.” 화가 난 원장이 그의 수도복을 펼치니 과연 나무 조각들이었다고 합니다.

 

15세기 스페인 디에고 성인도 문지기와 정원사 등 하찮은 일을 마다않고 수행하면서 걸인과 순례객을 도왔습니다. 디에고가 무엇인가 나누어 주자 이를 의심한 윗사람이 책망하려는 듯 꺼내보라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어느새 장미꽃으로 변해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사실과 진리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보여준 것입니다. 우리는 진리를 보고 찾는 눈이 부족합니다. 사실만 믿으려 합니다. 사실만 이야기하려 합니다. 의심하는 자에게는 나무로 보이고 장미로 보일 뿐입니다. 사실만 보입니다. 사랑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분들은 배우지 못해 남 보기에 비록 하찮은 일을 하였지만 자기 위치에서도 얼마든지 사랑과 진실이 담긴 선행과 성덕을 베풀어 성인 반열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 주었습니다.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자기가 깨닫고 본 진리를 어떤 환경에서도 감추지 않고 드러내는 이입니다. 사랑과 진리는 사실마저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본래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은 진리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으로 내려 주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후대에 올수록 사람들의 필요에 따라 율법들이 추가된 것입니다. 나중에는 진리보다는 율법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예수께서 말씀하시는 작은 계명은 율법을 지키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하느님께로 나아가기 위한 올바른 길을 의미합니다. 그 길은 크고 작은 구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우리 생각에 크고 작은 차별이 있을 뿐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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