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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오직 믿기만 하면 값진 은총을 / 사순 제4주일
작성자박윤식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26 조회수1,153 추천수2 반대(0) 신고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사순 제4주일을 장미주일로 부른다. 이날 사제가 자색이 아닌 장미색 제의를 입고 전례를 거행한 데에서 유래된 것이라나. 희생과 단식, 보속 등을 엄격히 지키는 이 시기에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보며 보내라는 거다. 사실 이 기쁨은 자기 자신이 완성하고 누리는 기쁨이 아니라, 주님의 성령으로 완성되도록 내어놓는 기쁨이리라. 따라서 자신을 미완성의 존재로 인정하는 것이 신앙의 참 기쁨을 느낄 수 있는 중요한 전제라고 할 게다. 예수님께서는 빛 속의 삶으로 초대하신다. 그러한 삶에는 장애와 오류와 박해가 생기지만 마침내 빛을 따르고 빛에 개방된다. 그 빛이 온전히 자신을 비추고 채운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느껴야 하고 또한 느낄 수 있는 기쁨의 본질이리라.

 

블랙”(Black)이라는 영화가 있다.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중복 장애인 헬렌 켈러의 생애를 각색한 거다. 거기에는 아름다운 대사들이 참 많다. 그 가운데 빛이 없는 곳에서는 성한 눈도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한마디가 오래오래 가슴에서 맴돈다. 우리 모두가 성한 눈을 가지고 다닐지라도 빛이 없다면 눈은 쓸모없을 게다. 빛이신 예수님께서 안 계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지? 어느 날 불현듯 엄습해 온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줄기 빛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께서 안 계시다면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두가 길 잃고 어둠 속을 지치도록 헤매리라. 차라리 없는 것보다도 못할 게다.

 

예수님께서는 앞을 못 보는 이의 눈을 뜨게 해 주신다. 그분께서는 먼저 진흙을 개어 그의 눈에 바르신다. 새로운 생명을 주신다는 의미이리라. 이어 예수님 말씀대로 실로암 못에 가서 씻자 그의 눈이 밝아졌다. 하지만 바리사이들은 안식일에 일하면 안 된다는 자신들의 논리에 갇히고는 예수님을 아예 죄인 취급해 버렸다. 더욱이 자신들의 주장을 합리화하려고 눈을 뜬 이와 그의 부모까지 몰아 되었다. 부모는 예수님께서 눈뜨게 해 주셨다고 고백하면, 회당에서 추방될 것이 너무 뻔했기에 얼버무려 버린다.

 

하지만 눈뜬 이는 바리사이들의 위협에 조금도 굴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게 예수님의 참 모습을 상세히 증언했다. 대단한 용기이다. 결국, 예수님의 존재를 부인하는 바리사이들로부터 회당에서 쫓겨났다. 그런 그에게 예수님께서 친히 다가가시고, 그는 마침내 예수님을 주님으로 고백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그는 모든 것을 보게 되었고 영적인 눈마저 뜨게 되었다. 오늘 바리사이들은 진실을 은폐하려 하지만 진실은 결코 어둠 속에 묻히지 않는다. 그들은 빛의 아들로 처신했지만, 점점 어둠의 나락으로 떨어져 나갔다. 하느님에 대해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처신했지만, 결국 하느님을 가장 모르는 이들이 되었다. 반면 눈 뜬 이는 더욱 더 빛의 세계로 들어서게 되었다.

 

이 이야기에는 세 부류가 있다. 첫째는 바리사이이다. 그들은 기적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법적으로 따지기만 한다. 더구나 소경이 눈뜬 날이 안식일이었다고 예수님을 윽박질렀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이 장님이다. 다음은 소경의 가족과 그 이웃이다. 그들은 기적을 보고도 호기심 이상을 넘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들께 해가 끼칠까 두려워만 했다. 믿음에서 의심을 넘지 못하면 그렇게 될 수도. 세 번째는 소경 자신이다. 그는 눈을 뜨고 싶은 일념으로 기다렸기에 예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소경은 진심으로 예수님께 감사하며 일생을 살았을 게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당신께서 빛이심을 드러내시며 눈먼 사람을 고치셨다. 하여 그는 이제 빛이신 예수님을 보게 되어 주님을 선포하였다. 보지 못하던 자가 진정으로 보게 되었고, 눈이 성한 이가 오히려 참 빛이신 예수님을 보지 못해 역전이 일어난 것이다. 세상 것에 눈이 밝다고 자랑할 게 못된다. 우리 삶에서 예수님을 깨닫고 살지 못하면 우리의 성한 눈은 영적인 세계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기에. 그에게는 진정한 빛이 없기에 그의 영혼은 아직 어둠 속에 있다. 세상 것에만 눈이 밝은 이는 모든 걸 다 갖추었지만, 내면의 세계를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어둠 속에 있는 사람일 수도.

 

소경의 평생소원은 눈 뜨는 일일게다. 그는 예수님을 만나 마침내 눈을 떴고 마음의 눈까지도 떴다. 기적의 목적은 단순히 병만 고치는 데 있지 않고 하느님을 알리려는 데 있으리라. 치유는 목적이 아닌 수단인 셈이다. 소경의 치유도 그랬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통하여 하느님을 드러내고자 하셨다. 기적은 준비되어 있으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값진 은총이다. 별다른 준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그분 전능하심을 믿고 받아들이는 게 전부이다. 그러한 자세만 가진다면, 언젠가 기적을 만나게 될 게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http://blog.daum.net/big-llight 

태그 장님,치유,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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