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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순 제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3-31 조회수2,964 추천수13 반대(0)

영화 침묵을 보았습니다. 신앙을 가졌던 많은 일본인들이 순교를 하였습니다. 박해를 하는 사람들은 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배교를 강요합니다. 성화를 발로 밟게 하기도 하고, 예수님의 십자가에 침을 뱉도록 하기도 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배교를 하였던 기치치로라는 젊은이가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왜 나를 박해의 시기에 신앙을 갖도록 했습니까? 나도 평온한 시대에 태어나서 신앙생활을 했으면 열심한 신앙인 되었을 것입니다.’ 젊은이는 배교를 하고, 다시 고백성사를 보고, 또 배교를 하고, 성사를 보았습니다.

 

선교사인 로드리게스 신부에게는 더 혹독한 방법으로 배교에 이르도록 합니다. 본인에게는 고문을 하거나, 굶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편안한 잠자리와 옷을 주었습니다. 로드리게스 신부가 배교를 하지 않으면 매일 5명의 신자들이 박해 중에 죽도록 하였습니다. 결국 로드리게스 신부는 배교를 하였습니다.

 

오늘 성서 말씀이 생각납니다. ‘악인은 옳지 못한 생각으로 저희끼리 이렇게 말한다. 의인에게 덫을 놓자. 의인이 정녕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하느님께서 그를 도우시어 적대자들의 손에서 그를 구해 주실 것이다. 그러니 그를 모욕과 고통으로 시험해 보자. 그러면 그가 정말 온유한지 알 수 있을 것이고, 그의 인내력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말로 하느님께서 돌보신다고 하니, 그에게 수치스러운 죽음을 내리자.’

 

영화는 순교한 신앙인들과 배교했던 신앙인들을 평가하거나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순교한 신앙인들을 영웅적으로 묘사하지 않았습니다. 배교한 신앙인들을 비겁하다고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억하고, 그분들이 하느님의 품안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이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그분들의 순교가 헛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교회는 배교자들을 비난하거나, 욕하지 않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 엄청난 박해와 폭력 앞에 인간은 너무나 약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가 함께 하시기를 기도할 뿐입니다. 사순시기를 지내면서 침묵의 의미를 생각해 봅니다.

 

예수님의 고향 사람은 단순히 시력으로만 예수님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참 모습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의 시력은 노안, 근시, 난시 등으로 나빠집니다. 하지만 우리의 혜안은 탐욕, 시기, 욕망, 원망 때문에 흐려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허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비틀어지게 봅니다. 우리 주변을 보면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 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사람들에게 힘을 뺏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신부님들과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한 신부님께서 신발을 벗었는데 냄새가 심했습니다. 다른 신부님들은 코를 막기도 하고, 얼굴을 찌푸리기도 하고, 이게 무슨 냄새냐고 말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한 신부님의 말이 분위기를 따뜻하게 바꾸었습니다. ‘오늘 일을 많이 하셨나 봅니다.’ 하루 종일 신자들과 만나면서 열심히 일을 했기에 발에서 냄새가 난다고 이해하시는 신부님이 정말 멋져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나 자신은 과연 어떤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오늘 성서 말씀은 우리가 우리의 이웃과 하느님께 어떤 다리를 놓아야 하는지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부정과 비난의 다리는 분노와 미움을 키우게 됩니다. 칭찬과 긍정의 다리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게 만들어 줍니다. 오늘 내가 만나는 이웃들에게 비난과 부정의 다리가 있다면 그것을 치워버리고 칭찬과 격려, 긍정과 사랑의 다리를 놓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의 뜻으로 세상을 보셨던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도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볼 것을 바라고 계십니다. 신앙의 눈, 믿음의 눈, 사랑의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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