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사순 제4주간 토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1 조회수2,708 추천수11 반대(0)

부부가 서로 사랑하면 칼날 위에 서도 잠을 잘 수 있지만, 사랑이 없으면 큰 침대에서도 잠을 자기 어렵다고 합니다. 사랑하면 상대방의 처지를 이해하게 되고, 사랑하면 나의 것을 기쁜 마음으로 내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없으면 상대방의 작은 허물이 산처럼 크게 보이고, 그동안 준 것들이 아깝게 느껴지기 마련입니다.

 

부부사이는 아니지만 본당신부와 보좌신부의 관계도 비슷합니다. 업무와 직책으로 만나지만 중심에는 사랑이 있어야 합니다. 어릴 때 읽었던 동화입니다. 추수를 마친 형은 이제 막 신혼을 시작한 동생을 위해서 볏단을 동생의 논으로 가져다줍니다. 동생은 아이들이 많은 형을 생각해서 자신의 볏단을 형의 논으로 가져다줍니다. 달 밝은 밤에 형제는 길에서 만나고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을 확인하고 기쁨의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믿음을 가지게 됩니다. 라면을 먹고 설거지를 하지 않았어도, 새벽미사를 부탁한다는 문자를 보냈어도, 일처리가 매끄럽지 않아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그럴 수가 있나라는 원망이 생기게 됩니다. 사랑과 용서에 대한 강론을 하면서도 그것을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본당신부와 보좌신부의 업무와 관계를 규정하는 원칙을 정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중요한 것은 선배에 대한 존경과 후배에 대한 애정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율법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많이 배웠습니다. 율법도 잘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에게 부족한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따뜻한 마음입니다. 사람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 볼 줄 아는 사랑입니다. 그들은 사람을 학력, 출신, 업적으로 판단하려 하였습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분열되고 갈등이 생기는 몇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그것은 밭에 잡초가 자라는 것과 비슷합니다.

첫 번째는 핑계입니다. 아담은 하와에게 하와는 뱀에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한 핑계를 댄 것처럼, 우리 사회에는 잘못된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지는 사람들이 적습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자녀들은 부모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핑계를 대면서 살아갑니다. 그럴 때 공동체는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갈등은 더욱 커져갑니다. 본당 안에서도 공동체가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핑계를 대면 공동체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는 훼방꾼입니다. 성서에는 이런 훼방꾼들이 많았습니다. 거짓예언자들, 예수님을 비방했던 율법학자들, 마지막 순간에 예수님을 배반했던 제자들, 권력의 입맛에 따라 옮겨가는 군중들이 훼방꾼입니다. 훼방꾼들 중에는 열심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성서를 공부했고, 율법을 알았지만 본인들은 그 성서의 말씀대로, 율법의 정신대로 살지 않았던 사람들입니다. 공동체가 분열에 이르는 것은 방향성을 상실한 열심한 사람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많이 알고, 많은 말을 하지만 하느님 나라라는 방향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과 분열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3가지 독한 기운들이 나옵니다. ‘탐욕, 수치, 진노와 같은 것들입니다. 이런 독한 기운들이 공동체를 분열시키게 됩니다.

 

하느님 나라는 밭에 묻혀있는 보물과 같습니다. 밭이라는 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말합니다. 그러나 그 밭에는 자갈도 있고, 뿌려놓은 거름도 있고, 잡초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 밭에서 보물을 캐는 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공동체에는 모두가 착하고, 정직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 안에는 분열과 갈등, 상처와 아픔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로 그 안에서 보물을 찾는 마음으로 공동체를 이루어야 합니다.

 

이제 곧 이 오면 어두운 땅 속에서 파란 새싹이 나올 것입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저 풀과 꽃들도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받는 우리들은, 세례를 통해서 하느님의 자녀가 된 우리들은 더욱 더 하느님의 영광이 이 땅에 드러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바르고 착한 마음으로 하느님 말씀을 간직하여, 인내로 열매를 맺는 사람들은 행복하여라!”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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