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3 조회수1,849 추천수11 반대(0) 신고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 윤경재 요셉

 

      

 

모세는 율법에서 이런 여자에게 돌을 던져 죽이라고 우리에게 명령하였습니다. 스승님 생각은 어떠하십니까?” 예수님께서는 몸을 굽히시어 손가락으로 땅에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여인아, 그자들이 어디 있느냐? 너를 단죄한 자가 아무도 없느냐?” “나도 너를 단죄하지 않는다. 가거라.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라.”(요한8,1~11)

 

 

 

 

사람들은 자기 마음을 드러내기보다 감추기를 좋아합니다. 그래야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속마음을 숨기고 방어하기 위해 사용하는 심리적 특성을 방어기제라고 부릅니다. 방어기제 중에 반동형성이라는 무의식적 심리가 있습니다. 자기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겉으로는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부자들은 다 도둑놈이니 철저히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사실 부자가 되고픈 마음은 간절한데 그것이 안돼서 화가 난 사람이란 것이고, 부정을 저지른 사람들을 추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 역시 그 마음 안에서 부정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란 것입니다. 또 신앙생활에서도 그렇습니다. 죄를 지었으면 영성체 할 권리도 없고 주님께 가까이 나갈 자격도 없다고 큰소리치는 사람일수록 다른 죄를 지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이처럼 무엇인가 지나친 감정표현, 지나친 행동 이면에는 그 반대의 마음이 숨어있어서 나오는데 이것이 반동형성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남을 심하게 비난하는 자들이 곧 더 심한 짓을 저지르는 자들이란 것을 아시고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 하셨던 것입니다.

 

너는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위선자야, 먼저 네 눈에서 들보를 빼내어라. 그래야 네가 뚜렷이 보고 형제의 눈에서 티를 빼낼 수 있을 것이다.”(마태7,3~5)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고 한 사람들의 마음 안에는 어떤 것이 있었을까요? 단순히 그 여인이 율법을 어겨서 화가 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반동형성이론에 따르면 간음한 여인의 비윤리성을 비난하는 남자들의 마음속에는 여성에 대한 성적인 욕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었습니다. 자신도 그런 여인과 간음할 기회를 갖지 못한 것에 화가 나서 여인에게 돌을 던지려고 했던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들의 이런 욕구를 예리하게 간파하셨습니다. 그들의 어두운 마음을 땅바닥에 적어 그들을 수치스럽게 하셨던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잘못한 것에 대하여 분노하는 마음이 올라왔을 때, 그들을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단죄하기에 앞서 왜 자신이 분노하는지 그 근원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합니다.

 

 

수행 중이던 젊은 스님 둘이서 겨울철 안거를 마치고 먼 길을 나섰습니다. 그들은 이름 모를 풀꽃들과 이제 막 새롭게 피어나는 작은 잎들이 봄바람에 하늘거리고, 새 울음 가득한 호젓한 산길을 말없이 걸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묵묵히 걷던 그들은 어느 강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강물은 그렇게 깊어 보이지 않았고 그들이 가야할 길은 많이 남았습니다. 두 스님은 서둘러 신발을 벗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렸습니다.

 

이제 막 강을 건너려는 두 스님에게 저만큼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리따운 여인이었습니다. 가만히 보니 그 여인도 강을 건너야 할 사정이 있는 듯했으나 물이 두려워 강을 건너지 못하고 주저하며 머뭇거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모습을 본 한 스님이 성큼성큼 그 여인에게로 걸어가더니 선뜻 등을 내밀었습니다. 여인은 부끄러운 듯 잠시 망설였지만, 어쩔 수 없이 스님 등에 업혔습니다.

 

멀찍이서 이를 보던 다른 스님이 얼굴을 찌푸리며 혀를 끌끌 찼습니다. 그러나 여인을 등에 업은 스님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첨벙첨벙 물을 건너서 강 저편에 이르러 그 여인을 내려주었습니다.

 

강을 건넌 두 스님은 가던 길을 다시 걷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을 걷는 동안 여전히 두 스님은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하였습니다. 그렇게 또 한참을 말이 없이 걷는 동안 한 스님이 아무래도 못 참겠다는 듯 다른 스님에게 못마땅한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스님, 스님은 수행자의 신분으로 어찌 여인을 업을 수 있었습니까? 그것은 출가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계율을 어긴 게 아니겠습니까?”

 

그러자 그 스님이 허허, 웃으며 말했습니다.

스님, 저는 이미 오래 전에 그 여인을 강가에 내려놓고 왔습니다. 헌데 스님은 아직도 그 여인을 등에 업고 계십니다그려.”

내가 업고 건넌 줄 알았더니 이제 보니 스님이 업고 건너셨군요. 그런데 왜 아직까지 업고 계십니까? 언제까지 그렇게 업고 계실 겁니까?”

 

그러자 다른 스님이 부끄러워하며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두 번씩이나 몸을 굽히시어 땅에 무엇인가 쓰셨습니다. 주위 사람들도 호기심에 예수님처럼 몸을 굽히고 땅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예수님의 행동은 극도로 흥분한 사람들 마음을 가라앉히고 호기심을 불러일으켜 진정시키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인간 내부에 이게 무슨 행동이지?” 하는 의문이 들게 하여 안으로 눈길을 돌리게 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흥분된 사태가 진정되자 예수님께서는 그들의 본질에다 한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이 질문은 죄의 근원이 외부에서 비롯하는지 아니면 자기 내부에서 생겨났는지 살펴보라는 요구이었습니다. 그러자 나이든 사람으로부터 한 사람씩 물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자신 안에서 비롯하는 죄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용서는 자기의 죄를 받아들인 사람이라야 베풀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