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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0403 - 사순 제5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 최원오 빈첸시오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4 조회수1,966 추천수2 반대(0) 신고




2017
04 03 () 가해 사순 제5주간 월요일 복음 묵상


다니엘서 13,1-9.15-17.19-30.33-62
요한복음 8,1-11


최원오 빈첸시오 신부님


<
예수님의 눈빛 >


오늘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율법학자들은 예수님께 올가미를 씌울 작정으로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여인을 예수님께 끌고 옵니다. 그 당시 관행으로는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사람은 돌로 쳐 죽이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그들은 마치 전리품을 챙긴 개선장군처럼 예수님 앞에서 의기양양합니다. 죽음의 공포와 극도의 수치에 떨고 있는 여인을 제물 삼아 예수님께 회심의 일격을 가합니다죽일까요? 살릴까요? 라며 빈정거리는 그들의 표독스런 얼굴에는 살기가 넘쳐흐르고, 승리에 대한 확신에 가득 찬 그들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번집니다. 예수님은 마치 장기판의 외통수에 걸린 듯합니다.

이제 꼼짝없이 예수님을 함정에 빠뜨렸다고 기고만장해 있는 바리사이파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께서는 묵묵히 땅에 무엇인가 쓰고 계시기만 합니다. 무엇을 쓰셨을까요? 사랑 없는 비정한 사람들의 일그러진 모습을 보고 싶지 않으셨는지, 아니면 가련하게 떨고 있는 그 여인의 부끄러운 보시지 않기 위해서였는지 알 수 없습니다.

얼마가 지났을까? 드디어 예수님께서 고개를 드시고 내뱉으시는 한 마디의 말씀이 모든 상황을 뒤엎어 버립니다. 누구든지 죄 없는 사람은 이 여인을 돌로 치시오. 바로 이 순간, 남의 티끌에는 눈이 밝으면서도 자신의 들보에는 눈먼 사람들의 눈이 뜨입니다. 참으로 통쾌한 사랑의 승리입니다.

늙은이부터 하나 둘 짱돌을 버리며 초라하고 돌아설 때에도 예수님께서는 또다시 몸을 숙여 땅에 무엇인가를 쓰고 계십니다.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고 모두가 돌아설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주시는 예수님의 사랑 넘치는 모습을 다시 뵙게 됩니다.

이제 이 복음 말씀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 펼쳐집니다모두가 떠나가고 예수님과 여인 둘 만이 남게 되었을 때 천천히 고개를 들어 여인을 바라보십니다. 저는 여인을 바라보시던 예수님의 그 눈빛을 너무도 좋아합니다. 훈계하거나 따져 묻는 근엄하고 굳은 얼굴이 아니라 이 세상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따뜻하고 자비에 넘치는 미소를 머금은 얼굴입니다. 사랑과 온유로 가득 찬 잔잔한 눈빛, 바로 그 눈빛으로 말씀하십니다. “나는 당신을 단죄하지 않습니다. 가시오. 이제부터 다시는 죄짓지 마시오.

자기 허물 때문에 아파하고 절망스러워하던 그 여인의 부끄러운 죄를 노려보지 않으시고, 오히려 연민과 사랑 가득한 마음으로 묵묵히 땅만 보시는 예수님! 그분은 우리 인간들의 죄를 보지 않으시고, 고개 숙여 말없이 사랑의 손놀림으로 땅바닥에 무언가를 적기만 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바로 이 사랑의 눈빛이 그 여인의 일생을 바꾸어 놓았고, 또 우리의 삶도 변화시켜 줄 것이라고 믿습니다. 비록 우리 힘으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는 약한 인생입니다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우리가 죄의 무게에 짓눌려 쓰러질 때에도, 우리가 우리의 죄 때문에 절망스러워 할 때에도, 예수님께서는 변함없는 사랑의 미소를 우리에게 건네시기 때문입니다.

그분께서는 잔잔한 미소 머금은 사랑 그윽한 눈길로 말씀하십니다. “나는 당신을 단죄하지 않습니다. 가시오.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이제부터 다시는 죄를 짓지 마시오.” 예수님의 이 사랑 넘치는 눈빛과 미소를 배워 익히고 싶습니다.


최원오 빈첸시오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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