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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0405 - 사순 제5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 민병섭 바오로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5 조회수2,557 추천수8 반대(0) 신고




2017
04 05 () 가해 사순 제5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다니엘서 3,14-20.91-92.95
요한복음 8,31-42


민병섭 바오로 신부님


<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 >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유다인들에게 ‘진리를 깨닫게 되면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그러나 죄짓는 사람은 누구나 다 죄의 종이다.’라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진리가 자유를 준다 했고 죄가 그 자유를 박탈하고 우리를 종으로 만든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우리는 죄로부터도, 우리 마음속의 이기심으로부터도, 세상에 대한 욕심과 집착으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사실 우리들은 얼마나 많은 죄 속에 파묻혀서 허덕이고 있습니까?

일어서야 하는데 일어서지 못하고, 잘못된 줄 아는데, 그래서 이제는 그만하려고 하는데 생각만 있지 그것을 결단코 끝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법정 스님이 쓴 “무소유”란 책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스님은 언젠가 지인으로부터 아주 귀한 난초를 선물 받아 애지중지 키웠다고 합니다추운 겨울날 볼일이 있어 산사를 내려가다가 아침에 물을 주고 밖에 내어놓은 난초를 실내에 옮겨 놓지 않은 것이 생각났답니다.

난초가 얼어 죽을까 봐 방에 들여놓으려고 다시 산사로 되돌아가던 중에, “귀한 난초를 소유함으로써 작은 기쁨을 얻을 수 있었지만, 그것을 버린다면 무소유가 주는 더 큰 기쁨과 자유로움을 얻고 있겠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그 일 이후로 스님은 귀한 난초를 전부 나눠주고 말았답니다.

좋은 것이건 좋지 않은 것이든 거기에 마음이 묶여 있다면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죄를 짓는 자는 누구나 죄의 종이다.(요한 8,34)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종이란 주인에게 몸이 매여 있고 행동의 제한을 받으며 소유물로 간주되는 사람을 뜻하지요. 복음에서 말하는 종이란 말은 “영적인 차원에서 악에 얽매인 상태”를 가리키고 있는 것입니다.

습관적인 죄를 곧잘 범하게 되는 것을 악습이라고 하는데, 이런 악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죄가 자기 인격의 일부가 되어서 유혹의 순간마다 죄의 지배를 허용하게 되고, 마침내 죄의 종이 되어 버리고 말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이렇게 비참한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 (요한 8,31-32)

죄가 지배하면 죄의 종이 되지만, 그리스도께서 지배하시면 자유인이 되는 것입니다(로마 6,22 참조). 그러면 어떻게 해야 우리들이 주님의 말씀 안에 머물며 진리를 깨닫고 참되 자유를 누릴 수가 있겠습니까?

우리들이 주님 말씀 안에 머물며 참된 제자로서의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가 가진 고질병 (말씀을 한 귀로 듣고 다른 쪽 귀로 흘려버리는 습관)과 불치병 (말씀을 듣기는 잘 듣지만 그 말씀이 심장으로 내려가 구체적인 삶에로 연결되지 않고 귀에서만 맴돌다 사라지는 증상)을 고쳐야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생활화하며 살아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내 말 안에 머물면”이라는 말씀은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하신 그 말씀을 바로 매일 매일의 우리의 삶을 통해 증거 하라.”는 요청인 것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그 크신 사랑을 묵상하며 본받으려고 노력한지도 벌써 5주간이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마음에 바리사이들이나 율법학자들처럼 아집과 이기심으로 가득하여 무엇이나 먼저 비판하고 따지며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부정적인 생각을 버릴 수 있을 때만이 주님의 말씀을 마음에 담고 살아갈 수가 있을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것은 말로는 쉽지만 실제로 실천하며 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기도 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주 절망적인 것만은 결코 아닌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예수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쉽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흔히 우리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말은 잘 기억하고 가슴에 새겨 놓지만, 별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잘 기억하려 하지 않고 가슴에 새기려 하지 않는 경향이 많습니다사랑하지 않는 사람의 말은 그냥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려버립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오래 기억하고자 하고 가슴 속에 간직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예수님을 사랑하게 되면 자연적으로 예수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게 되고, 기억하게 되며, 마음 속 깊이 새기게 되는 것입니다.

박재순씨가 지은 “바닥에서 하느님을 만나다”라는 책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남편이 공부하느라고 한창 바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을 때 아내는 한국 식당에서 일을 했다. 어느 날 설렁탕이 많이 남아서 남편에게 주려고 가져왔다. 남편이 먹으려고 보니 설렁탕에 담배꽁초가 들어 있었다. 한동안 먹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먹지 않으면 설렁탕에 담배꽁초가 들어 있는 것을 아내가 알게 될 테고 그러면 아내가 가슴 아파할 걸 생각해 남편은 설렁탕을 남김없이 먹었다. 그러고 나서 말없이 뒤뜰로 나가 오래 울었다. 아내는 이 일을 모르고 있다가 세월이 흐른 후에 남편의 제자한테서 들었다고 한다.

피차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주고 서로 용서하고 서로 사랑하며 사는 이러한 삶이야말로 예수님의 말씀을 생각이나 말로써가 아니라 실제 삶을 통해 보여준 참으로 아름다운 사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이 미사를 봉헌하며 참으로 우리들이 주님의 그 큰 사랑을 본받을 수 있는 은총을 청하며 아집과 이기심을 버리고 이웃을 아니, 나와 가장 가까운 바로 우리의 가족을 통하여 주님의 말씀이 우리 안에 머물고 있음을 체험하게 하여 달라고 기도하도록 합시다.


민병섭 바오로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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