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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어른을 가르친 아이들
작성자이순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6 조회수1,613 추천수4 반대(0) 신고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아이가 떡 가게 앞에 서성이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리고는 많은 종류의 떡을 살피더니 비닐에 싼 작은 찰떡이 얼마냐고 물었다. 천원이라고 하니 아이가 곧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의 주머니에는 돈이 삼백 원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그러면 제일 싼 떡이 얼마냐고 다시 물었다. 무지개떡이 오백 원이라고 주인은 말했다.

 

 주머니에 있는 삼백 원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아이에게, 옆에 떡을 사러온 한 아줌마가 내가 하나 사줄까? 하고 물었다. 아이는 단호하게 거절을 했다. 그리고는 아이는 무언가 한참을 생각했다. 곧 아이는 주인에게 이런 제안을 했다. 자기에게 초코파이가 하나 있는데 삼백 원과 함께 드릴 테니 오백 원짜리 떡을 주지 않겠냐고, 주인이 초코파이가 더 비쌀 텐데 괜찮으냐고 하니, 그래도 된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떡을 받아 가지고 갔다.

 

 아이에게 떡을 사주려다 무안을 당한 딸이 감동을 받은 듯, 그 아이 부모가 아이를 잘 가르친 것 같다며, 결국 탐욕 때문에 대통령이 구속수감까지 되는 이 나라의 현실을 신음소리를 내며 이야기를 이어 간다. 순간 내 머릿속에 까맣게 잊고 있던 정숙이라는 아이가 떠올랐다. 돈 뭉치를 앞에 놓고도 단돈 십 원도 남의 돈을 탐내지 않은 아이였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집안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이 남의집살이를 많이 하던 시대였다. 직업소개소에서 그 아이의 주민등록증을 건네받으며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성격이 차분할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이름이 정숙이라고 했다. 그 아이는 집안일은 물론 아이들까지도 성실하게 돌봐 주었다. 그리고 밤이면 내 책장에서 책을 꺼내다 읽곤 했다.

 

그동안 여러 아이들을 거느려 보았지만 이런 아이는 처음이었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날수록 그 아이에게 정이 들어 오래있어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금고를 잠그는 것을 깜박 잊고 외출을 하고 돌아와 보니, 정숙이는 보이지 않고, 안방 장롱에 있는 금고 문이 열려 있었다.

 

 아이 방을 가보니 가지고 왔던 가방도 없어졌다. 불길한 생각에 금고를 다시 확인해보았다. 돈 뭉치는 그대로였다. 월급도 가져갈게 있는데 왜 그냥 갔을까? 하고 돈을 세어보니, 어제까지의 제 월급을 계산하여 그 돈만을 가져 간 것이다.

 

그 아이의 사람 됨됨이로 보아 무슨 사정이 있겠지 하면서도, 순간 눈물이 핑 돌랐다. 무언가 귀중한 것을 잃은 듯한 허전함 때문이었다. 며칠 후 보관하고 있던 정숙이의 주민등록증을 우체통에 넣으면서 그 아이의 앞날이 잘 펼쳐지기를 진심으로 빌었다.

 

 이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 아이의 바른 행실을 교훈으로 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스름돈을 십 원이라도 더 받아 왔으면 밤이라도 가게로 어린 것들을 내 몰았으니, 참 고마운 아이가 아닐 수 없다. 위 두 아이의 이야기는 성경 여러 구절에서 추출해 낸 예수님께서 들려주시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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