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고궁을 걷다 / 수필
작성자강헌모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6 조회수2,430 추천수1 반대(0) 신고

고궁을 걷다

                                                                                                                강헌모

 

  창덕궁을 보고 싶어서 그곳을 가기 위해 강남터미널 가는 속리산고속 우등차를 청주에서 탔다. 차의 좌석이 편안하다. 차의 화면에는 목적지 도착 예정시간이 표시 되어 있어서 좋다. 속리산 고속버스를 탄 것에 대해 만족한다. 이왕이면 다음에 차 탈 기회가 되면 속리산 고속버스를 이용하고 싶다.

  창덕궁에 가기전날, 인터넷으로 가는 길을 조회해서 비교적 쉽게 갔다. 강남터미널에서 내려서 걸을 때의 기분이 좋았다. 새들이 하늘을 나는 것처럼 마음이 편안했고 가벼웠다. 창덕궁에 도착하여 돈화문 입구로 들어가서 인정전으로 갔다. 거기는 국왕의 즉위식 때와 대례를 거행하던 곳이다. 건물이 웅장했다. 그 앞뜰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딴딴한 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 위로 정일품 종일품 정이품 종이품 정삼품 종삼품 정사품 정오품 정육품 정칠품 정팔품 정구품의 품계석이 양쪽으로 나란히 잘 배치 해 있었다. 영화의 장면이나 역사극의 드라마에서 보았던 것을 직접 실물로 보니 왕들이 살던 궁궐답다. 잘해 놓았다. 다음으로 간 곳이 희정당인데, 그곳에 소나무가 멋지게 잘 조성되어 있었다. 희정당은 왕의 생활공간 이었으나 편전인 선정전이 비좁고 종종 국장을 위한 혼전으로 사용되면서 편전의 기능을 대신 하게 되었다. 다음에는 창경궁으로 가는 표 파는 곳으로 가서 표를 끊고, 후원을 가기 위해 안내원에게 묻자 5천원을 내고 지금 가라고 해서 타이밍이 맞아 해설사와 함께했다. 평소에는 후원을 개방하지 않고, 개방시간을 따로 정해서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예전에는 비원이라고 했는데, 지금은 후원이라고 한다. 창덕궁 14만평 중에 후원이 9만평을 차지하고 있단다.

  후원은 숲이 울창하고 아름답게 펼쳐져 있었다. 4계절마다 찾고 싶은 좋은 공간이다. 계절마다 보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것 같다. 후원을 걸으니 시멘트 포장길이라 불편했다. 하지만 걷다보니 흙으로 된 길도 나와서 반가웠다. 요즈음은 거의 시멘트 포장이라 흙길이 귀한 시대라 흙을 보는 순간 나는 좋았던 거다. 부용지에 가니 연못과 연꽃과 나무와 건물이 잘 어울려 있었다. 애련지는 연꽃을 사랑한다 라는 뜻이다. 연경당은 경사를 연출한다는 뜻이다. 존덕정은 아름다운 정자이며 한반도의 모습을 띄고 있는 연못과 잘 어울려져 있었다. 옥류천은 후원 북쪽 깊은 골짜기에 흐르는 시내이다. 1636, 거대한 바위인 소요암을 다듬어 그 위에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였고 작은 폭포로 떨어져 옥류천이 시작된다. 때로 흐르는 물 위에 술잔을 띄우고 시를 짓는 유상곡수연이 그곳에서 벌어지기도 했다. 바위에 새겨진 玉流川세 글자는 인조의 친필이고, 오언절구 시는 일대의 경치를 읊은 숙종의 작품이다. 작은 논을 끼고 있는 청의정은 볏짚으로 지붕을 덮은 궁궐 내의 유일한 초가집이다. 후원을 둘러보고 창경궁이 그 근처에 있어 그곳에 들렀다. 큰 연못이 있어 한 바퀴 돌고 있는데, 말벌이 있어 섬뜩했다. 말벌에 쏘이지 않기 위해서는 모자를 써야하고 밝은 색의 옷을 입어야 한단다. 벌집을 건드렸을 때는 팔로 휘젓지 말고 머리를 손으로 감싸고 20m이상을 벗어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오늘 여행길에 나무가 많을 걸로 생각해서 상의를 밝은 옷을 입고 갔다. 오후라 그런지 연못 주위에 어린이들이 있었고, 의자에서 쉬고 있는 어른들이 있었다. 또 명정전에는 청소년들이 관람하기 위해 모여 들었다.

창경궁은 창덕궁에 비해 잘 단장되어 있지 않아서 차이가 있었다. 창덕궁은 세계문화유산지라 그런지 하여튼 그랬다. 서울까지 간 김에 경복궁에 들르고 싶어 그곳에 갔다.

  경복궁의 근정전 내부는 말끔했다. 그 곳 앞에서 서울 시가를 바라보니 빌딩으로 수를 놓고 있다. 사정전 앞의 땅을 비롯해 경복궁 안에 땅으로 된 것들은 곱다. 교태전에서 외국말로 해설하는 사람이 있었다. 듣는 사람들이 외국에서 왔나보다.

  경복궁 뒤로 삼각형 모양의 북악산이 돋보였다. 향원정에 가니 그곳에서도 후원에서처럼 정자와 연꽃이 잘 어울린다. 향원정 둘레에 놓여 져 있는 의자에 쉬는 사람들로 눈에 띄었다. 그 앞에서도 외국말로 해설하는 사람이 있었다. 서울대도시라 그런지 국제화 시대를 더 실감나게 했다. 경복궁도 괜찮은 곳이다. 자연환경이 좋고, 사람들이 많이 찾고 있다. 서울시가 중심에 위치해 있어서 더 그런 것 같고, 많이 알려져 있는 고궁이라 그런 것 같다. 경복궁은 드넓은 잔디들이 멋지다. 오래전에 들렀었던 경회루에 가보니 감회가 새롭다. 세월이 흘러 나이는 들었지만 예나 지금이나 경회루의 건물과 물 흐름은 변함이 없다. 세월이 지나고 사람은 죽어도 역사는 남으리. 경회루에서 곱게 한 복을 차려입은 처녀들의 모습이 정겹다. 그녀들은 셀 카 촬영에 몰두하고 경회루에서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오늘 경복궁에 가보니 외국인들이 많이 왔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외국말을 하며 고궁에서 즐기고 있었다. 경복궁은 태조 4(1395)에 창건된 조선 제일의 으뜸 궁궐로서 조선 왕조가 큰 복을 누려 번영할 것이라는 뜻을 지닌 궁궐이다.

  고궁을 돌아보니 점심 먹을 겨를조차 없었다. 1편의 수필을 써 보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걷고 관찰했지만, 글쓰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지치고 해서 창경궁에서 캔으로 된 환타를 빼먹고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에 오전에 먹다 남은 과자와 지하철 매점에서 또 하나의 과자와 물을 사서 점심으로 때웠다. 그리고 올 때는 저녁때라 팥빙수 하나를 먹고 낙지 볶음밥을 먹으니 맛이 있어서 공기 밥을 하나 추가해서 배불리 먹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창덕궁의 인정전 앞의 돌과 경복궁에 있는 돌과는 차이가 있다. 창덕궁 것은 튼튼한 돌들이 반듯하게 잘 놓여 져 있었으나 경복궁의 것은 돌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고, 삐뚤빼뚤 놓여 져 있었다. 하지만 나는 경회루를 연상해서 그곳에 간 것 같다. 오늘 창덕궁을 비롯해서 고궁을 걸으니 즐거웠고, 조선시대의 왕들과 왕실 가족에 대해 생각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2016. 9. 17.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