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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호하지 않고 분명하신 모습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7 조회수2,718 추천수10 반대(0) 신고

 

모호하지 않고 분명하신 모습

 

- 윤경재 요셉

 

 

 

 

너희 율법에 내가 이르건대 너희는 신이다.’라고 기록되어 있지 않으냐? 폐기될 수 없는 성경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받은 이들을 신이라고 하였는데, 아버지께서 거룩하게 하시어 이 세상에 보내신 내가 나는 하느님의 아들이다.’ 하였다 해서, ‘당신은 하느님을 모독하고 있소.’ 하고 말할 수 있느냐? 내가 내 아버지의 일들을 하고 있지 않다면 나를 믿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내가 그 일들을 하고 있다면, 나를 믿지 않더라도 그 일들은 믿어라. 그러면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을 너희가 깨달아 알게 될 것이다.”(요한8,34~38)

 

 

 

 

어떤 사람이 한적한 시골 마을에 고즈넉한 분위기의 전원주택을 짓고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곳에 아름다운 집을 짓고 그 속에서 책과 음악에 젖어 사는 것이 그가 어렸을 때부터 간직해 온 꿈이었습니다. 그는 솜씨가 좋다는 건축가를 찾아가 자신이 생각해온 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예쁘고, 앙증맞고, 편리하고, 멋있고, 우아하고, 따뜻하고

 

자기가 오랫동안 꿈꿔온 만큼 주문사항도 많았지만 딱히 어떻게 표현할 길이 없어서 무조건 이런 형용사들만 동원해서 건축가에게 설명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있는 집을 지어달라고만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건축가는 고개를 가로저었습니다.

 

그런 집은 못 짓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그의 꿈은 산산이 무너졌습니다. “어떻게 가꿔온 꿈인데.”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돌아서려는 그에게 건축가는 한 가지 제안을 하였습니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먼저 작은 수첩을 하나 사세요. 그래서 좋은 집에 대한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거기에 써보세요. 커다란 원칙도 좋고 아주 자잘한 세부사항도 좋아요. 또 잡지에 나온 사진 가운데 멋있는 집이 있다 싶으면 그 사진을 오려서 붙여두세요. 그렇게 해서 몇 달쯤 지나면 그 수첩을 제게 가져와 보세요. 그러면 제가 아니라 그 어느 건축가라도 선생님께서 생각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집을 지어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그 길로 그는 수첩을 하나 샀습니다. 그리고는 생각날 때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지다고 생각되는 집에 대한 주문사항을 꼼꼼하게 기록했습니다.

 

화려하기보다는 견고할 것

거실은 천장이 높아야 하고 햇볕을 온화하게 받아들이게 할 것

계단은 턱이 높지 않아야 할 것

창문은 가능한 커다랗게 만들어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게 할 것

집안 가득 나무향이 배어나오게 할 것

베란다에는 작은 화분을 놓을 수 있는 공간을 둘 것

지붕은 너무 뾰족하지 않은 완만한 각도의 삼각형으로 만들어 작은 다락방이 생기도록 할 것

‘다락방에서 망원경으로 북극성을 관찰할 수 있도록 북향 창을 뚫어 놓을 것

앞마당에는 작은 분수가 나오는 연못을 만들 것

키 큰 나무보다는 알맞은 키의 나무를 심어 집이 그늘지지 않게 할 것등등.

 

몇 달 후 그 사람은 그동안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것과 똑같은 멋진 집을 강줄기와 산줄기가 마주치는 곳에 지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시작은 작은 수첩 하나 덕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시어 처음 하신 일은 아주 평범한 목수 일을 돕는 것이었습니다. 전 생애의 9할을 양부모님과 함께 조용히 사셨습니다. 마치 바닷물에 잠긴 빙산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사셨습니다. 지구 계절의 변화와 함께 구체적으로 사람의 일을 배우고 시골 마을 공동체 일원으로서 인간의 희로애락을 경험하셨습니다. 아주 깊은 데까지 인간의 마음을 읽으셨습니다. 종교, 정치, 경제, 사회적 흐름 안에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피셨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 땅에서 하느님 나라를 실현하는 것이 당신의 사명이라는 것을 깨달으셨습니다.

 

때가 되자 당신의 시간이 온 것을 아시고 인간들에게 필요한 하느님의 일을 아주 낱낱이 보여주셨습니다. 아무런 망설임이나 거리낌도 없으셨습니다. 어림잡아 일하시는 게 아니었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실현을 위해 구체적이고 세세한 곳까지 손길이 미쳤습니다. 행여 오해하는 것이 생길까 대충 타협하지 않으시고 정확한 가르침을 보여주셨습니다. 예 할 것과 아니요 할 것을 철저하게 구분하셨습니다. 모호한 모습을 경계하셨습니다.

 

예수께서는 당신의 마음과 언행을 통해서 누구라도 아빠 하느님을 체험할 수 있도록 당신을 투명하게 열어 보이셨습니다. 가장 쉬워 보이나 막상 실천하기 어려운 방법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께 이르는 가장 분명한 길을 가르쳐주셨습니다.

 

그 길은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는 것”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우리더러도 그렇게 행동하는 길이 최선이라는 걸 모범으로 보여주셨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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