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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치기신부님의 살레시안 묵상] 오늘도 주님께서는 거부당하시고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7 조회수2,742 추천수8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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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주님께서는 거부당하시고

 

 

볼일이 있어서 번잡한 중심가에 차를 몰고 나갔을 때의 일입니다. 차도 큰데다가 너무나 번잡한 동네여서 주차공간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목적지를 지나 블록을 몇 바퀴나 돌다가 아주 반가운 입간판을 하나 만났습니다. ‘○○ 천주교회

 

 

이게 웬 떡이냐?’하며 성당 마당 안으로 들어서니 꽤나 협소했지만 마침 여유 공간이 있어 멋진 폼으로 후진 주차를 할 때였습니다. 사무실에 앉아계시던 형제님이 비호처럼 달려 나오셔서 제 차 앞을 가로막더니 팔로 크게 ×자를 긋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인사를 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천주교 신부인데요, 이 근처에 긴한 볼일이 있어 그러는데 잠깐만 주차하면 안 될까요?” 그런데 도통 제 말이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그분께서 제게 하시는 말씀. “그랬으면 좋겠는데요, 그런데 제가 그걸 어떻게 믿습니까? 안됩니다. 빨리 차 빼주세요.” “저는 살레시오회 신부다. 어디 산다.” 아무리 저를 설명해도 그분은 제 말을 절대 믿지 않으셨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저는 허름한 작업복 차림에 몰고 간 차는 1톤 봉고 트럭이었습니다. 짐칸에는 축제물품이 가득 적재되어 있었습니다. 백미러로 제 모습을 바라보니 책임감 강한 그 형제님 심정이 백번 이해가 되었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누군가가 내 말을 전혀 믿지 않는다는 것, 내 말이 씨알도 안 먹힌다는 것, 정말이지 미치고 팔딱 뛸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도 비슷한 체험을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랑하는 당신 백성 유다인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명확히 밝히셨습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다. 나는 너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기 위해서 위에서 왔다. 나를 믿는 자는 죽더라도 영원히 살 것이다.”

 

 

그러나 유다인들은 이러한 예수님의 자기 계시 앞에 콧방귀를 뀌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실 때 마다 비웃음을 던졌습니다. 철저한 불신과 의혹의 눈초리로 예수님을 바라보았습니다.

 

 

끝끝내 예수님의 정체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유다인들의 모습, 참으로 어이없고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자신들의 코앞까지 다가온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자신들의 발로 차버렸습니다. 거의 다 잡은 대어를 눈앞까지 끌고 왔다가 놓쳐버리고 만 것입니다.

 

 

구세주 하느님을 맞이하는 예의 없고 몰지각한 인간의 모습을 보십시오. 온 몸과 마음을 다해 극진히 환영해도 부족할 터인데, 그분을 완전 개무시했습니다. 갖은 협박과 완력으로 그분을 궁지로 몰고 갔습니다. 그분을 살상하려고 손에 큰 돌들을 들었습니다.

 

 

유다인들은 정말이지 해도 해도 너무했습니다. 참으로 천부당만부당한 일을 자신들의 손으로 저질렀습니다. 끝끝내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을 거부했습니다. 그로 인한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습니다. 처절한 파괴와 멸망이었습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그 옛날 동족들에게 당하셨던 것처럼 철저하게 거부당하고 계시는 것은 아닌지 유심히 주변을 살펴봐야겠습니다. 우리의 독선과 교만으로 인해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웃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오시는 예수님께서 또 다른 수모와 박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우리도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두 손으로 예수님을 성전 밖으로 밀쳐내고 벼랑 끝까지 몰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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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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