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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예언을 실천하는 길 - 윤경재 요셉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08 조회수3,873 추천수12 반대(0) 신고

 

예언을 실천하는 길

 

- 윤경재 요셉 

 

 

 

 

여러분은 아무것도 모르는군요. 온 민족이 멸망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 백성을 위하여 죽는 것이 여러분에게 더 낫다는 사실을 여러분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소.” 이 말은 카야파가 자기 생각으로 한 것이 아니라, 그해의 대사제로서 예언한 셈이다. 예수님께서 민족을 위하여 돌아가시리라는 것과, 이 민족만이 아니라 흩어져 있는 하느님의 자녀들을 하나로 모으시려고 돌아가시리라는 것이다.(요한11,49~52)

 

 

AD 66년 시작된 제1차 유다항쟁으로 전성기 강대국 로마와 대적한 약소국 이스라엘 민족이 전멸할지도 모르는 최대의 위기를 맞았습니다. 개전 초기에는 로마군을 상대로 승리하는 전과도 올렸지만, 자존심이 상한 로마군은 곧 전열을 정비하고 유능한 장군과 병력을 증파하였습니다. 로마군은 속전 속결 전략을 바꾸었습니다. 천연요새인 예루살렘 성벽을 부수는 방법으로 퇴로를 포위하여 보급물자를 차단하는 고사작전과 예루살렘 성벽보다 더 높은 공격성을 쌓아 돌대포로 공격하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예루살렘 도성은  수개월에 걸친 포위작전으로 식량과 물 부족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유대인 내부에서도 로마군대와 끝까지 싸우자는 주전파와 온건파가 갈라져 의견충돌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리스도교 초기공동체는 예수님의 예언을 받아들여 미리 대피하였기에 큰 피해를 당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랍비 요하난 벤 자카이는 이스라엘 온건파의 지도자였습니다. 예루살렘 성전을 파괴하고 이스라엘 민족을 절멸시키려고 예루살렘 도성을 포위한 세계 최강 로마의 군대를 맞아 그는 자기 민족의 미래를 보전할 궁리에 골몰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쟁의 결과는 불을 보듯 뻔했고 최후의 시간이 급하게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는 드디어 하느님께서 주신 지혜로 한 가지 꾀를 내었습니다. 자신이 병들어 죽어간다는 소문을 퍼뜨렸습니다. 많은 사람이 문병을 다녀갔습니다. 그의 병은 점점 깊어져 결국 죽었다는 소문이 성안에 나돌았습니다. 요하난 벤 자카이는 이스라엘의 큰 지도자였기 때문에 그의 시체는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아야 했습니다. 성안에는 묘지가 없었으므로 그의 시신을 성벽 바깥으로 내다가 묘지에 매장키로 한 것입니다.

 

온건파가 항복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성문 출입을 통제하고 있던 강경파에서도 결국 그의 시신만큼은 성문 밖으로 내보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로마 경비병들이 시신에다 창을 찌르려 하였으나 적장에게 그런 푸대접을 하는 예는 없다고 강력하게 항의하여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그렇게 해서 동족의 감시와 로마 경비군의 경계선을 무사히 빠져나간 요하난 벤 자카이는 로마의 젊은 장군 티투스에게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티투스와 담판 자리를 마련하는데 성공한 그는 티투스를 만나 그의 인물됨을 보고 장차 로마의 황제가 될 것이라고 예언하면서 한 가지 간청을 하였습니다. 이제 곧 패망 당할 민족을 목전에 두고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간청하고 싶었던 그의 소원은 무엇이었을까요.

 

작은 방이라도 좋습니다. 열 명쯤 되는 랍비가 들어갈 수 있는 교실 하나만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리고 그것을 파괴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주십시오.”

 

AD70년 예루살렘 성벽보다 더 높은 공성을 쌓고 공격한 티투스 장군은 예루살렘을 드디어 정복하였습니다. 그는 헤로데 성전을 돌 하나 제대로 서지 못할 정도로 파괴하고 유대인 대학살을 자행했지만, 요하난 벤 자카이와의 약속만큼은 지켰습니다.

 

그것이 바로 이스라엘의 중서부 해안 도시 얌니아에 세워진 랍비 학교였습니다. AD90년경 요하난 벤 자카이는 그곳에서 토라와 예언서, 지혜서로 이루어진 타나크 경전을 정리하여 정경화 작업을 수행하였습니다. 이것이 지금까지 전해오는 히브리 성경의 모체가 되었습니다. 비록 부끄러운 역사일지라도 감추거나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기록하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정경 내용이 모순되거나 이해가 되지 않아도 손대거나 고치지 않았습니다.

 

1948년 이미 오래 전에 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듯 보이던 이스라엘이 나라를 잃은 지 자그마치 1878년이 지난 후에 재건되었습니다.

 

그 옛날 자신들의 땅이었던 곳에 자신들의 말과 문화와 종교를 그대로 간직한 채 옛 이름 그대로의 나라를 다시 세웠습니다. 심지어 조상들은 잊고 쓰지 않아 사어가 되었던 히브리어를 공용어로 재탄생시켰습니다. 히브리 성경을 펴낸 요하난 벤 자카이의 지혜와 용기 덕분이었습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줄 정신적 유산을 지키는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눈에 보이는 성전은 다 무너져도 하느님 말씀만큼은 결코 사리지지 않게 하겠다는 그의 확고한 의지가 지켜낸 것입니다.

 

혜안을 지닌 한 랍비를 통해서 당신의 말씀을 지켜내신 하느님은 찬미를 받으소서.

 

예수께서는 결코 멸망하지 않을 하느님 나라의 초석을 당신의 몸 위에 세우셨습니다. 그 나라는 부족한 인간의 언어로 세워진 나라가 아닙니다. 육화하신 하느님 말씀으로 이루어진 나라입니다. 편 가르거나 모호하지 않고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그 몫은 뒤에 남은 우리가 나서서 할 일입니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가 영원의 약속을 실현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늘 고민하면서 오만하거나 낙담하지 않고 자신의 몫을 다하는 것이 하느님의 일을 하는 것일 겁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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