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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4.12 수/ 배신과 불의와 거짓을 구원하는 십자가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11 조회수3,522 추천수5 반대(0) 신고




성주간 수, 마태 26,14-25(17.4.12)


 "제자들은 몹시 근심하며 저마다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하고 묻기 시작하였다.”(마태 26,22)





Jesus Identifies The Betrayer






배신과 불의와 거짓을 구원하는 십자가

 

오늘 복음은, 유다 이스카리옷이 예수님을 배반한 사실을 전해줍니다. 그는 예수님과 줄곧 함께하며, 그분의 말씀을 직접 듣고, 행적을 목격하면서 하늘나라의 신비를 익혀왔습니다. 한마디로 예수님과의 깊은 친밀감과 유대감을 지녔을 것입니다. 그러던 그가, 겨우 황소에 치어 죽은 종에 대한 보상금인, 은전 서른 닢에 그분을 팔아넘겨버립니다(탈출 21,32). 그것도 제 발로 수석사제들을 찾아가서 말입니다.

유다도 처음부터 배신하려 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쩌면 예수님과 세상, 거룩함과 인간적 탐욕과 성공 사이에서, 오랜 동안 양심의 치열한 줄다리기를 하다가 패망의 길로 접어들었겠지요. 그는 욕망과 세상에 대한 애착에서 생긴 틈 때문에, 스승의 모습에서 메시아를 알아보지 못하고, 허상에 속고 만 것입니다.

이집트 종살이에서의 해방을 회상하며 감사하고, 우정과 평화와 확고한 동지애를 드러내는 식탁에 앉았던 배반자의 죄악이 극에 이릅니다. 유다는 예수님은 물론 다른 동료들과의 관계도 끊어버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수난의 때가 다가왔음을 아시고(26,18), 가장 친밀하게 함께 지내던 제자의 손에 의해, ‘철저한 무력함’에 내맡기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낯선 사람의 집에 가족들도 없이, 열두 제자와 마지막 축제의 식사를 하시며, “너희 가운데 한 사람이 나를 팔아넘길 것이다”(26,21) 하십니다. 이 말씀에 제자들은,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26,22) 하고 묻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 탓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누구 하나 주님, 제 잘못과 사랑 부족이라고 말씀드리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만 아니길 바라며 걱정하고 있으니 한심합니다.

모든 것을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자신에게 더 좋았을 것이다.”(26,24)라며, 불행을 선언하십니다. 그분께서는 이미 제자의 배신을 아셨음에도(요한 13,27 참조), 그 배신을 받아들이십니다. 그 어떤 질타도 비난도 문책도 하지 않으신 채, 배신을 더 큰 자비와 선으로 받아 삼키신 것이지요.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의 죽음을 받아들이심으로써, 유다의 죄악을 폭로하시고 무력하게 하십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하느님을 믿고 예수님을 따르는 신자라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세상의 가치를 더 중요시 여기지는 않습니까? 진리와 정의를 실천하라는 주님의 부르심을 슬그머니 무시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인권탄압이나 부패한 권력, 자본가의 탐욕에 침묵하지는 않습니까? 우리가 가야할 길은 배신과 불의, 거짓과 폭력, 부패와 불평등에 하느님의 자비와 더 큰 선으로 맞서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지요.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라고 반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비겁함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유다처럼 예수님을 자신의 경험과 돈으로 저울질하고, 자기 생각의 틀 안에 가두며, 집단적 이기주의의 도구로 삼으려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늘 자신을 살피며,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과 나 사이에, 틈이 생기고 있지 않은지 살필 일입니다.

주님, 오늘 제 안에 있는 당신과의 거리를 알아차리게 하시어, 하찮은 은전 서른 닢에 당신을 팔아넘기는 배신을 범하지 않게 하소서. 자비롭지도 정의롭지도 못하고, 가난하지도 너그럽지도 못한 제 자신을 먼저 살피며, “저는 아니겠지요?”(마태 26,25)라 묻는 무책임한 제가 되지 않도록 해주소서. 오히려 세상 불의와 거짓, 배신과 무자비를 당신의 자비로 품어 소생시키는 십자가의 길을 기쁨으로 걷게 하소서!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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