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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16. 보고 믿었다- 파주올리베따노 이영근신부.
작성자송문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4-16 조회수4,308 추천수0 반대(0) 신고

요한 20,1-9(부활 대축일)

 

예수님의 ‘빈 무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빈 무덤’, 그것은 적어도 예수님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 어떤 일인가가 벌어졌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곧 죽음 안에서 새로운 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결국 ‘빈 무덤’은 ‘지나간’ 자리입니다. 죽음에서 삶으로 지나간, ‘파스카’의 자리입니다.

 

 

 

이 “파스카”의 의미를 성경과 교부전통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해석해왔습니다.

 

그 <첫째 의미>는 하느님의 천사가 이집트에 있는 히브리인들의 집을 치지 않고 그 위를 지나갔다고 할 때, 파스카는 ‘위를 지나감’(hyperbasis)입니다.

 

<둘째 의미>는 이집트로부터 약속된 땅으로, 곧 종살이에서 자유로 지나간 백성들을 가리킬 때, 파스카는‘통과해 지나감’(diabasis)입니다.

 

<셋째 의미>는 인간이 아래의 것들로부터 위의 것들로 지나갈 때, 파스카는 ‘위를 향해 지나감’(anabasis)입니다.

 

<넷째 의미>는 인간이 죄의 종살이에서 벗어날 때, 파스카는 ‘밖으로 지나감’(exodus), 곧 ‘엑소더스’(탈출)입니다.

 

<다섯째 의미>는 인간이 선과 거룩함에 있어 진보할 때, 파스카는 ‘앞을 향해 지나감’(progressio)입니다.

 

 

 

다시, ‘빈 무덤’의 주제로 돌아와 봅니다.

 

예수님의 ‘빈 무덤’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우선, ‘빈 무덤’은 혹 부활의 근거는 될지언정, 부활이 사건으로 체험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빈 무덤’은 제자들이 눈으로 직접 본 역사적 사실이긴 하지만, 오히려 그것은 부활의 참 뜻을 우리가 ‘눈으로는 볼 수 없다’는 상징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무덤’이 죽은 이를 묻는 곳이라면, ‘빈 무덤’은 죽음 그 자체를 묻어버리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자유’입니다.

 

‘빈 무덤’, 그것은 예수님마저 죽어버린 예수님의 빈자리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수님이신 분을 넘어, 진정 예수님이신 예수님이 되게 하는 빈자리입니다. 마치 야훼 하느님께서 “나는 나다”(탈출 3,14)라고 하시면서 당신 이름에 구속되지 않으신 것처럼, 자신을 비워버린 빈자리의 자유입니다.

 

사실, ‘빈 무덤’, 그것은 당신의 본래의 자리인 동시에 우리의 본래의 자리인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본래의 이 자리로, 본래의 생명으로 되돌려놓으십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는 본래의 우리의 생명으로 되돌려놓으십니다.

 

이를 두고 사도 바오로는 고백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습니다.”(콜로 3,1-3)

 

 

 

그렇습니다. 이제 우리는 비로소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던 우리의 생명을 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빈 무덤’으로 비어 있어 볼 수 없다고 해서, 결코 없는 것이 아닙니다. 여기에 부활은 우리의 믿음을 요청합니다.

 

그러기에, ‘무덤’이 죽은 이들의 공간이라면, ‘빈 무덤’은 우리가 찾아가야 할 의미의 빈 공간입니다. ‘무덤’이‘예수님은 죽었다’는 생각의 공간이라면, ‘빈 무덤’은 ‘예수님은 죽었다’는 생각을 놓는 빈 공간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안에 예수님의 ‘무덤’이 있는지, 아니면 예수님의‘빈 무덤’이 있는 지를 보아야 합니다. 만약, 우리 안에 예수님의 무덤이 있다면, 이미 죽은 예수님을 우리는 만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안에 ‘빈 무덤’이 있다면, 살아계신 예수님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가 부활을 체험한다는 것은 예수님께서 지금 내 안에 계시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자신 안에 예수님께서 살아계신다는 것을 체험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던 사람, 바오로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것입니다”(갈라2,20)

 

 

 

이토록, 그리스도와 함께 하느님 안에 숨겨져 있던 우리의 생명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부활로, 우리는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그러니, 예수님의 부활은 다름 아닌,숨겨져 있던 우리의 생명이 다시 살아난 일입니다. 아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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