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신앙고백
작성자이순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6-01 조회수2,140 추천수5 반대(0) 신고

 

                         

 그분과 나의 관계 안에서 누구에게도 말 못할 비밀이 자꾸 늘어납니다. 요즘 내가 누리는 기쁨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교회의 가르침대로, 시간을 그분께 자주 바치고, 차츰 씀씀이가 줄어드는 돈도 적게나마 불우한 이웃과 나누는, 이렇게 아는 것과 행동이 일치 할 때, 기쁨을 느끼곤 합니다. 그렇게 자기 영혼을 돌보는 일을 하느님께서는 무척 기뻐하실 것이라는 생각에 나이 먹는 것이 서글프지만은 않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설익은 마음으로 사람들을 사랑했습니다. 그 대가로 멍든 가슴을 안고, ‘이대로는 죽을 수는 없어’ 하는 독백을 거듭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도 한번 죽기 전에 그분께 ‘마리아 막달레나’와 같은 사랑을 드리고 싶다는 설렘이 일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 자신과의 긴 싸움이 시작 되었습니다. 차츰 영성생활에 걸림이 되는 모든 악습을 매몰차게 잘라냈습니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실행에 옮기려 애썼습니다. 그렇게 삶의 중심이 그분께 향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일치의 삶, 그분의 삶과 같아지려고 노력하고 산다면, 나의 결핍에 대해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자주하며 힘을 얻곤 했습니다. 한편 영혼에는 나이가 없는 것 같은, 성인들의 삶을 통해서도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믿는 이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이런 특혜가 주어져 그분의 재림을 준비 할 수 있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본당의 교중미사 때 마다 만나는 고령의 할머니 두 분의 복장을 보면 그걸 알 수 있습니다. 젊었을 때나 입었을 것 같은 투피스에 판탈롱 스타킹을 신으시고, 한 분은 구두, 한 분은 운동화를 신으셨습니다. 초심을 잘 닦고 살아오신 것 같은 두 분이 '얘' '쟤' 하시며 자리를 찾는 모습을 보면, 지면서도 미소 짓는 꽃잎처럼 아름답습니다. 순간 저 할머니들은 아직 주님과 ‘짙은 사랑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어서부터 갚진 순정을 하느님께 바치며 산 분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목숨을 건사랑, 흔들림 없는 사랑, 주어도주어도 모자라는 사랑, 이런 사랑을 한 사람들만이 늙어서도 당당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마지막까지 하느님께 영육을 바친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하느님께서는 훗날 후하게 갚아 줄 것이며, 그가 겪는 고난에도 함께 하시겠다고 ‘준주성범’에서 주님은 말씀 하십니다.

 

 젊어서부터 영육을 하느님께 바친 사람들이 더없이 부럽긴 합니다. 하지만 이제라도 늦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점점 늘어나고 있는 고령의 인구를 외면 하실 분이 아니십니다. 좋은 일에의 포기는 참을성 없는 인간의 몫이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는 인간의 두뇌와 마음을 계속 움직이게 하시는 분이십니다. 

 

 누군가에게 쓰임을 받는 다는 것, 얼마나 기쁘고 신나는 일입니까? 스스로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자책하며, 살기 힘든 젊은이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어른으로서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그럴 때일수록 완고함을 내려놓고 내면 깊은 곳으로 들어가 하느님을 만나야 합니다. 그 고요한 지점에서 하느님께서는 분명 신앙인으로서 무언가해야 하는, 각자에게 맞는 창의적이고 생산적은 일을 가르쳐 주실 것입니다.

 

 이제 마리아 막달레나 같은 불꽃같은 사랑은 아니더라도, 영감을 담고 유유히 흘러가는 유순한 강물처럼, 남은 생 그렇게 그분께 흘러가고 싶습니다. 그 은혜로 세상 사람들을 사랑 할 수 있는 눈을 뜰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이런 사랑도 단 하루라도 기도를 소홀히 하면 이룰 수가 없습니다.

 

" 당신 인생의 단순하고 고귀한 영역에 머물러 있으면서 자신의 마음에 복종하라.

  그러면 당신은 앞선 세상을 창조 할 것이다."

                                                        - 랄프 왈도 에머슨 -

 

예수 성심 성월 첫날이 열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부족한 제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 주시고, 추천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사람을 우주로 생각하고 그를 대상으로 글을 쓰라고 부르심을 받은 이들에게는, 님 들보다 더 귀한 친구는 없습니다. 그 친절을 기도 중에 기억하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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