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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대림성탄] 주님 성탄 대축일: 구세주 강생 이야기와 성탄 구유
작성자주호식 쪽지 캡슐 작성일2022-12-26 조회수3,520 추천수0

[주님 성탄 대축일] 구세주 강생 이야기와 ‘성탄 구유’


성탄 구유, 하느님의 자애 드러내는 거룩하고 놀라운 표징

 

 

성탄 구유는 하느님의 자애를 드러내는 거룩하고 놀라운 표징이다. 사진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처음으로 성탄 구유를 만들어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재현했던 이탈리아 그레치오 수도원 구유 동굴.

 

 

12월 25일 주님 성탄 대축일이다. 가톨릭교회는 24일 저녁 성탄 전야 미사부터 주님 세례 축일까지 전례력으로 ‘성탄 시기’라 하여 구세주 강생 신비를 기념한다.

 

구세주 강생 이야기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에 자세히 나온다. 마태오 복음서는 주님 탄생과 함께 동방 박사들의 경배 소식을 알려준다. 루카 복음서는 예수님 탄생을 로마 제국 아우구스투스 황제의 칙령으로 시행된 호적 등록과 연계해 소개한다. 다윗의 후손인 요셉이 호적 등록을 하기 위해 다윗의 도시라 불리는 베들레헴에 가야 했고, 그곳에서 마리아가 주님을 낳았다고 한다. “그들이 거기에 머무르는 동안 마리아는 해산 날이 되어, 첫 아들을 낳았다. 그들은 아기를 포대기에 싸서 구유에 뉘었다. 여관에는 그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었던 것이다.”(2,6-7)

 

반면, 요한 복음서는 마태오와 루카 복음서의 주님 강생 이야기를 다음과 같이 간결하게 선포한다.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 우리는 그분의 영광을 보았다. 은총과 진리가 충만하신 아버지의 외아드님으로서 지니신 영광을 보았다.”(1,14)

 

구세주 강생에 대한 성경 말씀을 종합하면, “그분께서 당신 땅에 오셨지만, 그분의 백성은 그분을 맞아들이지 않았다.”(요한 1,11) “만물이 그분을 통하여 또 그분을 향하여 창조”(콜로 1,16)되었지만, 세상의 구원자를 위한 자리는 없었다. 그래서 구세주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리인 마구간에서 태어나셨고, 구세주의 어머니 마리아는 갓난아기인 주님을 구유에 뉘었다.(루카 2,7) 하지만 목동들과 동방 박사들이 주님을 찾아와 경배하고, 하느님의 영광을 보게 되었다라고 정리할 수 있다.

 

‘성탄 구유’는 구세주 강생의 거룩하고도 놀라운 표징이다. 교회는 “이 가난에서 하늘의 영광이 드러난다”(「가톨릭교회 교리서」 525항)고 고백한다. 하느님께서는 가난한 이를 돕는 사람에게 복을 주시고 가난한 이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은 배척하신다. 주님이신 예수님께서는 구유에서부터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가난한 이들의 삶에 참여하셨다.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도록 파견되셨다. 나아가 주님께서는 가난한 이에게 해준 것이 곧 당신 자신에게 해준 것이라고 말씀하신다.(「가톨릭교회 교리서」 544, 2443항 참조) “주님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어 주시니 주님의 영이 내 위에 내리셨다. 주님께서 나를 보내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하고 잡혀간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며, 눈먼 이들을 다시 보게 하고 억압받는 이들을 해방시켜 내보내며 주님의 은혜로운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오늘 이 성경 말씀이 너희가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졌다.“(루카 4,18-21 참조)

 

성탄 구유는 무엇보다도 ‘하느님의 자애’를 드러낸다. 온 세상의 창조주께서 자신을 낮추시어 우리와 같이 작아지셨다.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길을 잃고 헤맬 때마다 우리를 찾아 주실 형제, 늘 우리 곁에 계시는 충실한 벗인 당신의 외아드님이신 예수님을 우리에게 주셨다. 당신 아드님을 우리에게 주시어 우리를 용서하시고 죄에서 구해 주셨다.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성탄 구유의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구유는 동물의 여물을 담는 통이다. 그런데 지금 그 구유에 자기 자신을 하늘에서 내려온 참된 빵으로,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참된 양식으로 드러내신 분이 누워 계신다. 그분은 인간에게 참 생명, 영원한 생명을 주는 양식이다. 이렇게 구유는 인간이 하느님의 빵을 얻기 위해 초대된 하느님의 식탁을 암시한다.”(「설교집189,4)

 

프란치스코 교황도 “구유 앞에서 생명의 양식은 물질적 부가 아니라 사랑이고, 폭식이 아니라 나눔이며, 과시가 아니라 소박함이란 것을 깨닫는다. 생명의 양식인 그분을 받아모심으로써 사랑 안에서 다시 태어나고 욕심과 탐욕의 악순환을 깰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탐욕하고 독점하는 삶이 아닌 나누고 베푸는 삶을 살도록 자신을 우리에게 내어 주신다”고 설명했다.

 

성탄 구유는 하느님께서 당신 사랑이 가장 필요한 이들 그리고 가까이 와 주십사 청하는 이들을 위해 사람이 되셨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러므로 주님의 가난한 탄생은 모든 그리스도인이 가난한 이들에게 다가가고 그들을 사랑하라는 요청이다. 하느님께서는 구유에서 탄생하심으로써, 상속받지 못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희망과 존엄을 줄 수 있는 유일하고 참다운 혁명을 몸소 시작하셨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사랑의 혁명, 자비의 혁명”이라고 정의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의미에서 주님 성탄 대축일을 앞두고 성탄 구유를 설치하는 교회 풍습을 장려했다. 성탄 구유 풍습은 1223년 12월 25일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가 그레치오의 한 동굴에 베들레헴의 마구간을 재현하면서 교회 안에 확산됐다.

 

구세주이신 아기 예수님은 구유에 누워서 온유하지만 힘차게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의 필요성을 선포하신다. 이는 아무도 소외되거나 배척받지 않는 더욱 인간적이고 형제애 넘치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그래서 교회는 “성탄의 신비는 그리스도께서 우리 안에 형성될 때 우리 안에서 성취된다”고 가르친다. (「가톨릭교회 교리서」526항)

 

[가톨릭평화신문, 2022년 12월 25일, 리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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