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4주간 금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7-14 조회수3,990 추천수9 반대(0)

주변을 보면 산티에고 순례길을 다녀오신 분들이 있습니다. 동창 신부님들 중에도 4명이 다녀왔습니다. 모든 것들이 빠르게 진행되는 세상에서 길을 걷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예전에 우리 어르신들은 이웃을 만나면 이렇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식사는 하셨는지요? 어디 가십니까?’ 안부를 묻는 것과 식사를 하셨는지를 묻는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디 가는지를 묻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쿼바디스 도미네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초대교회에는 많은 박해가 있었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뒤를 따라서 순교의 길을 가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로마의 신자들은 베드로 사도에게 박해를 피해서 몸을 숨기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신자들의 말을 듣고 로마를 떠나서 길을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 예수님께서 걸어오고 계셨습니다. 베드로 사도는 이렇게 묻습니다. ‘주님 어디로 가십니까?’ 예수님께서 베드로 사도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베드로 당신이 십자가를 포기하기 때문에 내가 다시 십자가를 지려고 합니다.’ 베드로 사도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로마로 돌아가 십자가에 매달리는 순교를 하게 됩니다.

 

지난번 피정을 하면서 많이 걸었습니다. 걷다보면 많은 것을 보게 됩니다. 저수지의 물, 길가의 풀, 다람쥐, , 길가의 표지판, 작은 성모상을 보았습니다. 차를 타면 보기 힘든 것들입니다. 걷다보면 저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일에 대한 욕심도 있었고, 음주를 자주하였고, 기도를 소홀히 하였고, 나눔에 인색했습니다. 걷는 것이 목적일수도 있지만 걸으면서 주변을 보고, 자신을 보는 것이 더 큰 보람이고, 기쁨이었습니다. 여름입니다. 모든 것을 털어 놓고, 순례의 길을 나서면 어떠실는지요?

 

가끔씩 글을 써야할 때가 있고, 강의를 준비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글을 써야할지 막막할 때가 많습니다. 저의 능력과 저의 힘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늘 고민과 걱정이 제 앞을 가로막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무엇을 말할까 걱정하지 마라. 너희가 무엇을 말해야 할지, 그때에 너희에게 일러 주실 것이다. 사실 말하는 이는 너희가 아니라 너희 안에서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영이시다.”

 

주님께 기도를 하고, 주님께 의지를 하면 생각하지 않았던 좋은 글이 떠오르는 것을 경험합니다. 두렵고 떨리지만 주님께서 함께 하심을 믿으면 2시간 강의를 하는 것도 큰 탈 없이 지나가는 것을 경험합니다. 저의 힘으로만 하려고 하면 몇 시간씩 책상에 있어도 좋은 글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 능력으로 강의를 하려고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모든 것들이 채워진다고 해서 진정으로 행복한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욕망을 다 채우기도 힘들지만, 그렇게 채워진 것들은 그것이 사라지게 되면 더욱 공허하기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합니다. 화려한 언변과 지식으로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입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상대방에게 해 주려는 태도입니다. ‘주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마음을 갖는 것입니다. 신앙은 만병통치약이 아닙니다. 신앙은 고통 중에서도, 절망 중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아 갈 수 있는 이정표입니다. 그렇게 끝까지 견디면 우리는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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