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연중 제15주간 수요일
작성자조재형 쪽지 캡슐 작성일2017-07-19 조회수3,502 추천수11 반대(0)

육아 휴직 중인 직원이 아이를 데리고 사무실에 왔습니다. 5개월 된 아이는 사무실을 환하게 해 주었습니다. 작은 손으로 포도를 잡으려 했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아직은 엄마의 모유를 먹어야 하고, 아직은 스스로 걷지를 못하고, 아직은 누군가 도와주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을 것이고, 사회는 아이에게 교육의 기회를 줄 것이고, 하느님의 사랑이 함께 할 것입니다. 어느덧 아이는 걷고, 말하고, 쓰고, 배워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할 때가 올 것입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선하신 뜻은 아이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는 사랑을 받아야하고, 아이는 충분히 잠을 자야하고, 아이는 24시간 보살펴야 하고, 아이가 원하는 시간에 먹을 것을 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이웃들을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선하신 뜻입니다.

 

아이의 예쁜 모습도 좋았지만 아이 엄마의 이야기가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사무실에 오기 전부터 마음이 떨렸다고 합니다. 십여 년을 매일 출근했던 곳이기 때문이었습니다. 6개월 만에 사무실로 오는 마음은 설렘이었다고 합니다. 사무실은 단순히 일을 하고 급여를 받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삶의 터전이었고, 만남의 장소였고, 본인의 가치가 드러나는 곳이었습니다. 육아 휴직을 잘 마치고 함께 일을 하면 좋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잠시 왔는데도 떨리는 마음이었다면 다시 출근하는 날은 하늘을 나는 마음일 것 같습니다.

 

오늘 모세는 호렙산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였습니다. 하느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에게 새로운 사명을 주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이집트 땅에서 고통을 받는 것을 아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모세를 통해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자유를 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제 모세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어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될 것입니다.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였을 것입니다.

 

첫 부임지로 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벌써 26년 전입니다.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열정과 패기만큼은 있었습니다. 성당의 제단 앞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면서 첫 본당에서의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떨리는 마음이었고, 설레는 마음이었습니다. 매번 새로운 임지로 가면서 일의 방법은 더 알게 되었지만 첫 본당에서 가졌던 열정과 패기는 조금씩 줄어들었습니다. 천진난만한 아이를 보면서 하느님의 선하신 뜻이 저를 통해서도 드러날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허위와 욕심, 교만과 미움으로는 결코 하느님께 대한 믿음을 가질 수 없고, 신뢰를 얻을 수 없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어린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질 때 우리는 숨겨진 하느님의 뜻을, 참된 가치를 만날 수 있다고 이야기 하십니다. 한두 번은 속일 수 있고, 세상의 잣대로는 이익을 얻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손으로는 하늘을 가릴 수 없듯이, 거짓과 가식으로는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없습니다. 사랑과 진실, 정의와 평화가 어우러질 때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볼 수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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