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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23 주일/ 심판이 아니라 품고 회개하는 하느님 나라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7-22 조회수2,993 추천수4 반대(0) 신고




가해 연중 16주일(17.7.23)
지혜 12,13.16-19; 로마 8,26-27; 마태 13,24-43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마태 13,30)





The parable of the weeds among the wheat





 

심판이 아니라 품고 회개하는 하느님 나라

 

예수님께서는 가라지의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하느님 나라의 신비를 알려주십니다. 이 비유에서 주인은 좋은 씨를 뿌린 밀밭에 원수가 가라지를 뿌렸다 하여도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라 합니다. 주인은 수확 때에 먼저 가라지를 거두어서 태워버릴 것이라고 합니다(13,25-30). 추수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것입니다.

가라지의 비유는 당시 상황을 배경으로 알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당시 유다인들은 로마제국의 식민 통치에 시달렸습니다. 그런데 마태오 공동체에는 유다계 그리스도인들과 예수님을 믿지 않는 유다인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성급한 일부 그리스도인들은 공동체에서 죄인들을 제거하여 순수한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가라지의 비유에서는 선인들과 악인들에 대한 판단을 종말 심판 때까지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느님만이 그 심판을 주재하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하느님 나라는 이 비유의 주인처럼 자비로 인내하며 악한 이들을 참아주고, 서둘러 악인들을 단죄하지 않는 나라임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는 죄인들을 거부하고 그들과 접촉하는 것마저 피했던 바리사이나 에세네파 사람들과는 달리 처신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늘 ‘사랑의 열린 마음과 문’을 지니고 행동하셨지요. 그분께서는 죄인들을 받아들여 그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셨습니다. 죄인들을 위해 봉사함으로써, 끊임없이 유다인들의 비난과 공격에 직면하셨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교회, 가정과 직장, 공동체가 일종의 밀밭입니다. 그 밀밭에는 늘 선인과 악인이 있고, 교회 공동체 안에도 선인 같은 악인이 있습니다. 때로는 나 자신이 다른 이들의 걸림돌이 될 때가 있지요. 따라서 우리도 예수님의 가르침에 따라 사람들을 심판하려들지 말아야겠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마치 자신이 하느님인 듯 착각하고 자신만이 옳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다른 이들의 재판관 노릇을 하려드는지 모릅니다. 신앙공동체 안에서도 성(聖)과 속(俗)을 지나치게 구별하며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나 이미 하느님의 다스림은 시작되었고, 추수하시는 분은 하느님뿐임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나서서 판단하여 가라지를 뽑아 없애버리려는 종들의 착각과 거짓 열정이 문제입니다. 그런 것들을 버리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겨드리고 인내하며 기다려야겠지요. 선과 악을 심판하고 성과 속을 구별하시는 분은 오직 추수의 주인이신 하느님이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느님 나라의 시민이라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기억하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우리 앞에 놓은 시간은 남을 위해서는 자비의 때이나, 나에게는 회개를 촉구하는 때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오직 하느님만이 심판하실 수 있기에, 성직자, 수도자, 신자 그 누구도 다른 이들의 심판자 행세를 말아야겠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몫은 심판이 아니라 죄인들을 사랑으로 받아들여 조건 없이 그들과 어울리는 일입니다.

죄악의 현실을 떠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자비심과 회개의 열정이 절실합니다. 왜냐하면 심판 대신 죄인들과 어울리려면 자비심이 없인 불가능하고, 끊임없는 회개를 통하여 더불어 하느님과 일치하도록 힘써야 하는 까닭입니다. 오늘도 단죄하기보다는 사랑으로 품고, 회개를 통한 정화와 쇄신에 힘쓰는 좋은 씨가 되도록 마음을 모았으면 합니다. 그런 가운데 겨자씨나 누룩처럼 우리 안의 하느님 나라는 커 갈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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