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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7.29 토/ 온전한 신뢰와 사랑으로 건너는 비탄의 강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7-28 조회수3,399 추천수7 반대(0) 신고




성녀 마르타 기념, 요한 11,19-27(17.7.29)


“주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요한 11,27)





"Lord, if you had been here, my brother would not have died."





 

온전한 신뢰와 사랑으로 건너는 비탄의 강

 

예수님께서는 카나 혼인잔치에서 시작하여(2,1-11) 일곱 개의 표징을 부여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오늘 복음의 표징을 끝으로 본격적으로 수난의 여정을 시작하십니다. 곧 죽음을 향한 구원의 여정을 시작하시기 직전에, 죽어 묻힌 지 나흘이나 된 라자로를 살리심으로써 당신이 죽음을 이기시는 주님이심을 보여주신 것이지요.

라자로의 동생이자 마리아의 언니인 마르타가 예수님께 말씀드립니다. "주님, 주님께서 여기에 계셨더라면 제 오빠가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11,21) 그녀는 생명이신 주님께 왜 계셔야 할 곳에 계시지 않으셨느냐며 탄식합니다. 여기 계셔서 오빠가 죽지 않도록 해주셨어야 하지 않았겠느냐는 애절한 외침을 예수님께 쏟아놓은 것이지요. 패배가 희망을 향해 투덜거린 것입니다.

마르타의 절망 섞인 탄식은 마치 예수님의 절규를 미리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면서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마르 15,34) 하고 외치셨지요. 그런데 그 절규는 절망과 체념의 외침이 아니라 생명이신 분 앞에서 생명의 갈망을 터뜨린 것이었습니다. 그분께 대한 불신의 투덜거림이 아니라 극단적인 신뢰의 고백이었던 것입니다.

우리 또한 마르타처럼 고통과 시련과 외로움 가운데에서 ‘하느님의 무관심’과 ‘하느님의 부재’, 그리고 ‘하느님의 무능력’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하느님을 원망하고, 나의 어려움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켜주지 않으시는 하느님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하지요. 어떤 이는 극도의 고통 중에 십자가를 땅바닥에 팽개쳐버리기도 합니다. 생명의 다리를 건너버린 죽음 앞에서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나 마르타는 달랐습니다. 그녀는 비탄의 무덤에 자신을 묻어버리지 않고 곧 바로 예수님께 고백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주님께서 청하시는 것은 무엇이나 들어주신다는 것을 저는 지금도 알고 있습니다.”(요한 11,22) 그녀는 죽음 너머에 숨어있는 생명을 하느님 안에서 보고, 희망의 모닥불을 지핀 것입니다.

마르타는 “네 오빠는 다시 살아날 것이다.”(11,23)라는 예수님의 말씀에 추호의 의심 없이 확고한 신앙을 고백합니다(11,24). 예수님께서 그녀에게 이르십니다.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다. 나를 믿는 사람은 죽더라도 살고, 또 살아서 나를 믿는 모든 사람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이다.”(11,25-26) 그러자 그녀는 예수님께 “주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습니다.”(11,27) 하고 고백합니다.

더 이상 어떻게 해볼 힘조차 잃어버린 순간, 극도의 고통 속에 죽음이라는 두 글자 밖에 떠오르지 않을 때, 삶의 의미도 살아야 할 이유도 찾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보입니까? 이웃과 세상을 원망하고, 나아가 하느님을 원망하며 체념하고 패배감에 젖어 허송세월하며 비탄의 강을 건너지는 않습니까?

그러나 내가 나일 수 있는 것도, 살아야 하는 이유도 나 때문이 아님을 떠올려야 합니다. 사랑이신 주님만은 나를 사랑해주시고, 죽음의 강을 건너 생명과 희망의 땅으로 가는 다리가 되어주시기에 여전히 우리는 희망이지 않습니까? 우리 모두 마리아처럼 패배와 절망의 지점에서 발길을 돌려 영원한 생명이신 주님께로 눈을 돌려야겠습니다.

그 어떤 고통의 바람이 불어와도, 절망의 어두운 골목길에 팽개쳐질 때에도, 다음 말씀을 기억하며 일어섰으면 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사랑 안에 머무르는 사람은 하느님 안에 머물러 있고 하느님도 그 사람 안에 머물러 계십니다.”(1요한 4,16ㄴ) 그렇게 고통과 절망 중에도 사랑이신 분을 믿어 하느님 안에 머물 때, 내 안에 계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빛과 생명이 되어주실 것입니다.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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