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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8.7 월/ 헤로데의 잔치와 외딴곳의 생명의 잔치 - 기 프란치스코 신부
작성자이영숙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06 조회수3,791 추천수5 반대(0) 신고




연중 18주 월, 마태 14,13-21(17.8.7)


“예수님께서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마태 14,19)





Feeding of the five thousand



 



헤로데의 잔치와 외딴곳의 생명의 잔치

 

세례자 요한은 헤로데 안티파스의 왕궁에서 벌어진 화려한 잔치를 계기로 죽음을 맞습니다. 그의 죽음에 관한 소식을 들으신 예수님께서는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십니다(14,13).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쾌락과 탐욕과 악으로 채워진 왕궁과 거리를 두신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외딴곳’에서 천상잔치의 예표를 보여주실 것입니다.

많은 군중들은 권세와 재물의 집합체인 왕궁이 아니라 ‘외딴곳’에 계시는 예수님을 따라나섭니다. 그들은 식민통치자의 지배가 아니라 병의 치유를 바란 것이지요. 그들은 속박이 아니라 자유를 갈망하였고, 부당한 권력에 의한 비참함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회복을 원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곳까지 따라나선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시어 병자들을 고쳐 주십니다(14,14). 이처럼 치유와 해방, 그리고 인간화는 자기중심적이고 탐욕적인 인간의 권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지요. 그렇게 예수님께서는 ‘가엾은 마음으로’ 사랑의 목마름이 있는 곳에 사랑을, 해방이 필요한 곳에 자유를 거저 주십니다.

어느덧 저녁식사 시간도 이미 지나버렸고, 더구나 외딴곳이어서 군중들의 식사가 문제였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께 다가와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14,15) 하고 말씀드립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이 그들에게 음식을 제공해야 한다(14,16) 하십니다. 인간은 생명을 품지 않고는 떠날 수 없는 생명인 까닭입니다.

제자들은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다며 난처해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가져오라 하시고는, 군중에게 풀밭에 자리를 잡으라고 하십니다. 이렇게 제자들과 군중들의 참여로 영원한 생명의 잔치가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로 하여금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주게 하십니다(14,19). 찬미에 이어 빵의 쪼갬과 나눔은 모두를 생명의 충만함으로 이끕니다.

오늘 복음의 빵의 기적은 최후의 만찬을 상기하도록 해주며, 영원한 생명의 잔치를 상징합니다. 이는 천상잔치의 예표라 할 수 있고 성체성사의 신비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지요. 이 잔치는 바로 앞 대목에 나오는(14,1-12) 헤로데의 잔치와 대비됩니다. '헤로데의 잔치'는 교만과 오만, 탐욕과 쾌락, 음모라는 음식이 차려지고 죽음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이 '외딴곳의 잔치'는 치유와 해방, 신뢰와 봉사, 그리고 찬미와 나눔의 음식이 차고 넘치며, 풍요로운 생명을 낳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 내가 몸담고 있는 가정과 사회에는 늘 이런 ‘헤로데의 잔치’와 ‘외딴곳의 잔치’가 펼쳐집니다. 나는 어떤 잔치에 참여하고 있습니까? 사실 우리는 몸은 교회에 두고, 마음을 하느님을 향하면서도 얼마나 많은 순간 헤로데의 잔치와 같은 상황에 나를 내맡기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 모두 빵이 늘어난 기적적인 현상이나 외형 그 이상의 생명의 잔치의 의미를 깨달아 살아내도록 해야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영원생명은 하느님께 찬미를 드리고, 생명인 빵을 쪼개고 나누는 잔치로 드러나야 함을 기억해야겠지요. 내가 사는 삶의 터가 헤로데의 잔치가 아닌 천상잔치가 되려면 교만과 탐욕과 쾌락을 버리고, 제자들처럼 기꺼이 봉사해야 할 것입니다. 하느님 연민의 증인이 되고, 다른 이를 위하여 ‘쪼개진 빵’이 되어, 더욱 정의롭고 형제애가 넘치는 세상의 건설을 위해 헌신하는 바로 그곳이 ‘외딴곳’의 풍요로운 잔치집이 되지 않을까요?


기경호 프란치스코 신부 작은형제회(프란치스코회)
강론채널 주소 : story.kakao.com/ch/frances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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