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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레시안묵싱] 도움이 필요한 이들을 외면하지 말기 - 토토로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21 조회수2,840 추천수3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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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한 남자가 거의 매일 출근도장 찍듯이 성당에 와서 입구에 엎드려 돈을 구걸하였습니다. 이 사실을 안 주임 신부가 그 남자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여기서 더 이상 이러시면 안 됩니다. 얼른 가세요. 한 두 번이면 괜찮은데 거의 매일 이러고 계시니 주임 신부로서 난감합니다. 다른데로 가시면 좋겠습니다."

그 남자는 성당 입구에서 구걸을 할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달라며 사정사정을 했지만 주임 신부는 더 이상 안 된다며 단호하게 이야기하고 돌려보냈습니다. 풀이 죽어 돌아가는 그 남자를 보며 마음 한 켠이 좀 먹먹했지만 잘 된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남자는 더 이상 성당 입구에서 구걸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한참 흘러 그 신부는 세상을 떠나 하느님 대전으로 나아갔습니다. 자신의 삶을 하느님 앞에서 평가받는 법정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자기 옆에 앉은 사람의 얼굴이 상당히 낯이 익어 자세히 들여다보니 생전에 자신이 돌려보낸 구걸하던 남자였습니다. 서로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 때 법정 지기 천사가 그 남자를 불렀습니다. 그 신부는 남자가 어떤 판결을 받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법정 문이 열린 틈으로 귀를 쫑긋 세워 하느님의 판결을 들었습니다.

"이 사기꾼아. 너는 거지 행세를 하고 전국 성당을 돌아다니며 그 성당 신부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신자들을 등쳐 먹었구나. 자비를 실천하는데 앞장 선 그들의 고운 심성을 이용하여 불쌍한 몰골로 환심을 산 후, 자립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거두어 들였더구나."

판결문을 몰래 듣던 그 신부는 깜짝 놀랬습니다. 그리고 그 남자가 각각의 본당에서 얼마를 거두어들였는지, 그리고 거두어들인 총액이 얼마인지를 듣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너는 나의 종과 가난한 이들이 봉헌한 헌금으로 정말 호화롭게 살았으니 그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 지옥벌은 면해주되, 참회의 방에서 40억년을 살며 회개하고 너에게 돈을 준 사람들을 위해 보속을 하여라."

천사들이 그 남자를 끌고 참회의 방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 다음 순서가 신부였습니다. 그 신부는 속으로 그 사람에게 속아넘어가지 않았던 자신의 현명함을 칭찬해 주시리라 생각하며 편안한 마음으로 법정에 들어갔다.

"그런데 너는 왜 아까 전 그 남자를 도와주지 않았느냐?"

"하느님. 방금 저 사람의 행태를 보셨잖아요. 저 사람에게 돈을 주었다면 유흥비로 썼을 거 아니에요. 진실이 확실히 드러났는데 왜 저 사람을 도와주지 않았냐고 질문하십니까?"

그러자 하느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그래. 저 사람은 분명 모든 돈을 유흥비로 썼다. 다만 그 당시 네 눈 앞에 나타났던 가난한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그 사람의 삶은 둘째 치고라도 가난한 모습으로 네 앞에 나타났던 그 사람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았으니 너의 책임도 크다.'

그제서야 그 신부는 깨달았습니다. 어찌되었든 그 당시 자기 눈 앞에 비쳤던 가난한 사람에게 아무런 관심을 주지 않고 쫓아내기 바빴다는 자신의 실수를 말입니다. 만일 그 사람이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엄청난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라는 생각에 아찔했습니다. 그 신부는 평소 무관심하게 지나쳤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가서 봉사와 헌신을 실천하고 천국으로 오라는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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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저에게 들려주었던 이야기인데, 최근에 제가 겪은 비슷한 일이 있습니다. 그 사람을 지나치지 않고 지갑에 있던 얼마 되지 않는 돈을 다 털어 손에 쥐어주긴 했지만 제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수도원으로부터 얼마 간의 용돈을 받고 사는 입장에서 저도 8월 남은 기간 나름 써야 하는데 일정 부분이 상대방에게 그냥 넘어갔으니 인간적인 입장에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가다듬으렵니다. 하느님께서 다른 방법으로 저를 이끌어 주시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실 것이라는 섭리를 믿기에 선행을 했다는 것에 만족하고 제 자신을 격려하려고 합니다. 거창한 일을 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전해 주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기쁨으로 변화시키려고 합니다. 돈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비를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은총을 증거하고 드러내는 것이 제가 필요한 것을 구입하는 것보다 더욱 값진 일임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고마움을 전해 드리려고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외면하지 마십시오. 자비를 베푸는데 상대방의 조건을 일일이 따져서는 안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갑을 열어 돈을 쥐어주라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누군가를 도와주어야 할 상황에 직면한다면 도망가기 보다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의 최선의 방법일까 고민하면서 다가서시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도움을 청하던 그 사람이 하느님께서 파견하신 천사일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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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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