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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70823 -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 박기흠 토마스 신부님
작성자김진현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23 조회수2,779 추천수1 반대(0) 신고




2017
08 23 () 가해 연중 제20주간 수요일 복음 묵상


판관기 9,6-15
마태오복음 20,1-16


박기흠 토마스 신부님


예수님은 ‘하늘나라’란, 어떤 장소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숨 쉬는 생명체이며, 인격이라고 하십니다. 한 때 하늘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는 한 바리사이파 사람의 질문에 예수님은 하늘나라는 어떤 세상 또는 장소가 아니라 하늘나라는 바로 ‘너희 가운데 있다’라고 하시면서 우리의 ‘마음 상태'(루카 17, 21)라고 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께서는 넉넉한 포도원 주인의 마음이야말로 바로 ‘하늘나라’이며, 우리 삶이 되어야 함을 비유로 말씀하십니다. 우리가 예수님과 그분의 말씀을 진정으로 믿는다면 우리 역시 이 포도원 주인과 같은 삶이 되어야 합니다. 이야기인즉 이렇습니다.
이른 아침, 노동시장에 많은 사람들이 하루의 품을 팔기 위해 웅성거리며 모여 있었습니다. 포도원 주인 역시 일꾼을 구하기 위해 부지런히 새벽 인력시장으로 달려 왔습니다. 이른 아침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일당을 주기로 하고 모두 포도원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주인의 깊은 뜻을 알 수 없지만 세 시간 후, 오전 9시에 다시 나가 그 시간까지도 일품을 얻지 못한 사람들을 발견하고 '일한만큼 품삯을 주겠다.'고 약속하며, 그들도 자신의 포도원에 데려옵니다. 그때까지 장터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하루를 공쳤다고 생각했을 터인데 일거리를 얻었으니 얼마나 신났겠습니까? 주인은 계속해서 정오 12시든, 오후 3시든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면 그들에게도 포도원에 가서 일하라고 합니다. 일꾼들도 그냥 노느니 자신의 수고의 절반에 그 절반이라도 버는 것이 좋을 테니까 주인의 말에 쉽게 따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오후 5시면 그날 일을 마무리하고 끝내야 될 시간인데 포도원 주인은 또 시장에 나갑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이 주인이 단지 포도원의 일이 급해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습니다. 포도원 주인은 ''이 아니라 바로 '사람'에게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자기 몸으로 일을 해야 먹고 사는 사람에게 일이 없다는 것은 암담한 현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실업자가 일자리가 없어 쉬고 있다는 것은 분명 지옥이 아닐 수 없습니다.

IMF
를 겪은 우리 국민들은 ‘일자리’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습니다.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일하라'는 목소리는 다름 아닌 구원의 목소리입니다. 그 가운데 오후 5시까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은 하루에 대한 절망뿐 아니라 자신의 무능력으로 깊은 자괴감마저 들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인은 잊지 않고 그들에게까지 희망이 되어 줍니다.
그러나 비록 아침 일찍부터 포도원에서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지만 그들은 포도원에서의 일은 단지 '고달픈 노동'입니다. 왜냐하면 그들은 주인은 자신들의 노동력을 샀고 시간이 되기까지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가능하면 빨리 시간이 지나가기를 바라는 마음뿐, 일은 즐거움이 아니라 삯을 받아야 하는 고달픈 현실입니다.
그들에게 포도원에서의 일은 삶의 즐거움이 아니라 고달픈 현실이기에 한 데나리온은 은혜가 아니라 단지 그들 품에 대한 삯일뿐입니다. 그러나 오후 시간에 늦게부터 잠깐 일한 사람에게 한 데나리온은 일에 대한 품삯이 아니라 주인의 깊은 연민과 그의 자비심을 체험하였을 것입니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입니다. 한 평생을 하느님의 일에 헌신했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어떤 보상을 기대한다면 하느님을 율법적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구원은 결코 우리의 노력의 대가가 아니며, 영원한 생명도 우리의 수고에 대한 보상이 아닙니다. 우리 구원은 주님의 선물이며 그분의 은혜입니다. 나아가 주인은 먼저 온 자나 나중 온 자 모두에게 똑같이 엉뚱하게 한 푼씩 주는 계산법을 합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세상의 원리로 보면 당연히 위배된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생각으로는 먼저 온 자들에게는 많이, 나중에 온 자들에게는 조금씩 차등을 두어야 당연하지만 하느님은 인간들의 계산과는 다르며, 그 어떤 누구도 잊지 않습니다.

복음에서 ‘하늘나라’로 상징되는 포도원 주인은 일감이 없어 비록 일을 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밥을 굶을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일꾼들에게 자비를 베풉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법입니다.
그리고 주인이 주는 한 데나리온은 우리에게 조건 없이 베푸시는 주님의 구원의지 곧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우리들 역시 이 주인과 한 데나리온처럼 자비로운 신앙 행위로 하늘나라를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박기흠 토마스 신부님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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