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하느님 자비주일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외아들 예수님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예수님께서의 십자가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 모두를 용서하여 주시고 영원한 생명으로 인도하시면서 무한한 자비를 보여주고 계십니다. 하느님 자비 주일을 맞이하면서 다시 한 번 지금 이 순간 나를 향한 하느님의 자비를 느껴야겠습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 자비하신 것처럼 우리도 자비로운 마음으로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처음으로 나타나십니다. 그런데 그 자리에 토마스 사도가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다른 제자들이 토마스에게 우리는 부활하신 주님을 뵈었소.’ 하고 이야기하였지만 토마스는 믿지 않습니다. 그리고 내 눈으로 그분의 손에 있는 못 자국을 직접 보고, 내 손가락으로 못 자국에 넣어보고 손으로 옆구리에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소.’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여드레 뒤에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또 나타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토마스에게 너의 손가락으로 내 손에 대 보아라. 그리고 의심을 버리고 믿어라. 너는 나를 보고서야 믿느냐?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행복하다.’ 하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예수님의 이 말씀은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이기도 합니다. 토마스가 처음에 없었던 것은 예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이 말씀을 하기 위해서 섭리하신 것입니다.

 

우리 모두도 가끔씩 눈으로 예수님을 보면 참 좋겠다고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말 하느님이 계시나 하고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토마스처럼 의심 속에서 신앙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 의심이 아닌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요? 먼저 하느님은 믿음의 대상이지 지식의 대상이 아님을 알아야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믿는 것이지 아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아버지가 아들에게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설명하면서 할아버지는 얼굴이 무척 크셨고 마음이 착한 분이셨다고 이야기를 하면 아들은 아버지의 말을 믿는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하느님을 아는 것이 아니라, 믿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믿음을 통해서 하느님께 대한 체험과 확신으로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살기 위해서는 하느님과 자주 만나고 느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잘 만나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바로 기도입니다. 기도는 바로 하느님과의 만남이고 대화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몇 주일에 횡계 본당 교우들에게 가정 기도문을 드렸습니다. 잘 하고 계시지요? 기도는 좋은 습관입니다. 평소에 잘 안 하다가 꾸준히 하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그런데 꼭 기억해야 하는 것은 기도를 안 하는 사람은 하느님과 만남이 있을까요? 하느님과의 만남도 없을 뿐만 아니라 하느님에 대한 사랑도 없다다는 사실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기도를 매일 잘 하지 않으시는 분은 나에게는 하느님에 대한 만남이 부족하고 사랑도 부족하구나.’ 하고 생각하고 포기하지 꾸준히 기도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가능하면 가족들과 함께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가족들이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꼭 나아갈 것입니다.

 

우리가 굳은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하느님 앞에서 겸손해야 합니다. 사람이 보통 건강하고 좋은 일만 생기면 하느님을 잘 만날까요? 물론 잘 만나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보통 안 좋은 일이 생기고, 많이 아프고, 힘든 경험을 통해서 하느님을 자주 만나고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을 깊이 체험합니다. 그것은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람들은 겸손해지기 때문입니다. 창세기에 하느님께서 흙으로 아담을 만드십니다. 아담은 히브리어로 흙이라는 의미와 겸손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하느님 없이 나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교만에서 벗어나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 즉 흙의 모습으로, 겸손한 모습으로 살아갈 때 비로소 하느님을 잘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하느님의 도움이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겸손하게 인정하고 또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이 하느님의 은총이요 사랑임을 겸손하게 인정하면서 살 때 하느님을 더 깊게 만나고 하느님께 대한 굳은 믿음으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