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시기가 시작되는가 싶었는데 벌써 40일 중에 열흘이 지났습니다. 사순시기에는 절제와 기도와 침묵의 시간을 갖는데 잘 하고 계시지요? 사순시기가 절제와 인내의 시간이기 때문에 조금은 힘든 시간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수님의 사랑과 말씀을 마음에 새기면서 새로운 결심으로 사순시기를 잘 지내야겠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가십니다. 그리고 기도하시면서 얼굴 모습이 달라지고, 옷이 하얗게 빛나고 모세와 엘리야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여주십니다. 천국의 영광을 제자들에게 보여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산에 오르시기 전에 제자들에게 당신이 걸으실 십자가의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이제 얼마 후면 실제로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에게 끌려가고 매를 맞고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승천하신 다음에는 제자들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 많은 박해를 받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오늘 천국의 영광을 보여주신 것은 제자들이 이렇게 어두움과 절망 속에 있을 때 앞으로 받을 영광을 기억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라는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신앙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세상을 살아가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 우리에게도 오늘 성경을 통해서 천국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말고 힘과 용기를 가지라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삶의 십자가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늘 밝게 웃고 돈도 넉넉해서 십자가가 없겠구나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쩌면 그 사람이 가장 무거운 십자가를 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오시고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고 부활하신 것은 지금 십자가를 지고 가는 우리 모두에게 모범을 보여주시고 희망과 용기를 주시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보면서 나에게 맡겨진 십자가를 잘 지고 가야겠습니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하면 나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잘 지고 갈 수 있을까요? 십자가를 잘 지고 가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느님께서 나와 늘 함께 하시면서 도와주고 계심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승천하시면서 우리에게 남기신 마지막 유언이 바로 언제나 우리와 함께 있겠다는 말씀입니다. 예수님의 유언처럼 예수님께서는 승천하신 다음에 성령을 보내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에게 하느님의 사랑과 은총을 내려주십니다. 성령께서는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우리에게 도움을 주시고, 우리를 올바른 길로 인도해주시고, 용기와 희망을 주십니다. 그러기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를 도와주시고 힘을 주심을 굳게 믿어야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십자가를 잘 지고 가기 위해서는 어려움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겠다는 강한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최민순 신부님의 글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주님, 저의 길에서 험한 산이 옮겨지기를 기도하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 고갯길 올라가도록 힘을 주소서. 주님, 넓고 편편한 길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좁고 험한 길이라도 주와 함께 가도록 더욱 깊은 믿음 주소서.’ 참 아름다운 기도입니다. 앞으로의 우리 신앙의 길, 인생길에 많은 고갯길과 높은 파도가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오늘 최민순 신부님의 기도를 생각해야겠습니다. 어려움을 피하는 삶이 아니라 주님과 함께 험한 산을 올라가고 이겨내겠다는 강하고 강한 마음으로 살아가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십자가를 잘 지고 가기 위해서는 늘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합니다. 희망은 무엇을 희망하는 걸까요?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 또 내가 이 어려움을 통해서 더 큰 영광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서 참으로 좋은 것을 준비하고 계시다는 희망입니다. 부활전야 미사 때 부활찬송을 하면서 사제는 아담의 죄가 비록 우리 인간에게 어두움을 주었지만 그 죄 때문에 예수님께서 태어나시고 부활하셨기에 아담의 죄를 복된 죄라고 노래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가 여러 가지 이유로 어두움과 고통 중에 있지만 이 어려움을 통해서, 이 어려움 때문에 하느님께서 몇 백배, 몇 천배의 위로와 사랑을 반드시 주실 것입니다.

 

사순시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천상의 영광을 보여주시면서 희망과 용기를 갖으라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용기를 내고 우리의 모든 아픔과 고통 하느님께 봉헌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영광과 부활을 향한 십자가의 길을 힘차게 걸어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