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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살레시안 묵상] 하느님의 언어는 모국어? 외국어? - 토토로 신부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17-08-26 조회수2,739 추천수4 반대(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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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에서 영어 어학연수 및 사목체험을 끝내고 돌아온 어느 날이었습니다. 1년 만에 딛은 한국땅이 얼마나 정겹던지요.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하려고 줄을 서는데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도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에는 주변의 말소리에 최대한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이해하지 못했고, 심지어는 신경을 집중시켜서 들어도 간간히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나라 말이 아니어서 그런지 의사소통을 자연스럽게 하지 못하는 현실이 힘들었, 주변에서 들려오는 이야기가 무슨 소리인지 모를 때가 많아서 답답했습니다.

그런데 비행기를 타고 몇 시간을 날라오니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주변 소리는 영어나 타갈로그어가 아닌 한국어였습니다. 듣는 것이 너무나 친숙했습니다. 또 주변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 신경쓰고 싶지 않아도 다 듣게 되고 그 대화의 말뜻을 이해하게 되니 신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맘 편하게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머리 속에서 단어와 문장 구조를 신경쓰지 않아도, 모르는 표현을 사전 찾아가면서 끼워맞출 필요도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내 생각과 하고자 하는 말의 표현을 너무나 쉽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외국어는 표현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 나라에서 오래 살면 쉽게 할 수 있으나 그들의 언어 문화에 100% 동화되기란 어려울 것입니다. 게다가 1년 영어 공부를 한 사람에겐 더 어렵겠지요. 아무리 내 생각을 전하려고 해도 표현법이나 단어 등의 장벽 앞에 가로막혀 제 생각이나 의견을 자유롭게 전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힘들 때가 많았고, 괜한 오해를 야기시키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하더라도 신경을 써서 해야 하니 하루 일과가 끝나면 너무 긴장을 한 탓에 몸이 축 처질 때가 많았습니다. 모국어도 제대로 못할 때도 많지만 아무래도 외국어보다는 표현하는 것이 쉽고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것도 좋습니다.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언어는 모국어입니까? 아니면 아직 외국어 입니까?

여러분은 하느님의 언어가 편하게 들리십니까? 신경을 곤두세워 들으셔야 합니까? 그렇지 않다면 아예 이해를 하지 못하십니까?

하느님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그분께서 바라시는 삶을 살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을 이해할 수 없기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면 그분의 말씀을 멀리하게 되고, 들으려고 하지 않으며, 괜히 피하게 되고 상종도 하기 싫어집니다. 그만큼 소통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또 이해하려고 하면 피곤하니 마음을 열고 다가서기가 두려울 때가 많습니다.

하느님의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그 언어를 자주 접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외국어도 듣고 말하고 쓰는 것을 계속 반복하다보면 이해가 되고 실력이 향상되듯이, 하느님의 언어도 이와 같습니다. 기도 안에서 하느님의 음성을 들어야 하며, 세상 안에서 하느님의 진리를 말해야 합니다.

또 외국어 배우는데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계속 교류를 해야 하듯이, 하느님의 언어를 배우는 것도 이와 같습니다. 내 부족함을 부끄러워하기 보다 용기를 내어 하느님께 나아가서 치유를 받아야 합니다. 외국어가 서툴면 틀리게 표현을 해도 다 이해해 주고 또 교정을 해 주듯이, 하느님의 자녀로 사는 것이 좌충우돌이라 하더라도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노력을 보시고 모든 것을 이해해 주시고, 한편으로 우리의 삶을 당신의 가르침과 말씀으로 교정시켜 주십니다.

하느님의 언어를 모국어로 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미사 전례에 참례하여 말씀의 전례를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거룩한 주님의 몸을 받아모심으로써 그분과 소통을 나눕니다. 이웃 안에서 좋은 면을 바라보고 닮으려고 노력합니다. 공동체를 위해 나의 것을 내어놓습니다. 나홀로 신앙이 아닌 형제 자매들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만나러 그 안으로 들어갑니다. 고백성사를 자주 봅니다.

가톨릭 교회에 다가설 수록 하느님의 언어가 친숙해 집니다. 내 신앙의 힘을 믿고 이 세상을 살 때,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발견합니다. 커피 한 잔을 통해서도, 김치 안에서도 하느님의 뜻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시선과 마음으로 바라보고 느끼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하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것 안에서도 하느님의 자비와 가르침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요? 그 말씀이 모국어로 들린다면 내 삶이 얼마나 편안할까요? 사랑하는 친구 여러분, 함께 기도하며 힙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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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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